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는 경쟁인데 전임의·교수 지원자 없어
지방 수도권 막론 수련은 물론 진료도 위기
"영상의학 가치 재평가해야"…검사량↓ 가치↑

대표적인 인기과로 불리는 영상의학과조차 대학병원 교원을 확보하지 못해 수련과 후학 양성 위기에 빠졌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대표적인 인기과로 불리는 영상의학과조차 대학병원 교원을 확보하지 못해 수련과 후학 양성 위기에 빠졌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전공의 지원율은 높다. 경쟁까지 하며 들어온다. 그러나 끝까지 남는 사람은 없다. 전임의나 임상교수 지원자는 나오지 않는다. 있던 교수도 떠난다.

'인기과' 영상의학과가 위기다. 지방에서 시작한 위기는 이제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교수들은 폐과를 걱정하고 후학 양성이 불가능한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

2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영상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대학(병원) 영상의학의 위기'를 주제로 전국에서 모인 영상의학과 교수들이 밝힌 현실이다.

화순전남대병원 영상의학과는 최근 5년 내 임상교수에 임명된 사람이 없다. 1년 근무를 마친 전임의가 모두 병원을 나갔기 때문이다. 5년 이상 일한 임상 교수들도 떠나고 있다. 수련병원 역할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영상의학과는 수련은 고사하고 과 유지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 여기서 교원이 한두 명 빠지면 "과를 닫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화순전남대병원 허숙희 교수는 "전남대병원과 통합해 전공의 4명을 뽑으면 8~9명이 지원한다. 전임의 1년은 필수로 요구한다. 이것도 지원 경쟁이 있으니까 요구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지원자 가운데 망설이는 학생들이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전공의들이 '교수님처럼 살 자신이 없다'고 한다. 교수가 되면 진료는 너무 많이 해야 하고 책임은 크지만 자기 생활은 가지기 어렵다고 여긴다"고 했다.

대한영상의학회는 21일 추계학술대회에서 최근 대학병원 위기와 후학 양성 문제를 다뤘다(ⓒ청년의사).
대한영상의학회는 21일 추계학술대회에서 최근 대학병원 위기와 후학 양성 문제를 다뤘다(ⓒ청년의사).

영상의학회 의무이사인 분당서울대병원 황성일 교수는 "지금 젊은 세대가 보기에 교수의 삶이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업무는 과도하고 보상은 상대적으로 적은데 '인기과'라는 이유로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공감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에게 교직으로 나아가라고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도 했다.

영상의학과 위기는 필수의료 위기와 대학병원 위기와 밀접하게 연결됐다고 했다. 두 영역이 한계에 몰리면서 영상의학과도 자연스럽게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고위험 저보상 구조에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박리다매식 병원 경영 구조에서 영상 검사량이 과도하게 늘어났다. 여기에 전공의법 시행과 전임의 감소로 인한 업무 부담이 교수에게 이전됐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교수가 부족하니 전공의 정원을 늘리고 대학병원이 무너지니 전임의 근무를 의무화하고 로컬 보수가 너무 높으니 낮추라고 한다. 필수의료 해법으로 의대 정원 증원과 비급여 축소를 주장하고 필수의료 근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논리와 똑같다"며 "결국 단순히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를 늘린다고 지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했다.

해법 마련은 영상의학 가치와 영상의학과 전문의 업무에 대한 가치 재평가에서 시작하자고 했다. 과도한 검사량을 조절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황 교수는 "교직의로 살아가는 환경을 바꿔야 한다. 처우를 개선하고 근무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대학병원도 병상당 장비 수를 비롯해 검사량에 대한 적정성 검사가 있어야 한다"며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표준진료량과 적정한 상근 전문의 수를 도출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고 했다.

초음파 등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 검사를 '이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판독에 매몰된 환경을 바꿔 "영상의학과 전문의 특성을 발휘하고 고유 가치를 드러내는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영상의학과 위기는 의료 제도 전체가 품은 모순의 결과다. 단 하나의 해결법은 없다"며 "영상의학과 위기와 그 해법을 다루기 위한 컨센서스를 형성해야 한다. 학회 차원에서도 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