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자회견 열고 ‘중환자실 입퇴실 우선순위’ 제안
“회복 가능성 극히 낮은 환자, 중환자실 입실 제한 검토해야”
‘사회적 합의’ 강조…“중환자병상, 인력 등 절대적으로 부족”

대한중환자의학회 코로나19TFT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학회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체계 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사태가 현실로 다가왔다. 급기야 전문가들은 ‘회복 가능성이 낮은 환자’의 중환자실 입실 제한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000명대도 돌파했다. 위중증 환자도 700명대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중환자 병상도 빠르게 소진돼 서울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90%를 넘었으며 남은 병상은 39개뿐이다.

이에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칼을 빼 들었다. 중환자 병상이 위중증 환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회복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환자’는 중환자실 입실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환자의학회 코로나19TFT는 1일 서울 용산구 학회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체계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지난해 8월에도 재난 상황 시 중환자실 입·퇴실 우선순위를 제안했지만 1년이 넘도록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중환자의학회가 제시한 ‘국제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으로 합의된 환자’는 ▲뇌·심장·간·신경근골격계 등 말기장부전 ▲예측 사망률이 90% 이상 중증외상/중증화상 ▲대량 뇌출혈, 중증 치매 등 시각한 뇌기능장애 ▲기대여명 6개월 이하인 말기암 ▲ASA Score Ⅳ(생명을 위협할만한 심한 신체질환)-Ⅴ(생존이 어려운 빈사상태) ▲예측 생존율 20% 이하다.

중환자의학회는 “정부, 보건당국, 학계, 의료계, 시민사회는 제한적인 중환자 병상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의 사회적 합의를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진료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중환자 병상 부족에서 국제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으로 합의된 환자의 중환자실 입실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정부와 보건당국은 단순히 상급종합병원 병상 동원을 위주로 하는 중환자 병상 확보에 급급할 게 아니다”라며 “향후 지속될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코로나19 중환자와 비코로나19 중환자 진료체계에 대한 세심하고 선제적인 준비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이어 “정부와 보건당국은 제한적인 중환자 병상의 효율적인 운영과 중환자 진료체계 정비·구축을 위해 중환자 전문 의료진과 논의 창구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환자의학회 코로나19TFT 위원장인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는 “병상 동원 명령에 따라 상급종합병원들은 이미 허가 병상의 1.5% 이상 축소해야만 했다”며 “향후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허가 병상의 3%를 추가 동원할 경우 인력, 공간, 시설, 장비 등 부족으로 비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30% 이상 축소운영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중환자 병상은 일반 병상과 달리 전문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확장성이 매우 낮다”며 “따라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장은 비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의 심각한 축소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암·심장·뇌 수술 환자의 집중치료와 응급 중환자 진료가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효율적인 중환자 병상 운영을 위해 정부,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장기적 안목으로 중환자 진료체계를 시급히 재정비하고 구축해야 한다”며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중증도와 치료 후 회복 가능성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진행되는 현행 병상 배정 방식은 회복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은 중환자 발생 현황과 가용 중환자 병상에 근거해 속도 조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