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델비+키트루다' 병용, TNBC 1차 치료에 새로운 표준되나
박경화 교수, "트로델비, TNBC 환자의 삶의 질 고려한 훌륭한 파트너"
[시카고=김윤미 기자] 최초의 TROP-2 타깃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고비테칸)'가 PD-L1 양성 진행성 삼중음성 유방암(TNBC)에서 기존 화학요법+면역항암제 병용을 넘어서는 1차 치료 성과를 입증했다.
이미 2차 이상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트로델비가 1차 치료제로 격상될 가능성이 열리면서, 향후 TNBC의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 잡을 결정적 전환점을 맞았다.
31일(현지시간) 열린 2025년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회의(ASCO 2025)에서는 PD-L1 양성 진행성 TNBC 환자를 대상으로 트로델비와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을 평가한 3상 임상 ASCENT-04/KEYNOTE-D19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중 약 10%를 차지하며, 다른 아형에 비해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르몬수용체(HR)와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 단백질이 모두 음성이기 때문에 기존 표적치료가 적용되지 않으며, 암의 크기가 크고 전이 및 재발률이 높은 특징이 있다.
그 중 PD-L1 양성인 진행성 TNBC의 현재 표준 치료는 화학요법+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인데, 이 치료로도 환자의 3년 생존율은 36% 수준으로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날 ASCENT-04/KEYNOTE-D19 연구 발표를 맡은 하버드의대 사라 M. 톨라니(Sara M. Tolaney) 박사는 "많은 전이성 TNBC 환자들은 건강 악화나 사망 등의 이유로 1차 치료 이후 추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1차 치료 단계에서 더 나은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는 26개국 443명의 PD-L1 양성 진행성 TNBC 환자를 대상으로 트로델비+펨브롤리주맙 병용군(221명)과 화학요법+펨브롤리주맙 병용군(222명)을 비교했다.
추적관찰 기간 중앙값 14개월 동안, 트로델비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1.2개월로 대조군의 7.8개월과 비교해 유의미한 연장을 보이며, 질병 진행 위험이 35%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 역시 16.5개월 대 9.2개월로 트로델비 병용군에서 더 우수하게 나타났다.
트로델비 병용군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 3~4등급 이상반응은 호중구감소증(43%)과 설사(10%)였으며, 대조군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3~4등급 부작용은 호중구감소증(45%), 빈혈(16%), 혈소판감소증(14%)이었다.
이번 성과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 트로델비 병용요법이 가지는 가치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의 현실을 짚으며 "삼중음성 유방암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현재 1차 치료로는 탁센 계열이나 백금계 약물에 면역항암제를 병용하지만, 손발 저림이나 붓기 같은 부작용 때문에 오래 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이 화학요법에 민감하고 종양 부담이 계속 줄어들고 있음에도 부작용 때문에 약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은 의료진 입장에서도 매우 안타깝다"며 "그런 점에서 트로델비는 내성이 생기기 전까지 비교적 오래 사용할 수 있어, 현 치료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1차 치료에서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받는 동안 환자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좋은 치료"라며 "트로델비는 이 점에서 매우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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