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라 명예회장 "政 신뢰 잃으니 의대생도 선택 여지 사라져"
기피과 해결책 촉구 "젊은 세대만 피해…이대로면 멸망의 길"
의사 사회 틀 깨기 강조하면서 의료 일원화로 룰 바꾸기 제안
2026학년도 증원 중단이 의대생 복귀에 달린 가운데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명예회장이 "휴·복학은 의대생 개인의 자유의지로 결정돼야 한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가 믿음을 사지 못하니 의료계 젊은 세대도 향후 진로를 개개인에게 맡기지 못한다고 했다.
이 명예회장은 9일 외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의대생이 휴·복학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그 선택이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지금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선택이) 막힌 듯하다"고 했다. 개인 사정으로 복학해야 하는데 "눈치가 보이고 따돌림을 당할 것 같다고 호소하는 의대생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도 교수도 이를 거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태 초기 정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대상에 오를 정도로 전공의 등 젊은 세대 선택을 지지해 왔으나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서는 의대생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자유의지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따돌림이나 압력 여부를 떠나 의대생 전체가 일시에 수업을 듣지 않기로 선택한다는 것은 공산주의 사회나 북한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의대생이 휴학 투쟁을 멈추고 대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의대생이 본인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무언의 강요가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 명예회장은 "유급이나 제적 위기에 처했거나 경제적 사정으로 빨리 의대를 졸업해야 하는 학생도 있다. 지금 이렇게 코너에 몰린 이들이 (복학을 결정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런 상황이 문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외과의사회 김지훈 의무이사는 "이 명예회장의 시각과 실제 의대생 여론이 다르다고 하는데 언론이 접촉 가능한 의대생 범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르게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강성파'가 의대생을 과대표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이들은 (증원과 복학 문제에) 강성파이므로 언론에 본인 생각을 표할 수 있다"면서 "그런 학생이 의대생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유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신뢰 회복도 촉구했다. '2026학년도 증원 0명'에서 그치지 말고 재정 지원과 법적 부담 해소 등 기피과 문제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라고 했다. 그간 정부가 "의사를 돌팔매질하고 의대생과 전공의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문제를 외면하면서 신뢰를 잃었기에 의대생도 선택의 여지가 사라졌다고 봤다.
이 명예회장은 "정부와 대형병원등 누구도 피해 보지 않는다. 오로지 젊은 세대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 이대로면 의사는 멸망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먼저 틀 깨고 룰 바꿔야 위기 극복…의료 일원화도 방법"
의사 사회 '틀 깨기'도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의대 정원 증원이나 의사 면허 범위 침범 등 위기가 계속된다고 했다. 의사 사회에 '타 직역을 포용해 우군으로 삼으라'는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조언도 인용했다."틀을 깨고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의료 일원화를 꼽았다.
이 명예회장은 "만일 의료계가 한의대생을 의대생으로 만들고 현직 한의사도 일정한 교육을 받으면 일반의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에 동의했다면 의대 2,000명 증원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 일원화를 "지금 당장은 절대 수용할 수 없을지 모른다. 과거의 나도 그랬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의사에게 방사선 기기나 초음파 기기를 허용하려고 한다. 이를 (의사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면서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틀을 깨고 룰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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