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과 요양병원 간병비 출혈경쟁에 서비스 질 ‘하락’
요양병원 간병 급여로 노인의료전달체계 확립 필요성 제기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지난 29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노인 의료·복지 서비스 통합적 발전방향 모색’을 주제로 ‘2023 춘계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청년의사).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지난 29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노인 의료·복지 서비스 통합적 발전방향 모색’을 주제로 ‘2023 춘계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청년의사).

노인의료와 돌봄 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선행과제로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가 꼽혔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기능과 역할이 혼재된 상황에서 간병비 출혈경쟁이 벌어지면서 노인의료와 돌봄 체계가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이윤환 기획위원장은 29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노인 의료·복지 서비스 통합적 발전방향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2023 춘계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기획위원장은 “간병 급여가 안 되는 요양병원은 한 달에 간병비로 60만~70만원이 들어간다. 병원비까지 합치면 한 달에 140만~150만원이 나온다”며 “요양병원이 특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구조다. (간병)비용을 낮춰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획위원장은 “다른 곳들이 간병비를 내리는데 나만 비용을 높여 손해 볼 수는 없으니 같이 내린다. 그렇게 수입이 줄어드니 서비스가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좋은 요양병원이 나올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정부의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기능과 역할이 불명확한 제도 설계로 인해 현장은 혼란스럽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획위원장은 “어느날 공격적인 치매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 누운 환자를 존엄 케어 하기 위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적응을 도왔다”며 “하지만 환자는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비용이 문제였다. 문제는 옮겨간 (요양원에서) 3개월 만에 욕창이 생겨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 기획위원장은 “중증환자는 요양병원으로 가고, 요양병원에 있는 사회적 환자들은 요양원으로 입소하는 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으면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경쟁구도로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된다”며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초고령사회 노인의료와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내 의료와 복지를 담당하는 부서 간 소통이 필수적이지만 그 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획위원장은 “보건의료와 노인정책을 담당하는 실이 다르다 보니 협의가 잘 안 된다. TF팀이 만들어지기도 어렵다”며 “정부 정책을 담당하는 곳에서 부서 간 틀을 깨고 노인 환자들의 미래를 위해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당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장기요양등급 체계를 새롭게 개선해 1~3등급은 요양병원으로, 4~6등급은 요양원으로 가도록 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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