강선우·김윤 의원 ‘청년 보건의료인’ 세미나 개최
젊은세대 모였어도 ‘의약분업·간호법’ 등 현안 관심
더불어민주당이 젊은 보건의료인들을 모아 기성세대와 다른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협력과 타협을 통해 보건의료문제 해결책을 찾으려 했지만, 젊은 보건의료인들의 문제의식도 ‘직역 간 업무범위’ 등 기성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과 김윤 의원(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은 10일 오후 국회에서 보건의료 현장 이야기를 듣는 ‘2030 청년 보건의료인들이 말한다’ 행사를 진행했다.
강 의원은 “위에서 내려주는 탑다운(topdown)식 정책은 지속 가능성과 현장 수용성이 떨어진다. 현장 참여가 많을수록 수용성도 높아지고 지속가능하다”며 “2030 세대가 수용하는 거버넌스를 만들려면 밑에서 (정책 제안이) 올라와야 한다. 그런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구조를 논의해보자는 취지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윤 의원은 ‘차기 정부 보건의료 정책 과제’를 주제로 발제하며 청년세대가 연대해 대한민국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무정부적 의료체계다. (정책 결정도) 대단히 비민주적인 정책 결정으로 진행된다”며 “현재 보건의료체계는 한정된 재정에서 서로 더 많은 파이 조각을 차지하려는 것인데, 앞으로는 파이를 키우는 방식으로 협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이를 키우기 위한 협력이) 2030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불투명하고 암울한 보건의료체계가 밝은 방향으로 나가는 길”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을 중심에 놓고 정책 제안을 해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보건의료 여러 직종이 연대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최측 바람과 달리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젊은 보건의료인들은 세대 이슈보다는 각 직역의 현안 해결을 주문했다.
대한약사회 추천으로 참석한 약사는 의약분업 문제를 지적하며 처방중재 등 약사들의 정당한 임상행위를 인정해 달라고 했다.
그는 “청년들은 불합리한 관행을 싫어한다. 우리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고 특별히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하던대로 일하라고 강요받을 때 큰 좌절감을 느낀다”며 “지금 약사로 일하는 현실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약사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불합리한 의약분업이다. 의약분업은 젊은 약사들의 열정을 매일 꺾고 있다”며 “의약분업 취지에 맞게 약사의 전문적인 약료 활동을 제도화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특히 약사의 처방 중재 활동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견제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상호 감시는 커녕 약사가 의사의 처방 오류를 아무런 기록없이 환자 모르게 조용히 수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무하는) 약국을 찾는 환자 중 원인불명의 근육통에 시달리는 50대 환자가 있었는데, 복약 이력을 확인해 고지혈증 약 복약을 확인했다”며 “고지혈증 약이 근육통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처방 의사에게 부작용 가능성을 전달하고 (처방약) 성분을 변경하니 근육통 증상이 사라져 근육통 약을 복용하지 않게 됐다”고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부작용 해소를 위해 또 다른 약을 처방하는 것을 연쇄 처방이라고 하는데, 제가 했던 행동은 연쇄 처방을 막은 중재 사례”라며 “이는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고 치료계획에 개입한 약사의 임상행위지만 현 제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행위인 것은 물론, 처방 의사들은 본인 처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불쾌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사들이 배운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약사 개인으로서도 낭비지만 사회적으로 낭비”라며 “청년 약사들은 전문성을 살려 일하고 싶다. 공식적인 제도 위에서 환자에게 최선의 약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12년째 진료지원업무를 하는 전담간호사로 소개한 간호사는 간호법 취지에 맞는 간호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료인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 건강권 보호이지만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반발해) 집단 행동을 선택했고 진료공백이 시작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며 “간호사는 아수라장이 된 의료 현장에서도 국민의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묵묵히 현장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지원간호사는) 지금까지 의사의 그림자처럼 일했다면 의정사태로 인해 음지에서 양지로 드러나 우리가 어떤 간호사인지 말할 수 있게 됐다”며 “간호법은 전담간호사의 업무와 책임을 명시한 것은 물론 더이상 대체 인력이 아니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업무를 할 수 있는 정책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도의 현장 수용성을 운운하면서 현실과 타협하거나 힘과 권력의 입김으로 전담간호사에 대한 정책이 흔들리고 변질돼서는 안된다”며 “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법으로 보호하고 명확한 업무와 배치 등의 기준을 마련해 (전담간호사가) 고용주 필요에 의해 자동차 부품처럼 휘둘리지 않게 해달라. 이를 위해 간호법 취지에 입각한 원칙적 간호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서울 강북구 소재 의원에서 일반진료와 방문진료를 겸하고 있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참석자는 우리나라 의료체계 지속을 위해 ▲전문의 중심 인력 구조 개편 ▲보건의료정책 결정 거버넌스 개혁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국민에게 모든 의료서비스를 잘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는) 비현실적인 약속은 중단하고 현실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불가능한 현 시스템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청년 의료인과 국민 모두를 위한 진정한 개혁을 시작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치과기공사 참석자는 치과기공사의 통합돌봄지원 인력 포함 ▲치과의사 참석자는 치과진료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참석자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에 의한 보건의료정보 관리 제도 마련 ▲간호조무사 참석자는 1차의료 강화, 재택의료, 만성질환자 관리 등 다양한 정책에 간호조무사 참여 ▲한의사 참석자는 돌봄의료지원사업 시 각 직역 간 협업 ▲응급구조사 참석자는 취업난 문제 해결 ▲작업치료사 참석자는 공공어린이 재활병원에 대한 중앙정부의 인력 지원체계 마련 ▲임상영양사 참석자는 의료법 개정을 통한 의료기관 임상영양사 배치 기준 마련 ▲물리치료사 참석자는 고용불안 문제 해결 등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았다.
한편 젊은 보건의료인 발표 후 강 의원은 “(발표된 내용들은) 각 협회에서 의원실에 와서 하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향후 (젊은 보건의료인들의) 공통 과제를 어떻게 더 구체화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저의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행사 취지는) 각 직역별 이야기를 들어보자가 아니라 2030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것이었다”며 “예를 들어 조직문화, 노동자로서의 삶 등이 있는데, 앞으로 이런 과제를 좀 더 발굴해 서로 공감하면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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