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폐업률 증가…의료 질 우수한 곳도 경영난
요양병원협회 “참담”…수가 개선, 간병 급여화 등 요구

코로나19도 견뎌온 요양병원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지독한 경영난 때문이다. 흔한 비급여 진료도 없고 정액 수가만으로 악착같이 버텨왔지만 ‘기회’조차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생존을 포기한 요양병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새롭게 문을 연 요양병원보다 문을 닫는 곳들이 늘고 있다. 지난 2021년 신규 요양병원은 63곳인 반면 폐업한 곳은 73곳이었다. 지난해 문을 닫은 요양병원은 94곳으로 폐업률은 전년 대비 28.8% 증가했다. 반면 새롭게 문을 연 곳은 65곳으로 10.7% 줄었다. 지난해 폐업률 1위는 요양병원이었다.

문제는 의료의 질이나 서비스 측면에서도 우수한 곳들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적정성 평가 1등급을 받은 경기 소재 한 공립요양병원은 지난해 기준 적자만 10억원이 넘었다. 경영을 잘못한 것도 아니다. 해당 요양병원의 경영난을 바라보는 다른 요양병원들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보장’이 어려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신임 회장은 "정책적으로 수가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요양병원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제공: 대한요양병원협회).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신임 회장은 "정책적으로 수가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요양병원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제공: 대한요양병원협회).

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요양병원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토로했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은 온갖 규제와 제도에서 패싱 당했고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를 감내해 왔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20~30% 병실이 비었고 직원 급여도 주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요양병원의 잘못으로 이런 위기가 닥친 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에서 잘 하는 재활과 치매 등을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치매안심병원으로 떼어내고 요양병원에만 높은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요양병원 입원형 호스피스사업은 7년째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며 “여기에 의료-요양 통합판정 시범사업은 요양병원 입원 제한이 의심된다”고도 했다.

요양병원협회는 수가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기 내 간병 급여화와 수가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요양병원을 활용한 고령화 대응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욕창 수가와 호스피스 사업, 간병비 급여화다.

남 회장은 “수가 개선 없이는 요양병원들 다 죽는다. 요양병원이 우리나라 전체 병상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진료비 비중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 적정 수가 개선이 시급하다”며 “코로나19 시기 요양병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요양병원에 기회를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남 회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요양병원들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요양병원이 중증 노인 환자들을 봤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환자를 보게 되면 의료비가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정책적으로 수가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요양병원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남 회장은 “의료필요도에 따라 환자를 5개 군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질병군별, 중증도별 기능을 분화해 치매, 암, 재활, 호스피스 등으로 전문화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하루빨리 요양병원 간병 국가책임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요양병원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은지, 부모를 모시고 싶을 정도로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부모를 잘 진료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수 있는 요양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앞으로 요양병원이 차별 받거나 패싱 당하지 않도록 하고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수가 개정하는데 온 힘을 쏟겠다”면서 “전국의 요양병원 역시 협회를 중심으로 단합하고 국민이 믿고 입원할 수 있는 요양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변화해 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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