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들 줄줄이 시범사업 반대 성명 발표
"초진 오진 위험, 의사 면책권 인정할 건가"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약 배달’이 빠진 것은, 물론 휴일‧야간 소아환자 등 일부에 한해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 오진 위험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진료 시작은 환자가 진료실에 걸어 들어오는 모습부터 관찰하는 것으로 문진과 이학적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재진을 원칙으로 한다지만 휴일‧야간 소아환자나 외출이 힘든 중환자 등 일부에 한해 초진을 허용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최근 어린이 환자가 병원을 돌다 사망한 사고를 보더라도 소아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예상할 수 있으며 외출이 힘든 중환자를 초진으로 대하는 것도 의료의 관점에선 상상하기 힘든 발상”이라고 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진료는 이미 진단된 병명의 환자에게 전염성 위험성이 있어 의미가 있었던 것인데 이번 발표된 초진 환자까지 포함하는 것은 환자와 의사 모두 위험해 질 수 있다”면서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료사고나 과실 책임소재에 대한 규정도 제시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는 이렇게 졸속으로 급하게 서둘러야 하는 긴급한 보건의료정책이라 볼 수 없다”며 “향후 비대면 진료를 시작하려면 우선 섬이나 산간벽지에서 의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해보고 문제점을 찾아서 보완하고 확대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도 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도 초진 비대면 진료 허용은 오진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초진 환자 비대면 진료 시 발생한 오진에 의한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진료 정보가 제한될수록 오진 가능성이 증가한다. 초진 자체가 시작부터 재진보다 정보가 제한된 상태에서 진료를 시작하는 것인데 여기서 비대면으로 진료를 하면 의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오진 위험은 심각하게 증가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환자 편의와 플랫폼 이익을 위해 의사가 모든 오진 위험을 무릅쓰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초진을 허용해야겠다면 비대면 진료에 의한 초진 진료 시 향후 오진에 의한 모든 민·형사적 책임에 대해 의사 면책권을 인정해야 한다. 동시 그 책임은 정부와 플랫폼 회사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단순히 환자 선택권만 얘기할 게 아니라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동시에 언급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비대면 시범사업 방안이 환자 안전을 등한시한다는 점과 플랫폼의 의료 종속을 가속시킨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 추진을 반대한다. 그럼에도 끝까지 시행한다면 모든 법적·행정적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도 했다.
대한내과의사회도 절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희귀질환자와 수술‧치료 후 지속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병원급 의료기관도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결국 병원급으로 확대하겠다는 장치라고 꼬집었다.
내과의사회는 “3년여 간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국민건강에 끼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증도 하지 않은 상태로 시범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양적 통계만 갖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했다는 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않은 것”이라며 “법적·제도적 정비가 이뤄진 사업도 시행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데 전문가들과 합의, 사회적 공감대는 이뤄지지 않은 온갖 편법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내과의사회는 “시범사업 원칙 중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진료라는 말이 무색하다. 오히려 희귀질환자 등은 대면 진료를 통한 정확한 평가와 세심한 관리와 상담이 필요한 대상군이라고 판단되는데 비대면 진료를 병원급으로 확대하려는 장치임에 틀림없다”며 “이는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환자 본인확인 여부가 불분명한 비대면 진료 방식을 두고 비판도 나왔다. 최근 정부의 환자 본인확인 의무화 방침과 맞지 않고 오히려 부정수급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비대면 시범사업 추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국민 건강 위해를 끼치는 추진방안을 반대한다”며 “사소한 것 하나라도 함께 어우러져 환자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선의 결과를 저해하는 요인이 있다면 정부는 최소화하며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비대면 진료는 활성화를 논할 대상이 아니라 철저하게 제한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대개협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준비 없이 시작된 비대면 진료가 무분별한 비만, 탈모 처방 등을 양산시킨 것을 보면 그 문제점을 실감하게 된다. 잠재됐던 비만, 탈모, 미용 등의 수요를 부추겨 전체 의료비 부담도 커질며 약화 사고 위험성도 증가할 게 뻔하다”면서 “편리성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대개협은 “환자와 의사가 상호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화상통신을 원칙으로 하되 노인이나 스마트폰이 없어 화상통신이 불가능한 경우 예외적으로 음성전화도 인정하기로 한다는 방침인데 이는 최근 의료기관에 환자 본인확인 의무를 강제화하려는 마당에 건강보험 부정수급 온상이 될 여지도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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