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PA 간호사 진료보조행위 합법성 모호…“현실적 방안 아냐”
불법의료지시 신고센터 설치 등 ‘셀프 안전장치’ 만드는 간호사들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PA 간호사 투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병원들은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간호사들은 불법의료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안전장치를 만들고 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PA 간호사 투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병원들은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간호사들은 불법의료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안전장치를 만들고 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 발생 시 진료지원인력(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투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병원들은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미 진료현장에서는 PA 간호사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진료보조행위의 합법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의사 업무를 일부 위임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현재 법적 안전장치도 없는 상황이다.

앞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지난 15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공의 등 파업으로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경우 PA 간호사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병원들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본격화한 지난 20일부터 예약된 검사·수술 등을 축소하고 입원환자 퇴원 시기를 앞당기는 등 전문의 중심의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PA 간호사 활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에 있는 A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대부분 병원들이 환자를 줄였다. PA 간호사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울 대체인력으로 고려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PA 간호사들이 진료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지만 기존 업무범위에서 벗어나거나 추가된 업무는 없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힘들어지면 외래 진료도 대폭 줄여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전남지역 B대학병원 관계자는 “입원이나 수술을 이미 30% 줄였다. 진료과별 상황에 따라 안정된 환자라면 퇴원도 권유할 계획”이라며 “당장 전공의를 대신해 PA 간호사를 투입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PA 간호사들이 하던 업무 이외에 다른 업무를 추가해 지시한 사항도 없다”며 “그러나 장기화돼 교수진 업무가 포화상태에 이를 때를 대비해 (PA 간호사 업무 확대를) 논의 중에는 있다”고 했다.

불안감 커지는 간호현장…불법의료지시 신고센터 설치도

현장 간호사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병원 노동조합은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불법의료지시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보호조치’를 발령하고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셀프 안전장치'를 만들고 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박나래 사무처장은 “보라매병원의 경우 드레싱, 컬쳐(배양을 통한 조직검사) 등 일부 인턴 업무가 간호사에게 위임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중환자실의 경우 인턴 업무를 하는 처치 전담간호사가 있는데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간호사 입장에선 환자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 거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내 업무가 아니라고 환자를 방치할 수 없다. 응급 상황이 생기거나 CPR이 터졌을 때 ‘의사 업무라서 못 한다’고 답할 수 있는 간호 인력이 얼마나 될지가 딜레마다. 만약 불법적인 일을 강요하거나 거부해도 종용한다면 병원 본부에 항의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노조 관계자는 “어제 신고 게시판을 신설했는데 현재 신고가 들어오거나 노조에서 파악한 내용은 없다. 현장에서도 의사의 일이 일임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간호부에 방문해서 다른 인력을 대체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했다.

고대안산병원 한 간호사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처럼 간호사나 환자들이 피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가 PA 간호사를 대체 인력으로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현장 간호사들도 법적 보호가 어려운 상황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력 몇 년 이상의 전문 간호사만 PA 간호사가 될 수 있다는 조건이나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규 간호사도 PA 간호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간호사에 대한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이 발생하면 노조에서 모니터링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도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에로사항 신고센터’로 100건 이상 신고 됐다고 밝혔다. 현재 의료공백 위기 대응 간호사 TF에서 신고내용을 분석하고 있으며 대응 방안을 의논해 발표할 예정이다.

간협은 “PA 간호사에 대한 불법의료 지시에 앞서 간호사 업무 범위를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해서 법적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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