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노조 "강제 휴가로 노동권 침해 발생"

일부 병원이 전공의 공백으로 환자 수를 조절하면서 간호사에게 강제 휴가를 권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청년의사).
일부 병원이 전공의 공백으로 환자 수를 조절하면서 간호사에게 강제 휴가를 권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청년의사).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일부 병원에서는 오히려 간호사에게 강제 휴가를 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일정을 취소하고 환자를 퇴원 조치한 만큼 평상시의 간호사 인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은 최근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조합원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노조는 이를 통해 ▲불법인 강제 휴가에 대해선 거부하기 ▲늘어난 노동시간에 대한 정당한 대가 요구 ▲불법 의료 지시에 불응한다 등 지침을 내리고 관련 부당 지시가 발생할 경우 노조 대의원 혹은 간부에게 전달하라고 했다.

실제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각 부서에서 휴가 사용 ‘권고’가 내려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 A간호사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전공의 사직으로 환자 수를 조절하면서 간호사에게 휴가를 쓰라는 공지가 내려오고 있다. 환자 수가 줄면서 평소의 간호사 인원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관리자는 간호사들이 평소에 휴가를 쓰지 못 하니 여유로울 때 쓰라고 하지만 의사가 파업하는데 왜 내 휴가를 써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A간호사는 “원하지 않는 휴가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휴가를 신청해도 반려되는 일이 많은데 갑자기 쓰라고 하니 당황스럽다. 게다가 아직 연초인데 지금 쓰면 나중에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할 것”이라며 “거절할 수 있지만 그러면 다른 부서로 파견되거나 다른 업무를 맡게 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 간호사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간호사들은 휴가를 권고하더라도 이에 거부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B간호사는 “책임간호사들이 윗선 압박으로 아랫 연차 간호사들에게 휴가를 사용해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C간호사는 “전체 공지로 온콜오프(근무였다 오프로 바뀌는 것)를 모집하더라. 그러나 파업으로 처치, 노티, 처방이 원활하지 못해 적은 수의 환자를 봐도 바쁜 실정”이라며 “온콜오프를 신청하지 말고 소중한 연차라도 아껴뒀다 나중에 쓰고 싶을 때 쓰자”고 말했다.

노동조합도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강제로 휴가를 부여해 노동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세브란스노조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수술 건수와 환자 수 감소로 업무가 줄었으니 강제로 휴가를 부여해 노동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있다”면서도 “세브란스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강제휴가를 종용해서 집단행동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다는 등의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발표한 PA 간호사 활용 방안에 대해 “집단행동을 기회 삼아 소모품처럼 취급한다”며 “지금은 임상전담간호사들을 어떻게 제도 내에 편입해 관리하고 지원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큰 의료대란은 없으나 수술·진료 지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도 했다.

노조는 “검사와 치료 일부는 전공의 공백을 대비해 미리 일정을 당겨 준비한 과도 있고 특성상 전혀 영향이 없는 곳도 있다”며 “의료대란 수준은 아니다. 수술 연기, 진료 지연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나 그 정도는 4년 전과 다르고 심각성도 이전보다 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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