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①
“기존 2차 약제 부작용 크고 효과는 아쉬워…한계 여실”
“환자 삶의 질 하락 막기 위해 효과적인 약제 도입돼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하 DLBCL)은 림프종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비호지킨 림프종 중에서도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아형이다. 여기에 더해 생활 습관의 서구화, 고령화 등으로 인해 국내 B세포 림프종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DLBCL은 질병 진행이 빠르고 재발이 잦지만 치료 반응이 좋을 경우 완치에 이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CAR-T, 이중특이항체 등 새로운 모달리티와 작용기전을 가진 신약이 대거 등장하면서 치료 예후에 관한 환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오는 7월부터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을 맡게 되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를 만나 DLBCL에 관한 최신 지견과 신규 약제들이 가지는 임상적 의미, 그리고 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제언 등에 대해 들었다.

- 최근 국내 B세포 림프종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림프종은 호지킨 림프종처럼 젊은 연령에 많이 발생하는 일부 타입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발생 빈도가 증가는 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령화 시대로 가면 갈수록 발생 빈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진료현장에서는 10년 전에 비해서 B세포 림프종 환자가 늘었음이 느껴진다.

DLBCL뿐만 아니라 공격성이 덜하다고 볼 수 있는 저등급, 지연형 림프종인 소포성 림프종(FL) 환자도 엄청나게 많이 늘었다. 소포성 림프종은 병리학적으로 DLBCL과 상당히 비슷한 스펙트럼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포성 림프종이 재발하면서 형질 전환이 일어나 DLBCL이 될 수도 있다.

- 현재 DLBCL 표준 치료요법인 ‘R-CHOP’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사이클로포스파미드(C), 하이드록시도노루비신(H, 독소루비신), 온코빈(O, 빈크리스틴), 프레드니손(P) 등 수십 년 전에 개발된 세포독성 항암제로 이뤄진 복합 항암요법에 CD20을 타깃 하는 면역항암제 ‘리툭시맙(R)’ 투여를 병행하는 것으로, 국내에서 사용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해당 치료법으로 효과를 보는 환자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표준 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

그럼에도 40% 정도의 환자들이 치료에 실패하기 때문에 1차 치료에서 R-CHOP보다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R-CHOP을 대조군 삼아 리툭시맙에 새로운 물질을 더한 임상시험들은 그동안 계속 실패하고 있다. 즉, 현재까지는 R-CHOP이 상당히 효과적인 치료법인 것이다.

- 그럼 R-CHOP 요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 후 재발하는 환자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40% 정도의 환자들이 R-CHOP 이후에 병이 재발하거나 불응을 보인다. 이 경우 2차 치료를 시도하고 여기서 반응을 보인다면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도해볼 수 있다. 만일 2차 치료 이후에도 재발하게 된다면 CAR-T 치료제를 사용하거나 임상시험에 참여하거나 하는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 2차 치료에는 어떤 약제가 사용되나. 해당 단계에서의 치료 성적도 궁금하다.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는 2차 치료 요법에는 ESHAP(에토포사이드/메틸프레드니솔론/시스플라틴/시타라빈)이나 ICE(이포스파미드/카보플라틴/에토포사이드) 등이 있다.

해당 약제들은 굉장히 오래된 세포독성 항암제로, 이론적으론 1차 치료에 사용됐던 CHOP과 겹치지 않는 타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해 기존 치료에 내성을 획득한 암세포를 죽이자는 취지지만 들이는 노력 대비 효과는 실망스럽다. 부작용 가능성도 높고 세포 독성도 더 강하다. 해당 치료로 인해 면역이 떨어지면 기회감염 및 패혈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1차 치료에 실패한 사람이 100명이라고 할 때,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험 급여가 인정된 구제요법(salvage treatment)을 시행하고, 여기에 반응을 보여 자가조혈모세포 이식까지 진행할 수 있는 환자는 30명 정도다. 나이가 많으면 이식이 어렵고,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2차 치료가 효과 적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 30명 중 절반은 또 재발한다. 결론적으로 2차 치료에서 완치가 되는 환자 비율은 보수적으로 볼 때 10~15% 정도다.

때문에 1차 치료에 불응하거나 재발한 환자를 위한 2차 치료가 DLBCL 국내 치료 환경에서 가장 취약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3차 치료에서는 CAR-T 치료제가 급여를 인정받았지만 2차 치료에는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 외에 새롭게 급여가 적용된 치료제가 전혀 없다. 때문에 환자들이 결국 전통적인 치료를 받거나 굉장히 비싼 치료제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2차 치료의 미충족 수요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 현재 DLBCL 2차 치료 단계가 취약한 상태라고 했는데, 단순히 기존 치료 요법의 완치율이 낮기 때문인가.

