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ESMO Asia서 아시아 환자 맞춤형 치료전략 제시
자궁경부암 3년 생존율 82% 달성...면역항암제 치료성과 ‘주목’

지난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학술대회(ESMO Asia 2024) MSD 새틀라이트 심포지엄 모습.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싱가포르 아이콘 암센터 화이 룽 콩 종양내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지난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학술대회(ESMO Asia 2024) MSD 새틀라이트 심포지엄 모습.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싱가포르 아이콘 암센터 화이 룽 콩 종양내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싱가포르=김찬혁 기자] “위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는 생존율 연장을 넘어, 환자 개개인의 종양 특성과 면역 미세환경을 고려한 정밀 의학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바이오마커 연구와 지역별 데이터를 통해 치료 결과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학술대회(ESMO Asia 2024) MSD 새틀라이트 심포지엄 연자로 참가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아시아의 관점에서: 면역항암제를 통한 치료 표준의 진화’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높은 위암과 자궁경부암을 중심으로 면역항암제의 최신 데이터를 공유하고, 아시아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 전략을 논의했다.

특히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 국내 의료진 두 명이 각각 위암과 자궁경부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의 가능성과 도전 과제를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하며, 아시아 환자들에게 최적화된 치료 접근법을 제시했다.

라선영 교수는 “위암은 아시아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로, 조기 진단과 다학제적 접근으로 치료 성과가 나아지고 있지만, 정밀의학과 면역항암제의 도입은 치료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며 면역항암제가 임상에 미친 변화를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3상 임상시험 KEYNOTE-811의 결과를 통해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이 PD-L1 발현(CPS ≥1) 환자에서 전체 생존율(OS)을 유의미하게 개선했으며, 일부 환자에서 완전관해(CR)가 관찰됐다는 점을 소개했다.

라 교수는 “펨브롤리주맙과 화학요법 병용 치료는 단순한 생존율 연장을 넘어, 일부 환자에게 완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위암 치료 역사에서 매우 큰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펨브롤리주맙과 같은 면역항암제는 기존 화학요법과 병용할 때도 높은 효과를 보였지만, ADC와 병용했을 때 독성을 줄이고 표적 치료 효과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T-DXd(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제품명 엔허투)’와 같은 신약들이 위암 2차 또는 3차 치료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으며, 현재 1차 치료제로도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라 교수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클라우딘 18.2 항체 치료제 ‘졸베툭시맙(제품명 빌로이)’의 초기 데이터를 언급하며, “클라우딘 18.2는 위암 치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검사가 표준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위암 치료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외에도 라 교수는 아시아와 서구 환자 간의 치료 반응 차이를 언급하며, “아시아 환자는 조기 진단 비율이 높고, 다학제적 치료 접근이 일반화돼 있어 종양 부하가 낮은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서구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후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 초기 치료 조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표를 진행한 김병기 교수는 자궁경부암 치료의 정체된 패러다임을 면역항암제가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아시아에서 특히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25년간 기존 치료법으로는 생존율의 큰 개선이 없었다. 면역항암제와 화학방사선요법의 병용은 이러한 상황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KEYNOTE-A18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소진행성 자궁경부암 환자군에서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는 3년 전체 생존율(OS)을 82%까지 개선했으며, 특히 고위험군 환자에서 높은 효과를 보였다.

김 교수는 “고위험군 환자에서 이러한 결과는 자궁경부암 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정립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다. 이제 우리는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아시아 환자 데이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KEYNOTE-A18 연구에는 아시아 환자가 약 20% 포함됐다. 김 교수는 “아시아 환자들은 서구 환자보다 화학방사선요법에서 더 높은 독성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면밀한 독성 관리와 환자 개개인에 맞춘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면역항암제를 아시아 환자들에게 최적화해 적용할 수 있는 방법,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역할, 그리고 치료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라 교수는 PD-L1 발현에 따른 치료 전략에 대해 “PD-L1 발현이 CPS ≥10인 환자에서는 면역항암제와 화학요법 병용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CPS 1~9 환자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으므로, 환자와 충분히 논의해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PD-L1 발현의 이질성과 검사 결과 해석에 대해서는 “PD-L1 발현은 중요한 바이오마커지만 종양의 면역학적 환경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며 “발현 수치가 연속적이지 않고 특정 기준에 따라 해석돼 정확한 절단값 설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대규모 연구의 아시아 환자 비율의 중요성에 대해 라 교수는 “KEYNOTE-811과 같은 글로벌 연구에서 아시아 환자 비율은 약 30%로, 이는 아시아 환자 맞춤형 데이터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클라우딘 18.2와 같은 특정 바이오마커 연구에서는 아시아 환자 비율이 75~100%로 매우 높아 지역적 특성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궁경부암의 면역항암제 사용 환자군 선택에 대해 김 교수는 “KEYNOTE-A18 연구 결과를 보면, CPS ≥1인 환자에서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면서도 “CPS 발현이 낮은 환자에서도 특정 환자군은 혜택을 볼 수 있어, 특히 림프절 전이가 있는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치료 전략을 신중히 설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 교수는 자궁경부암에서 MRD(최소잔여질환) 검사와 PD-L1 발현의 역할에 대해 질문받자, “현재 MRD 여부에 근거해 치료를 조기 종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제한적이지만, PD-L1 발현과 MRD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미래 치료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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