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대 의협 회장 후보 인터뷰②]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1년 투쟁 쉽지 않지만 의대생·전공의와 호흡하며 발전"
"투쟁보다 협상 더 자신…이전 회장들과 완전히 다르다"
"재선 지역의사회장으로 검증된 회무 능력 펼치겠다"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시작됐다. 회장을 불신임(탄핵)하고 치르는 보궐선거다. 의대 증원 정책에서 비롯된 의정 갈등과 의료 위기는 해를 넘길 기세다. '의료개혁'을 하겠다며 쏟아지는 정책에 떠밀려 현장 목소리는 실종됐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계는 의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이 상황을 타개할 적임자가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다. 이에 청년의사는 의협 회장 후보자들을 만나 그 생각과 비전을 들었다. 인터뷰는 진행 순서대로 게재한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투쟁이 익숙하다. 스스로 투쟁을 잘한다고 말한다. '1년 내내 투쟁'도 주어가 이 회장이면 "현실이 된다". 매주 토요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여는 '의료농단 규탄 토요집회'는 오는 30일 53차를 맞는다.
윤석열 대통령 출근실 시위를 위해 용산 대통령실 옆 녹사평역에 투쟁 베이스캠프도 차렸다. 주변 도로를 따라 정부 비판 현수막이 내걸렸다. 처음에는 "현수막 1개 못 달고 경찰과 대치하며 저항해야 했다"는 게 이 회장 설명이다. 이제 "현수막 50개와 투쟁 텐트, 매주 수요일 오전 집회"가 일상이 됐다. "우리를 막던 경찰이 먼저 지쳤다".
지난 28일 녹사평역에 설치된 '투쟁 텐트' 앞에서 만난 이 회장은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리고 버티려면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가 걸린 이번 의협 회장 선거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투쟁 일변도 회장은 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투쟁력도 좋지만 협상력은 더 뛰어나다"는 자신감 뒤에는 "의협의 축소판" 경기도의사회장으로서 쌓은 회무 감각과 직선제 재선 회장이라는 이력이 있다. 의협 회장으로서 의정 갈등 대응은 물론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의료사고특례법 문제도 적극적으로 다루겠다고 했다. 의대생과 전공의 의견을 중시하고 집행부 구성에도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지금 이 순간 현실에서 투쟁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봐 달라. 나는 이미 정부와 공권력의 두려움을 사고 있다. 결코 꺾이지 않겠다."
-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경기도의사회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힘들지 않나.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한두 번 하기는 쉬워도 1년 하기 힘든 게 투쟁이다. 한 달도 힘들다. 하지만 이만큼 버티니 내 진심도 점점 전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끼나.
의대생과 전공의 참여가 늘고 있다. 처음에는 만나기조차 쉽지 않았다. 대체 우리 후배들이 어디로 간 걸까 싶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집회를 찾아 구호를 외치고 발언대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집회를 물리려는 공권력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기도 한다. 대통령 출근길에 진행하는 수요일 집회는 전공의 30~40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토요일 시청 앞 집회는 우리 지역 전공의 대표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배지를 제작해서 나눠 달거나 전공의 밴드가 공연하기도 한다. 정말 큰 변화다.
- 1년을 버틴 힘은 어디서 얻나.
많은 이들이 지쳤다고 한다. 이제는 힘들다고도 한다. 후배 돕기조차 어렵다고들 말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의료농단의 폭주 기관차는 이 순간에도 달리고 있다. 2025년 의대 정원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젊은이들 미래가 달렸는데 포기할 수 없다. 어느 부모가 먹고살기 힘들다고 자녀를 포기하나. 이건 우리가 먼저 '지쳤다, 포기하자' 말할 문제가 아니다.
집회를 막는 경찰은 지쳤다. 매번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묻는다. 그럼 우리는 학생들이 아직 학교로 못 돌아갔다고 대꾸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멈출 수 없다고 한다. 그럼 듣던 현장 경찰들도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하는 거다.
- 지난 41대 회장 선거에 이어 재도전이다. 다시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여기 남아 출마자 단점을 지적하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대안이 없는데 비판만 하면 지켜보는 의대생과 전공의, 회원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그러니 내가 직접 나가서 대안이 되자고 생각했다.
또 투쟁력으로 의료계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정작 위기 상황에서 나서지 않으면 그 또한 실망스런 일일 거다. 책임 의식을 갖고 선거에 나오는 게 도리라 여겼다.
"이번 선거 '유일한 강경파'…투쟁 제대로 해 본 후보"
- 회장 당선 후에도 투쟁 방식을 그대로 가져갈 생각인가.
우리나라 공권력은 강하고 뛰어나다. 투쟁에 금방 적응하고 바로 대비책을 세운다. 우리도 계속 발전하고 투쟁법을 끊임없이 바꿔야 한다. 출근길 투쟁을 예로 들겠다. 처음에는 피켓도 못 들었다. 1인 시위도 막았다. 작전을 세웠다. 서 있을 수 없으면 움직이자고. 행진을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대통령 출근길 곳곳에 출몰하는 방식으로 싸웠다. 홍길동 작전이다. 어느 날은 한강진역, 어느 날은 녹사평역에서 했다.
시간이 지나니 경찰과 우리 사이에 어떤 합의점이 생겼다. 시위하면 형사처벌하겠다고 협박받던 장소에 우리 천막을 세우고 현수막을 걸고 있다. 43일 걸렸다. 버텨야 한다. 내리는 비 안 피하고 얻어맞아도 끝까지 버텨야 한다.
