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석 교수, 엡코리타맙 병용 임상 EPCORE NHL-5 구연 발표
"레날리도마이드에 따른 T 세포 활성화, 깊고 지속적 반응 유도" 

[샌디에이고=김윤미 기자] 예후 나쁜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DLBCL) 치료에 애브비가 개발한 CD20xCD3 타깃 이중특이항체 '엡코리타맙'이 레날리도마이드와의 병용으로 깊고 지속적인 반응을 보여주며, 병용요법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 교수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23)에서 EPCORE NHL-5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 교수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23)에서 EPCORE NHL-5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 교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23)에서 엡코리타맙 피하주사제와 레날리도마이드 경구제의 병용요법을 평가한 1b/2상 임상 EPCORE NHL-5 연구의 첫 번째 데이터를 발표했다.

EPCORE NHL-5 연구는 예후가 좋지 않은 비호지킨림프종 환자에서 엡코리타맙의 다양한 병용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설계된 연구로 총 7개 군으로 설계돼 있는데, 그 중 첫 번째 군(Arm 1)의 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엡코리타맙은 이미 EPCORE NHL-1 연구를 통해 거대 B세포 림프종(large B cell lymphoma, LBCL) 환자군에서 효능 및 안전성을 보여준 바 있다. 단독요법으로 전체반응률(ORR) 63%, 완전반응률(CR) 40%,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18.5개월, 완전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CR) 20.8개월을 나타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 재발·불응성 DLBCL 성인 환자 치료에 허가 받은 상황.

하지만 최근 엡코리타맙을 포함한 CD20xCD3 타깃 이중특이항체들이 속속 개발되며 기존 단독요법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 중이다. 엡코리타맙 역시 그 일환의 하나로 재발·불응성 DLBCL 환자에서 '레날리도마이드', '이브루티닙' 등과 병용하거나 DLBCL 초치료에 기존 'P + R-CHP' 요법과 병용하는 등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연구에는 이전에 항 CD20 단일클론항체를 포함하는 전신요법을 최소 1회 이상 받은 환자들이 참여했으며, 28일씩 12주기에 걸쳐 엡코리타맙 피하 주사(1~3주기 동안 매주, 4~12주기 동안 4주마다) 및 레날리도마이드 경구 투여(1~21일째 1일 1회)로 치료 받았다.

데이터 컷-오프 시점(2023년 10월 6일,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8.2개월)에 총 35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으며, 해당 환자 중 8명(23%)은 이전에 CAR-T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15명(43%)은 초치료에 불응한 환자였다.

엡코리타맙 노출기간 중앙값은 3.9개월로 환자들은 5주기 정도 엡코리타맙 치료를 받았으며, 엡코리타맙 치료를 완료한 환자는 1명, 중단한 환자는 17명이었고 나머지 17명은 투여를 지속하고 있었다.

레날리도마이드 역시 노출기간 중앙값은 4.2개월로 5주기 정도에 투여 상태였으며, 이상반응으로 인해 레날리도마이드를 중단한 환자는 2명이었다.

그 결과 분석에 포함된 32명 환자의 전체반응률(ORR)은 71.9%로 나타났다. 이 중 완전반응(CR)을 보인 환자는 53.1%였다.

엡코리타맙과 레날리도마이드 병용요법의 치료 반응은 빨리 시작돼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이었다. 반응까지 걸린 기간 중앙값은 1.8개월이었으며, 완전반응까지 걸리 시간 중앙값은 1.9개월이었다. 완전반응을 보인 환자에서 반응지속기간은 아직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ctDNA를 통해 환자들에서 잔존질환을 모니터링 했는데 빠르고 지속적인 감소를 보였으며, 완전반응을 보인 환자의 대부분이 2주기 치료 후 MRD 음성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석 교수는 "엡코리타맙과 레날리도마이드 병용은 고위험 질환(초치료 불응, 고령, 이전 CAR-T 치료 경험)을 가진 환자를 포함한 재발·불응성 DLBCL 환자에서 깊고 지속적인 반응을 보였다(ORR 72%, CR: 53%)"며 "또한 새로운 안전성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고, 관리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 교수

발표 후 현장에서 만난 김 교수는 엡코리타맙과 레날리도마이드 병용요법이 유망한 기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CD20xCD3 타깃 이중특이항체는 하나의 가지가 암세포에 존재하는 CD20에 달라붙고, 또 하나의 가지는 CD3에 붙어 T 세포를 유도함으로써 항암 효과를 낸다"며 "또한 레날리도마이드는 예전부터 T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둘을 함께 사용하면 이중특이항체로 유도된 T 세포를 레날리도마이드가 활성화해 항암 효과가 더 커지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 6개 정도의 CD20xCD3 타깃 이중특이항체가 전세계 시장에 출시돼 있고, 이 모든 약제들이 단독요법으로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입증한 상황"이라며 "또한 실제 엡코리타맙 이 외 다른 약물들도 레날리도마이드와 병용하는 연구들을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교수에 따르면, 초기 연구자들은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CRS)이나 면역세포연관 신경독성증후군(immune effector cell-associated neurotoxicity syndrome, ICANS)과 같이 면역요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중특이항체가 CD3에 붙어 T 세포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여기에 레날리도마이드로 T 세포를 활성화까지 한다면 과연 괜찮을까 하는 우려가 있엇던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를 보면 레날리도마이드의 병용이 이런 면역 관련 부작용을 더 증가시키는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린 CD20xCD3 타깃 이중특이항체와 레날리도마이드의 병용이 앞으로 사용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유망한 조합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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