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등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 건설 위한 조건 충족
“인재 수급 등 여러 요소 고려 중…조만간 결정할 것”
3개 메가 플랜트 건설에 3조 투입…“IPO로 자금 조달”
[샌프란시스코=이한수 기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으로 인정받으면서 송도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FEZ)에 생산기지를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어느 지역에 생산 거점을 구축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 Morgan Healthcare Conference)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외투기업으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채한승 전략기획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얼마 전 산자부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가 보유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지분이 외국인 투자 요건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간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국내에 생산 시설, 이른바 ‘메가 플랜트’를 건설하기 위해 인천 송도와 충북 오송 등 여러 후보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대형 바이오기업이 위치한 송도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송도 내 공장 설립을 위해선 외투기업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송도가 속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에 생산 시설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외투기업으로 인정받아야 하다. 외투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기업 전체 지분의 10% 이상을 외국 자본으로 유치해야 한다. 한국 롯데지주, 일본 롯데홀딩스 등 롯데그룹의 지원을 받아 새롭게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로선 신중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다.
때문에 이번 산자부 유권해석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추가적인 외국자본 유치 없이 송도를 비롯한 국내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생산시설 부지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는 “부지 확보까지는 사업계획 제출로부터 대략 6~7개월이 걸린다. 확장 가능성이나 전기, 용수 등 입지 조건을 고려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부지 후보지에 송도 외에도 또 다른 경제자유구역이 포함돼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최 팀장은 “(외투기업 지위 확보가) 송도나 다른 경제자유구역을 공장 부지로 선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자사가 필요로 하는 부지 사이즈가 있고 착공 등 생산거점 마련을 위한 타임라인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감안해야 한다. 또 바이오 분야 인재들을 어떻게 데려올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놓고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해외자본 투자 활성화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국내 기업이 편법으로 경제자유구역을 이용한다는 비판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아이큐비아(당시 퀸타일즈)의 지분을 극히 일부만 남겨둔 채 외투기업 지위를 이어가 토지 무상임대 등 특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국내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한 자금 조달책을 묻는 질문에 최 팀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주주인 롯데지주 등으로부터 출자 받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대출이나 차입을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IPO(기업공개)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차입금을 갚으면서 추가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날 미국 JW메리어트 샌프란시스코 호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아시아태평양(APAC) 섹션에서 기업 발표를 진행했다. 이 대표가 직접 연자로 나서 총 36만 리터 규모의 국내 매가 플랜트 신규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메가 플랜트 건설에 총 3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총 3개의 메가 플랜트를 건설할 예정인 가운데 첫 번째 메가 플랜트가 완공되고 전체 가동되는 시점에 IPO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27년부터 첫 번째 메가 플랜트 상업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