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바이오마커 '클라우딘 18.2' 등장…동반진단 수가는?

전세계 최초로 개발된 '클라우딘 18.2(Claudin 18.2)' 표적 치료제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가 최근 국내에 도입되며, 신약 불모지로 불리던 전이성 위암 치료에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빌로이 허가와 함께 '클라우딘 18.2' 양성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동반진단기기를 동시 허가했음에도, 국내 진단수가제도가 가진 맹점으로 인해 한동안 클라우딘 18.2 양성인 위암 환자들은 진단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됐다.

식약처는 지난 20일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빌로이'와 한국로슈진단의 'VENTANA CLDN18 (43-14A) RxDx Assay'를 동시 허가했다.

빌로이는 위에서 발현 및 노출되는 단백질인 '클라우딘 18.2'와 결합해 작용하는 면역글로불린 단일클론항체다. 이번 국내 허가를 통해 빌로이는 '클라우딘 18.2 양성이면서 HER2 음성의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인 환자에 대한 1차 치료로서 플루오로피리미딘계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사용된다.

국내 대표적인 고형암인 위암은 조기 진단과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5년 상대생존율이 점차 향상되고 있지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 치료의 경우 여전히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2017~2021년) 진단된 국내 위암 환자 중 원격 전이 단계에서의 5년 상대생존율은 6.6%에 불과하다. 이러한 한계는 위암이 다른 암종에 비해 발병 기전이 복잡하고 조직학적 다양성을 지니고 있어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표적 치료가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승인된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이에 클라우딘 18.2는 전이성 위선암 및 위식도 접합부 선암 치료를 위한 유용한 바이오마커로 주목 받아왔다.

클라우딘 18.2는 위점막세포의 암 발생 과정에서 노출되는 단백질로 림프절 전이 및 원격 전이 부위에서도 일부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이성 위암 환자 중 약 90%가 HER2 음성 환자이며, 이 중 약 40%에 달하는 환자가 클라우딘 18.2 양성 환자인 것으로 보고된다.

빌로이는 클라우딘18.2 양성, HER2 음성인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에서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해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을 모두 유의미하게 개선시켰다.

그림. SPOTLIGHT와 GLOW 연구의 최종 통합 분석(pooled final analysis) 결과 (출처: ESMO 2024)
그림. SPOTLIGHT와 GLOW 연구의 최종 통합 분석(pooled final analysis) 결과 (출처: ESMO 2024)

일례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 교수는 최근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에서 빌로이의 두 가지 중추 3상 임상시험인 SPOTLIGHT와 GLOW 연구의 최종 통합 분석(pooled final analysis) 결과 발표를 통해 "졸베툭시맙과 화학요법 병용은 위약과 화학요법 병용 대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PFS 및 OS 개선을 지속적으로 입증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림).

이어 "이러한 결과는 졸베툭시맙과 화학요법 병용이 클라우딘18.2 양성, HER2 음성인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의 1차 치료에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ESMO 2024 현장에서 만난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역시 빌로이의 등장을 주목했다.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의 등장에 더해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제시된 '클라우딘18.2'가 향후 4기 위암 1차 치료 지형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본 것.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라 교수는 "과거에는 HER2 검사를 통해 양성과 음성인 환자를 기준으로 치료법이 갈렸다면, 이제부터는 HER2와 함께 PD-L1, 클라우딘18.2, MSI-H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환자별 최적의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맞춤형 치료가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과거 '트라스투주맙', 화학요법에 불과했던 1차 치료 옵션에 면역항암제와 빌로이가 더해지면서 치료제 선택에 있어 '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라 교수는 현행 진단수가제도로는 국내 위암 환자들이 진단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국내에서는 식약처에서 동반진단으로 허가한 검사 시약을 사용해 특정 약물에 대한 약물반응성을 예측하고 투여 대상을 선별하는 경우, 동반진단에 해당되는 'Level 2' 수가 산정이 가능하다. 즉, 한국로슈진단의 VENTANA CLDN18 (43-14A) RxDx Assay로 빌로이 투여 대상을 선별하면 'Level 2' 수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동반진단으로 수가 산정이 가능한 항목은 보건복지부 고시 2019-28호의 세부인정사항에 의거해 'PD-L1', 'ALK' 두 개의 바이오마커로만 제한돼 있어, 치료제와 동반진단 시약이 모두 식약처 허가를 받더라도 5개월 이상 소요되는 세부 인정사항 개정 절차를 통해 새 바이오마커를 추가해야 급여 검사 처방이 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한국로슈진단이 '클라우딘18.2'를 동반진단 인정 항목에 추가하는 수개월 동안 병리과에선 동반보조진단인 낮은 'Level 1' 수가로 검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고, 병원 입장에선 비용 및 업무만 늘어나는 검사를 굳이 나서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라 교수는 "클라우딘18.2의 경우 (현재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로 알려진) PD-L1 검사에 비해서도 원가가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문적인 장비와 숙련된 병리학자의 판독이 필요한 이런 검사에 적정한 수가가 보상되지 않으면, 일부 병원이나 특히, 지방 병원에서는 검사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환자들이 자칫 진단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인정한 동반진단 검사의 경우 자동적으로 'Level 2' 수가로 처방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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