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 CHMP, '키트루다'의 위암 적응증 승인 권고
권고 근거는 라선영 교수 주도 글로벌 3상 연구

국내 의료진이 이끈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위암 적응증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키트루다의 경우 앞서 한 차례 임상 실패로 위암 적응증 확대에 난항을 겪은 바 있어, 위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국내 의료진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PD-L1 양성(CPS ≥1)이고 수술이 불가한 국소 진행성 혹은 전이성 HER2 음성 위 또는 위식도 접합부(GEJ) 선암의 1차 치료에 플루오로피리미딘계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키트루다'를 승인할 것을 권고했다.

CHMP는 한국으로 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문 기관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격으로, 통상 CHMP 권고사항은 그대로 유럽위원회(EC) 결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키트루다의 위암 적응증 확대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키트루다의 위암 적응증 확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올 4분기로 예정상된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주목할 부분은 이번 CHMP 권고에 근거가 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이 바로 국내 의료진이라는 점이다.

키트루다는 KEYNOTE-859 연구를 통해 종양에 PD-L1이 발현된(CPS ≥1) 환자에서 화학요법과의 병용으로 화학요법 단독 대비 전체생존기간(O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시키며,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했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는 해당 임상시험의 책임 연구자로서, 글로벌에서 키트루다의 위암 적응증 허가에 길을 텄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KEYNOTE-859 연구의 성공은 앞서 키트루다가 한 차례 임상 실패를 맛본 바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키트루다는 또 다른 글로벌 임상인 KEYNOTE-062 연구를 통해 4기 위암 1차 치료에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했지만, 2019년 해당 연구는 실패로 끝난 바 있다.

KEYNOTE-062 연구에서는 키트루다 단독요법 또는 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을 화학요법 단독과 비교 평가했는데, 두 시험군 모두에서 대조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전체생존기간(OS) 및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을 실패한 것이다.

결국 4년이 지나서야 키트루다는 KEYNOTE-859 연구를 통해 4기 위암 1차 치료 옵션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하게 됐다.

라선영 교수는 올 3월 개최된 유럽종양학회 가상 플래너리(ESMO Virtual Plenary) 세션에서 KEYNOTE-859 연구의 첫 번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데이터에 따르면, 키트루다는 화학요법과 병용해 화학요법 단독 대비 OS, PFS 및 객관적반응률(ORR)에 있어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여줬다.

1차 평가변수인 OS 중앙값은 키트루다 병용군에서 12.9개월로 대조군의 11.5개월과 비교해 사망 위험을 22% 감소시켰으며, 2차 평가변수인 PFS 중앙값은 각각 6.9개월 대 5.6개월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24% 낮췄다.

이같은 OS, PFS의 이점은 지역 및 PD-L1 발현률, 화학요법 종류를 포함한 하위그룹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났으며,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화학요법 단독과 비교해 반응률(ORR 51.3% 대 42.0%)과 반응지속기간(DOR 중앙값 8.0 대 5.7개월) 또한 개선시켰다.

한편, 동일 기전의 경쟁 제품인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키트루다 위암 적응증은 올커머(All-comer)가 아닌 'CPS ≥1'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키트루다에 앞서 4기 위암 1차 치료에 허가 받은 옵디보는 동일한 3상 임상시험(CheckMate-649 연구)을 근거로 미국과 한국에서는 PD-L1 발현 여부와 상관없이 올커머를 대상으로 허가 받았지만, 유럽에서는 'CPS ≥5'으로 허가 받은 바 있다.

PD-L1 발현률에 따른 CheckMate-649 연구의 추가 분석 결과, 'CPS ≥5'인 환자군에서 임상적 혜택의 크기가 더 컸기 때문이다.

라선영 교수 또한 지난 6월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에서 PD-L1 발현률에 따른 KEYNOTE-859 연구의 추가 분석 결과가 발표했는데, 키트루다의 병용은 전체 환자군과 유사하게 'CPS ≥1' 및 'CPS ≥10'인 환자군에서 대조군 대비 모든 평가변수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개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CPS ≥1'인 환자군과 'CPS ≥10'인 환자군에서 대조군과 비교한 OS 위험비(HR)는 0.74와 0.65로, 전체 환자군에서의 0.78보다 더 벌어져 PD-L1 발현률이 높을수록 OS 개선의 정도도 커진다는 것을 시사했다. 또한 이는 2차 평가변수인 PFS, ORR 및 DOR에서도 일관된 경향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라선영 교수가 KEYNOTE-859 연구를 이끌며 국내 환자들이 해당 임상에 대거 참여한 만큼, 유럽과 미국 못지 않게 국내에서도 키트루다의 위암 적응증 확대가 신속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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