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대 의협 회장 후보 인터뷰④]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
전 직역 아우르는 단체로서 "힘 있는 의협 만들겠다"
유일 온건파 평가 속 "필요하면 투쟁 등 모든 수단 동원"
"대통령 탄핵돼도 의정 사태 반복 없으리란 보장 중요"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시작됐다. 회장을 불신임(탄핵)하고 치르는 보궐선거다. 의대 증원 정책에서 비롯된 의정 갈등과 의료 위기는 해를 넘길 기세다. '의료개혁'을 하겠다며 쏟아지는 정책에 떠밀려 현장 목소리는 실종됐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계는 의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이 상황을 타개할 적임자가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다. 이에 청년의사는 의협 회장 후보자들을 만나 그 생각과 비전을 들었다. 인터뷰는 진행 순서대로 게재한다.
지난 2월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발표하기 전만 해도 그는 "내년에는 우리 과 지원자가 있겠지" 여기며 병원을 지키던 소아청소년과 교수 중 한 사람이었다. 정부 정책에 항의해 제자들이 떠나고 두 달 뒤 그는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를 아우르는 비상대책위원회 3기 위원장이 됐다. 그리고 이제 교수와 전공의, 개원의 등 14만 의사 회원을 이끄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직에 도전한다.
지난 4일 오전 의협 용산 회관 인근 카페에서 마주한 강희경 교수의 전공은 소아신장분과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전문의는 35명뿐이다. 정부는 이런 분야를 '살리겠다'며 한 해 의대 정원 2,000명을 한꺼번에 늘린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면서 의료행위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저수가와 무거운 법적 부담, 전문가를 소외시키는 정책 환경은 "내버려둔다".
강 교수는 이런 현실을 바꾸고자 제43대 의협 회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현직 교수로서 의협 회장직 도전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말에 강 교수는 오히려 "교수이기 때문에 나섰다"고 답했다. 의협이 전 직역을 아우르는 의료계 대표 단체로서 정부와 마주하려면 교수 출신 회장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힘 있는 의협을 만들겠다"고 한 강 교수는 후보자 중 유일한 '온건파'로 꼽힌다. 대화를 강조하며 비대위원장으로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과 소비자단체 대표도 있다. 동시에 필요하면 투쟁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미 지난 6월 서울대병원 전체 휴진을 이끈 경험이 있다. 의료계의 "궁극적 승리"를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활용하겠다고 했다.
"의협은 더 강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전 직역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의협이 더 이상 의료계 대표 단체로서 시비가 걸리지 않게 만들겠다."
- 대학병원 교수이자 전 교수 비대위원장으로서 회장직에 도전한다.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을 지내며 오히려 한 대학 비대위원장의 한계를 깨달았다. 지금 바꿀 것도 많고 해결할 일도 많다. 그러나 비대위 주장은 어느 대학의 의견일 따름이다. 의료계를 대표하지 못한다. 대학 안에만 머물러서는 정책을 고안하고 다른 직역 의견을 듣고 다듬어 제안하기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의협에 시선을 두게 됐다.
- 당선 후 꾸릴 집행부도 교수 위주로 가나. 지역의사회 등 단체 회무 경험이 없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해당 업무의 전문가와 함께하겠다. 중요한 것은 집행부에서 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되짚어보면 역대 집행부에 교수 참여가 적지 않았다. 단지 이 점이 크게 드러나기 어려운 환경이었을 뿐이다. 직역을 구분 짓는 기존 의사결정 구조를 벗어나 실제 현장 목소리를 듣고 하나로 취합해야 한다.
- '투쟁도 대화도 자신 있다'고 밝혔다. 유권자는 각 후보자의 투쟁 의지보다도 어떻게 투쟁할 것인지 듣고 싶어 한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일주일 동안 병원 전체 휴진을 감행했다. 대학병원 교수로서 가능한 가장 강력한 방식이었다. 어느 시점에서 휴진 선언만 내지 않고 미리 진료 스케줄을 조정하고 응급·입원 진료에 차질 없도록 제대로 준비해서 시작했다. 휴진 종료 시점을 두고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교수 투쟁이) 온 언론을 뒤덮었다. 이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의사로서 우리의 고유 업무 영역을 걸고 하는 투쟁은 이런 방식이어야 한다.
- 전날(4일)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 탄핵이 거론된다. 탄핵되면 대통령이 고집하던 의대 정원 증원 문제도 해결될 거라 보나.
대통령이 탄핵된다고 해서 지난 2월로 돌아가고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오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어야 한다. 이건 단지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의대생과 전공의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건 선배들 역할이다.
- 회장 당선 후 가장 먼저 누구와 만나겠나.
의료 정책의 최고 결정권자다. (대통령을 말하나.) 대통령일 수도 있고 만일 탄핵 정국이라면 그 상황에서 의료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인물이 될 것이다.
- 의협의 정책적 성격을 강조했는데 관련 기구나 조직을 새로 만들 생각인가.
새 기구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조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힘 있는 단체로서 의협이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려면 정보를 제대로 모으고 회원에게 공유하는 능력부터 잘 갖춰야 한다. 의학정보원을 설립하고 의료정책연구원을 강화해서 내부 보고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부 정책으로 이어가겠다.
- 의료 인력 관련 정책 외에 의료계가 가장 먼저 정부에 제안해야 할 정책을 꼽자면.
일차 의료 강화다. 지금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할 때가 아니다. 일차 의료 현장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추진 사항은 모두 중단해야 한다. 제대로 된 논의와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 전문가는 자율성이 보장될 때 능력을 제일 잘 펼칠 수 있다. 이를 해치는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
- 지난 10월 서울의대 비대위가 대통령실과 진행한 숙론회(토론회)를 두고 의료계 반응이 엇갈렸다. 장상윤 사회수석과 인사하는 모습에 특히 부정적인 의견이 몰렸다.
나는 권력에 무릎 꿇는 사람이 아니다. 대학병원 전체 휴진까지 감행하며 누구보다 앞장서서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해 왔다. 사진 자체는 인사 나누는 과정 중 한 순간이 포착된 거다. 지난 몇 달 동안 서울의대 비대위가 낸 입장이 있고 걸어온 행보가 있는데 사진 단 한 장으로 판단 받아야만 할까.
- 소비자단체 등과 교류한 비대위 행보를 의료계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상대방이 최소한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나. 그간 간과하던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다.이런 태도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마주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엄청나다. 단 몇 시간만 마주 앉아 대화해도 입장이 크게 좁혀진다.
또 (소비자·시민단체 관계자의) 10년, 20년 전 발언을 문제 삼아 비판만 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나조차 지난 2월 당시의 나와 현재의 내가 다르다. 사람은 변한다.
- 지난 '숙론'회는 물론이고 꾸준히 소통과 대화를 강조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데 그런데도 의료계가 각계와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힘을 얻으려면 국민이 우리 의견을 지지해야 한다. 지지 받으려면 국민이 우리를 이해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의견이 정확히 알려져야 한다. 다른 의견은 이해하고 오해는 풀고 몰랐던 점은 새로 배우며 한 팀이 돼야 정부를 이길 수 있다. 물론 궁극적인 승리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시위가 필요하면 시위도 해야 한다.
- 회원에게 마지막 한 마디.
힘 있는 의협을 만들겠다. 함께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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