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까지 간호사 회원 대상 단체행동 설문조사 실시
ICN 사프리아노 회장 서신 전달 "간호법 제정 선물 달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현장 간호사들이 국회와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사진제공: 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 압박에 나서고 있다(사진제공: 대한간호협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에 이어 대한간호협회도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번에는 간호사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며 반발했다.

간협은 이를 위해 전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오는 14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조사 결과는 오는 15일 공개할 예정이다.

간협은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공포를 앞두고 있다”며 “그러나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이 언급되고 있어 간호계의 초강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간협은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법 반대 단체들은 지난 3일 간호법 규탄대회와 연가투쟁을 실시했고 오는 11일 2차 연가투쟁·단축진료, 17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라며 “이 같은 겁박에 굴복한 보건복지부는 간호법에 대해 부정적인 카드뉴스와 인터뷰를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간협은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간호사의 숭고한 가치가 위협받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은 간호사에대 한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이에 간협은 최후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에 회원들의 뜻을 묻고자 한다”고 했다.

간협은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제간호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f Nurses, ICN) 파멜라 사프리아노(Pamela Cipriano) 회장의 서신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프리아노 회장은 서신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는 인구 고령화와 만성 질환 증가로 인해 전문가로서 간호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90여개 이상의 국가들이 간호법을 제정하고 있다”며 “수준 높은 간호와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은 1923년, 영국은 1939년, 일본은 1948년에 간호법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사프리아노 회장은 “대한민국의 경우 포괄적인 법률인 의료법으로 간호사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간호법은 환자 안전을 보장하고 간호사의 채용과 근속을 개선하며 명확한 규제 및 교육 기준과 절차를 수립하고 적절한 근무 환경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프리아노 회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19세기 후반부터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 여성을 교육하기 시작해 다양한 사회활동에 진출하게 됐다”며 “대한민국 간호도 이 시기부터 발전했고 전문직으로 인정 받고 있으나 간호법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12일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탄생 203주년을 맞는 해이며 한국 간호가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라며 “역사적인 순간에 헌신적으로 간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온 간호사들에게 간호법 제정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주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8일 오전 ICN 파멜라 사프리아노 회장의 간호법 제정 요청 서신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사진제공: 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협회는 8일 오전 ICN 파멜라 사프리아노 회장의 간호법 제정 요청 서신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사진제공: 대한간호협회).

간협은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간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행정부인 복지부와 입법부에 있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공권력이며, 독점적 권력을 통해 간호법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거짓 주장의 실체를 전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간협은 “복지부와 국민의힘 정책위는 간호법을 두고 ‘간호사만 혼자 돌봄한다’, ‘의료법 통일체계를 뒤흔든다’, ‘간호조무사를 차별한다’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간호법은 의료기사법, 약사법처럼 간호인력의 양성과 면허 및 자격 업무, 근로환경과 처우 개선을 통한 간호인력 확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간협은 “임상병리사와 방사선사는 의료기관에 종사하지만 의료기사법이라는 독립된 법률 체계로 규정돼 있다"며 "임상병리사와 방사선사도 의료법 통일체계를 흔들도 의료협업을 저해하며 환자를 혼자 돌본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건가”라고 말했다.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의 학력 기준의 경우 복지부가 입법한 현행 의료법과 동일한 내용이라며 간호조무사 학력 차별 논란의 원인이 간호법이 아닌 복지부에 있다고도 했다.

간협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도 ‘복지부가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이 부여된다”며 “모든 대학 졸업자가 간호사나 의사가 될 수 없고 법률에서 정한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한 자만이 국가시험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간협은 “현행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은 지난 2012년 복지부가 입법한 내용에서 시작돼 현행 의료법에 규정된 것”이라며 “간호법은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자 관련 규정을 의료법과 동일하게 했다.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이 차별이라는 것은 간호법이 아니라 복지부가 입법한 의료법이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그러나 복지부와 국민의힘 정책위의 허위 사실을 근거로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간호사들은 의사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지만 부당한 공권력 폭거에 맞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