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DNA로 탐지된 ESR1 돌연변이, 약물 조기 변경으로 1차 치료 7개월 연장
[시카고=김윤미 기자]전통적으로 ‘질병 진행 후 약물 선택’에 의존하던 현 치료 전략에서 벗어나, 분자 수준의 내성 발생을 액체생검으로 조기 탐지하고 대응하는 새로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1일(현지시간) 2025년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회의(ASCO 2025) 플레너리 세션에서는 차세대 경구용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lective estrogen receptor degrader, SERD) '카미제스트란트(camizestrant)'의 3상 임상 SERENA-6 연구 결과가 발표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SERENA-6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HER2 음성 진행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3상, 이중눈가림, 무작위 배정, 위약 대조 연구로, 카미제스트란트와 CDK4/6 억제제를 병용하는 전략을 평가했다. 연구에는 아로마타제 억제제(AI)와 CDK4/6 억제제(팔보시클립, 리보시클립, 아베마시클립)를 최소 6개월 이상 1차 치료로 사용 중인 3,256명의 환자가 등록됐다.
연구는 2~3개월마다 ctDNA를 이용해 ESR1 돌연변이를 탐지하고, 영상 검사로는 질병 반응 및 진행을 평가했다. ESR1 돌연변이가 ctDNA 검사에서 탐지되었으나 영상 검사상 진행 증거가 없는 315명의 환자가 무작위 배정됐으며, 이 중 157명은 카미제스트란트로 전환하고 CDK4/6 억제제와 아로마타제 억제제 위약를 투여한 군, 158명은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지속하며 CDK4/6 억제제와 카미제스트란트 위약을 투여한 군에 배정됐다.
무작위 배정된 환자의 약 50%는 첫 번째 ctDNA 검사에서 이미 ESR1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분석 결과,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카미제스트란트 전환군에서 16개월, 아로마타제 억제제 유지군에서 9.2개월로, 카미제스트란트 전환군에서 약 7개월 더 연장됐다.
1년 무진행생존율(PFS)은 카미제스트란트 전환군과 아로마타제 억제제 유지군에서 각각 60.7% 대 33.4%, 2년 PFS는 각각 29.7% 대 5.4%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자 평가는 카미제스트란트 전환군에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56%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 유지 기간도 카미제스트란트 전환군이 더 길었다.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양 군에서 차이가 미미했다. 새로운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각 CDK4/6 억제제와 카미제스트란트의 알려진 안전성 프로파일과 일치했다.
해당 연구를 발표한 영국 런던 로열 마스덴 병원의 니콜라스 C. 터너(Nicholas C. Turner) 박사는 "진행성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1차 치료에서 질병이 진행하면 여러 치료 옵션이 존재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고 삶의 질은 떨어지며 생존율도 낮다"며 "때문에 환자들은 1차 치료에서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질병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터너 박사는 "SERENA-6 연구의 결과는 중요한 진전이며, 1차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적이고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ESR1 돌연변이는 최초 진단 시 흔히 발견되지는 않지만,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CDK4/6 억제제 치료 중 약 40%의 환자에서 발생하며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상시 활성화시켜 내성을 유발한다.
그 동안 ctDNA 기반의 ESR1 돌연변이 검사는 질병 진행이 명백해진 뒤 치료 전환을 위해 시행됐으나, SERENA-6 연구에서는 질병 진행 전 ctDNA 기반 조기 탐지와 선제적 치료 변경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PFS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다만, 발표 후 패널 토론 시간에는 SERENA-6 연구 디자인이 가진 한계와 ctDNA 검사에 따른 재정적, 심리적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해당 전략이 임상적으로 확실한 유용성이 있는지는 추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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