- 집단 휴진도 염두에 두고 있나.
필요하면 해야 한다. 투쟁을 논하면서 집단휴진을 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필요한 시기가 왔을 때 실제로 집단 휴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나다.
- 왜 그렇게 보나.
현재 선거 형세를 '강경파 3명과 온건파 1명'으로 읽는 사람이 많다. 내 생각은 다르다. '강경파 1명과 온건파 3명'이다. 그리고 강경파 1명이 나다. 후보로 나선 이들에게 묻고 싶다. 지난 1년간 어떤 투쟁을 했고 전공의를 어떻게 도왔느냐고. 경기도의사회는 가장 먼저 전공의 경제 지원을 시작했고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 나는 1년 동안 전공의와 함께 투쟁하며 호흡한 사람이다.
투쟁을 쉽게 말하지만 정말 투쟁을 제대로 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용산경찰서장이 우리 집회 때마다 나온다. 경비과장과 정보과장도 매일같이 온다. 몇만 명 모이는 집회라고 경찰서장이 현장에 나오는 일이 많지 않다. 우리 집회는 온 용산경찰서가 비상이다. 그 정도로 투쟁해야 한다. 말보다 행동이다.
"임현택과 똑같다? 검증된 회무 능력과 협상력 차이"
- 한편에서는 최대집·임현택 전 회장과 다를 게 뭐냐는 말도 나온다. 두 사람 다 투쟁력으로 주목받고 '초강성' 이미지로 집권했다.
왜 차이가 없나. 나와 두 사람은 회무 능력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두 전 회장은 지역의사회 경험이 없다. 임 전 회장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으로서 관련 회무만 다뤘다. 여러 과를 아우른 경험이 없다. 나와 그들은 출발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나는 경기도의사회 재선 회장이다. 간선제도 아니고 2만6,000명 회원이 직접 뽑는 직선제에서 재선됐다. 회무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는 뜻이다. 갑자기 나타나서 '싸움 잘 한다'고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과거를 되짚어보라. 과연 내가 투쟁만 한 사람인가. 아니면 한 지역의 의사회를 이끌면서 회원 권익을 지키고 제도를 개선하고자 소통하고 협상해온 사람인가.
- 보통 투쟁으로 주목받으면 협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사실 나는 투쟁보다 협상을 더 잘하는 사람이다. 경기도의사회원의 높은 만족도는 강성 회장의 투쟁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성명서 내고 비난하면 순간 속은 시원하다. 하지만 해결되는 게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나는 그런 식으로 회무하지 않는다.
우리 의사회 민원고충처리센터가 국내에서 제일 유명할 것이다. 다른 지역의사회 회원이 우리 센터를 찾기도 한다. 다 처리해주니까. 지역 회원 고충과 민원은 결국 지역 보건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관계된다. 그렇다고 여기에 성명서부터 발표하고 찾아가서 1인 시위 하지 않는다. 임기 중에 공단과 심평원을 상대로 단 한 번도 성명을 내지 않았다. 그 전에 대화로 다 해결했다. 본부장, 원장과 직접 만났다.
이런 면모가 잘 알려지지 않아 이전 회장들과 다를 바 없으리라 치부하는 시선이 생긴 거다. 내게는 앞으로 무엇을 할 거냐고 물을 필요 없다. 그간 행적을 보면 된다.
"말로만 그치는 회장 안 될 것…미래 반드시 온다"
- 의정 갈등 대응 외에도 임기 내 꼭 달성하고자 하는 일은.
면허취소법 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려 한다. 지난 1년 의대 정원 문제만큼이나 면허취소법 문제로도 많이 뛰었다. 적용 대상을 중대범죄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개정해 회원이 안정적인 진료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의료사고특례법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룰 생각이다. 내가 의료계에서 '의료사고특례'라는 표현을 가장 먼저 쓴 장본인이다. 2011년부터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들어선 시점이다. 그때부터 의료사고특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있던 교통사고특례법에서 착안했다. 당시에는 의료계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답답했다. 이제는 누구나 의료사고특례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 13년 동안 목소리 내온 셈이다.
그렇다. 의료사고특례법을 처음 주창한 사람으로서 책임지고 끌고 가고 싶다. 나는 학술대회에서도 의료분쟁 강의를 주로 맡는다. 그만큼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그 외 불필요한 각종 규제 타파에도 힘쓰겠다. 제도 개선에 관심이 많다. 회무도 제도를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 집행부 구상도 마쳤나.
의료계에서 일한 지 15년이 넘었다. 집행부에 함께하면 좋을 이들의 특징이나 능력을 파악해 뒀다. 정말 일 잘하는 사람으로 신속하게 꾸리겠다.
- 집행부에 전공의 참여도 생각하고 있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함께할 생각이다. 특정 이사직을 주거나 임원 비율을 정하지는 않겠다. 전공의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듣고 존중하겠다. 임원 절반 이상이 전공의인 집행부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내 투쟁'에 '너희'가 협조하라고 하지 않는다. 의협도 그렇게 운영하겠다. 말로만 그치지 않겠다. 그간 전공의를 누가 도왔는지, 그들의 권익을 지키자고 호소하고 그들의 아픔을 대변했는지 살피면 답은 나온다. 현장의 전공의들도 이미 알고 있다.
- 회원에게 마지막 한 마디.
너무 지치지 말고 함께 힘내서 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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