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여아 사망 사건 수술실 CCTV 영상 논란
“수술실 한 곳만 있게 하면 대한민국 수술 불가능”

JTBC가 지난 17일 보도한 4세 여아 사망 사건 관련 수술실 CCTV 영상 화면(JTBC 방송 화면 캡처).
JTBC가 지난 17일 보도한 4세 여아 사망 사건 관련 수술실 CCTV 영상 화면(JTBC 방송 화면 캡처).

골절 수술을 받던 4세 여아가 사망한 사건으로 ‘수술실을 들락날락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수술실 CCTV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수술실에 ‘머물지 않은’ 마취과 의사가 논란이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경기 김포 한 정형외과에서 4세 여아가 부러진 팔꿈치 부위를 수술 받았다. 수술 시간은 12분 정도였지만 여아는 깨어나지 못했다. JTBC는 당시 수술실 CCTV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그리고 마취과 의사가 수술실을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집중 조명됐고 “밀착 감시해야 하는” 마취과 의사가 주의 관찰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그게 바로 한국 의료 현실”이라는 말이 나왔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마취과 의사가 그 자리를 지키는 일이 오히려 더 드물다고 했다. ‘마취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수술실 2~3개를 동시에 관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취과 의사가 자리를 비울 경우 보통 마취전문간호사 등 간호사가 그 자리를 지키며 ‘백업’한다고 했다.

한 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수술실마다 마취과 의사를 1명씩 배치해 수술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게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수술을 불가능하다”며 “우리 병원에만 30개가 넘는 수술실이 있는데 동시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마취과 의사가 30명 이상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런 인력이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마취과 의사 1명이 수술실 2~3곳을 담당하고 수술실마다 (마취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간호사를 배치한다”며 “이런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다면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이후에는 더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지원이 몰리는 ‘인기과’인 마취통증의학과인데도 마취 인력이 점점 부족해지는 이유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수술실에 남는 의사가 적기 때문이다. 마취보다 통증의학 분야를 선택하는 의사가 많다. 그 중 소아와 분만 분야 마취는 위험 부담이 커서 더 기피한다(관련 기사: 전공의 지원자 몰리지만 마취 전문의는 줄고 있다, 왜?).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연준흠 회장은 “마취과 의사가 수술 시작부터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병원이 충분한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며 “응급 수술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자리를 떠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간호사 등 또 다른 의료인이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마취하는 마취과 의사를 늘리려면 수가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취통증의학회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은 한국보다 국민 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GNI)이 각각 1.2배, 1.6배지만, 마취 수가는 각각 7배와 23배다.

이에 마취료 별도 산정,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마취 수가 가산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마취실명제’를 시행하고 ‘한국표준마취안전기준’을 제정해 의원급 의료기관 대상 인증 평가를 추진하는 등 질 관리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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