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루다 병용요법, 진행성 위암 1차 치료 적응증 확대 예고
라선영 교수, "급여기준 및 동반진단 체계에 혼선 피할 길 없어"

최근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3상 임상인 KEYNOTE-859 및 KEYNOTE-811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며, 진행성 위암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가 HER2 발현 여부와 상관 없이 기존 화학요법과 더불어 기본(backbone) 약제로 자리잡아 가는 모양새다.

국내에는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연내 HER2 양성 환자에, 늦어도 내년 초에는 HER2 음성 환자에까지 적응증이 확대될 것으로 예고돼 있어, 기존에 허가 받은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병용요법에 더해 진행성 위암 치료에 선택지가 다양해질 전망이다.

특히 옵디보 병용요법은 이미 지난 9월부터 HER2 음성 진행성 위암 1차 치료에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어, 키트루다를 보유한 MSD 역시 내년 초 위암 적응증 확대와 동시에 급여 신청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임상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환자들에게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치료 혜택을 시의적절하게 제공하기에는 '급여기준 개선'은 물론 '동반진단의 호환 인정'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

이에 청년의사는 키트루다의 KEYNOTE-859 임상 책임연구자이자 국내 위암 치료 분야의 석학인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를 만나 진행성 위암 치료에 면역항암제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 및 제언을 들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진단검사로 시간 낭비, 돈 낭비호환 인정해줘야"

라선영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가장 먼저 혼선을 가져올 요인으로 진단검사를 꼽았다. 현재 HER2 음성 환자 중 'PD-L1 CPS 5 이상'인 환자에서 급여 적용되는 옵디보는 진단검사로 'IHC 28-8 pharmDx 검사(이하 28-8)'을 사용하고 있는데, 키트루다의 경우에는 'IHC 22C3 pharmDx 검사(이하 22C3)'를 사용하기 있기 때문이다.

옵디보는 CheckMate-649 연구에서 사용한 '28-8'을, 키트루다는 KEYNOTE-859 및 KEYNOTE-811 연구에서 사용한 '22C3'을 각각의 동반진단기기로 허가 받을 수 밖에 없고, 이것이 급여 기준에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며 문제가 발생하는 것.

라 교수에 따르며, 현재 4기 위암 환자가 내원하게 되면 가장 먼저 HER2 검사와 함께 PD-L1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원칙은 HER2 검사를 먼저하는 게 맞지만, HER2 양성보다는 음성 환자가 훨씬 많고, HER2 음성인 경우에는 옵디보라는 치료 선택지에 있기 때문에 급여 적용 여부를 보기 위해서 PD-L1 검사까지 처음부터 진행하는 것이다. 이때 급여가 되는 진단검사는 '28-8'이다.

하지만 만일 키트루다가 국내에 도입되면 '28-8'과 '22C3'을 두 개 다 검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는 각각의 동반진단검사로 PD-L1 진단을 받아야만 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라 교수는 "이런 문제가 분명히 예상되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는 두 검사의 호환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간 낭비, 돈 낭비, 슬라이드 낭비를 피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급여기준이 서로 다르게 잡히게 되는 것도 현장에선 선택의 문제로 남는다.

현재 옵디보는 'PD-L1 CPS 5 이상'인 환자에서 급여 적용되고 있지만, 키트루는 'CPS 1 이상'이나 'CPS 10 이상'에서 급여기준이 잡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임상시험 디자인과 그에 따른 분석 결과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임의로 통일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키트루다의 급여기준이 뭐가 됐든 'CPS 1~10'인 환자들이 치료 지연을 겪지 않으려면, 현재로선 두 개의 동반진단검사를 모두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 교수는 "동반진단은 치료제에 맞는 환자를 선택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제도는 맞다"며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커서는 안되는 것처럼, 동반진단 때문에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낭비돼서는 안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이유로 유럽에서는 어떤 동반진단기기로 검사를 하든 'CPS 5 이상'인 환자에서는 모두 급여를 적용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라 교수는 'CPS 5'는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개입될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에 'CPS 1'이 더 적합한 기준임을 강조했다.

라 교수는 "만일 CPS 1 이상에서 '효과가 너무 약하다'라고 한다면 이렇게 주장해서는 안되지만, 키트루다의 경우 올-커머(all-comer)는 물론 CPS 1 이상에서도 유의미하게 개선시킨 데이터가 이미 나와 있다"며 "어떤 검사로든 CPS 1 이상인 환자에서 급여를 적용해 준다면, 향후 임상에서의 사용이 매우 단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라 교수는 "가능하면 많은 위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하는 게 임상의 바람"이라고 피력했다.

위·식도암에서 기존 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를 추가하면 독성은 크게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게 현재 중론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것.

실제 지난 10월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에서 KEYNOTE-859 연구의 건강 관련 삶의 질(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HRQoL) 결과가 발표됐는데, 분석 결과 키트루다 병용군의 건강 관련 삶의 질이 항암화학요법과 전반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삶의 질 통증 척도의 경우에는 키트루다 병용군에서 더 우호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라 교수는 "예를 들어 세포독성항암제는 써서 효과는 좋은데 부작용이 심해 환자가 너무 고생을 하니까 문제이지만, 면역항암제는 추가하면 효과를 오르는데 독성은 별 차이가 없다"며 "다만 비용이 문제인데, 이 부분만 해결된다면 더 많은 위암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를 쉽게 간편하게 쓸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MSI-H 환자에서 급여 사각지대, 구제 방안 찾아야"

한편 라 교수는 PD-L1 발현율만 가지고 면역항암제 사용에 대한 판단을 하기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PD-L1 음성인 환자 중에서도 면역항암제에 뛰어난 치료 반응을 보이는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환자가 일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환자들은 현재 MSI-H 진단을 받아도 PD-L1 발현율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옵디보 치료에 급여를 받을 수 없다.

라 교수는 "진행성 위암에서 MSI-H 환자 비율은 약 3~5%"라며 "환자 수가 극히 적기 때문에 MSI-H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3상 임상 데이터를 얻을 수가 없어, 국내에서는 급여를 받을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는 MSI-H 또는 불일치 복구 결함(dMMR)을 가진 전이성 위암 환자의 2차 치료에 '키트루다 단독요법'이 허가돼 있다. 하지만 해당 적응증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된 키트루다 13개 적응증 일괄 급여 신청 안건에 포함돼, 급여 심사에 진전이 없는 상황. 즉, 진행성 위암 환자가 MSI-H 진단을 받아도 1차든, 2차든 급여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라 교수는 이어 "그렇게 때문에 조직검사로 MSI-H를 진단 받으면 키트루다를 단독요법으로 쓰는 적응증에 대해 신속하게 급여를 적용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라 교수는 MSI-H 환자가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를 비급여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현재 국내 임상 현장에서는 급여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환자가 비급여로 옵디보를 사용하게 되면, 함께 사용하는 화학요법까지도 일괄 비급여로 전환되는 실정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옵디보에 더해 화학요법 비용까지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라 교수는 "환자가 옵디보를 비급여로 쓴다고 해서 기존에 급여로 쓰고 있는 화학요법까지 비급여로 전환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학회에서도 옵디보 회사 측에서도 이런 경우 기존의 화학요법은 급여로 유지하되, 옵디보만 환자 부담 100%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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