2차 치료를 진행하면 환자들이 고생도 많이 하고 효과 측면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림프종 치료는) 궁극적으로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돌보는 일인데 재발이 반복돼 병원을 계속 다니다 보면 환자는 사회적으로 자기 역할을 하기 힘들고. 주변 보호자(care giver)들도 굉장히 힘들어 한다.

가령 2008년에 림프종 진단을 받고 10년 동안 여러 치료로 버티다가 2018년에 사망한 환자가 있다고 치자. 그럼 4기 림프종 환자가 10년 동안 버틸 수 있도록 도왔으니 잘한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분은 10년의 대부분을 치료에 할애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살았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 측면에서 너무나 고통 속에 산거다. 그렇기 때문에 진단 받고 치료 후 재발하지 않고 잘 지내는 게 제일 좋은 거고, 설령 재발을 하더라도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빨리 사회로 복귀하고 남은 삶을 건강히 지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이 필요하다는 건 자명하다. 한 번 재발한 사람이 또 재발하지 않도록 효과적인 치료제가 빨리 도입되고 보험까지 적용이 돼 3차, 4차 치료까지 가는 일을 줄여야 한다. 사회적인 의료비용까지 줄일 수 있는 길이다.

- 최근 다양한 신약이 개발되고 국내에서도 허가를 얻고 있는 상황인데 치료 환경에도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본인 부담으로 투여해야 하는 약제로는 현재 ‘폴라이비(성분명 폴라투주맙 베도틴)’, 리툭시맙+벤다무스틴 등이 있지만 비용이 매우 비싸다. 레날리도마이드를 베이스로 하는 치료제들은 사전 신청 요법으로 쓸 수는 있으나 3차 치료부터 가능하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쉽게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 신규 약제 중에선 ‘민쥬비(성분명 타파시타맙)가 지난해 국내에서 2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국내 환자들이 어떤 혜택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CD20을 타깃으로 하는 리툭시맙과 다르게 민쥬비는 CD19를 타깃으로 하며, 단클론 항체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심하지 않다. 부작용이 적으면 나이가 많이 드신 분에게도 쓸 수 있고 외래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임상시험 데이터로 좋은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또 민쥬비와 함께 병용요법으로 허가받은 레날리도마이드는 다발골수종 치료제 가운데 기본 중의 기본인 백본 치료제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임상시험 데이터와 리얼월드 데이터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치료 효과는 급여 환경 하에서 처방이 이뤄져야 알 수 있겠지만 리툭시맙+레날리도마이드가 기존의 전통적인 구제항암요법보다 일부 환자들에게서 더 좋은 결과를 나타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유추해볼 때 민쥬비+레날리도마이드도 좋은 결과를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럴 듯한 2차 치료제 중 급여가 되고 있는 약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작용 기전을 지닌 약제의 도입이 시급한 상황에서 빠른 급여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 민쥬비에 앞서 국내에 CAR-T 치료제가 들어오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CAR-T 치료제는 민쥬비와 마찬가지로 CD19를 타깃하고 있어 두 약제의 처방 순서에 따라 치료 효과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쥬비 사용이 다음 단계의 CAR-T 치료제 치료에 무조건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CAR-T 치료제는 CD19 타깃 치료제가 있는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LL)에서도 급여 적용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DLBCL에서도 R-CHOP 이후에 본인 부담이긴 하지만 리툭시맙+레날리도마이드, 리툭시맙+GDP(젬시타빈/덱사메타손/시스플라틴), 리툭시맙+ICE처럼 동일한 약제를 또 쓰기도 한다. 이를 감안하면 같은 타깃을 노리는 치료제에 노출되더라도 해당 타깃이 종양 세포에서 계속 발현되고 있다면 효과 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컬럼비(성분명 모수네투주맙)’나 ‘룬수미오(성분명 모수네투주맙)’, ‘오드로넥스타맙’ 같은 CD20 타깃 이중특이항체 약제도 이미 R-CHOP을 통해 CD20 타깃 약제에 노출됐던 환자들에게 다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동일 타깃이지만 다른 작용기전(MOA)을 지닌 약제를 쓰는 방식은 그동안 쭉 이어져왔다. CD19에 대해서만 특별히 더 우려할 필요는 없고 CD20과 마찬가지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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