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기 사직전공의
혼란한 정국이다. 의대 증원 사태로 1년 가까이 한국 의료는 혼돈에 빠져있다. 사태 해결은커녕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놓였다. 이보다 앞서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장 불신임(탄핵) 상황을 겪었다. 그리고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보궐선거를 시작했다. 제43대 의협 회장 후보는 5명이다. 이들 중 한 명이 이 혼란한 정국을 타개해야 한다. 이 글은 각 후보 지지자가 생각하는 ‘그가 의협 회장이 돼야 하는 이유’다. 글은 보내온 순으로 게재된다.
지난 2023년 인턴 첫 휴가에 아주 인상 깊은 현수막을 봤습니다. 한참 이슈였던 의료인 면허취소법 폐지를 요구하는 경기도의사회 현수막이었습니다. 의사 입장을 대변하는 현수막을 길거리에서 처음 봤기에 더 인상 깊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올해 초 정부의 의료 개악 시도에 항의하는 의미로 사직했습니다. 사태 해결 전에는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사실 '몇 달이면 끝날 거야'라는 생각에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사직서를 던진 듯합니다.
처음 한두 달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긴 휴가를 받은 것 같았죠. 아내와 함께 13개월 된 우리 아기를 돌보며 가족끼리 오붓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현실적인 문제들, 금전적인 문제가 부닥쳤습니다. 가장으로서 일터로 나가야 했습니다. 그래도 '복귀자'는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련병원이 아닌 의원에 취직하고자 했으나 정부 제한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다행히 경기도의사회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덕분에 고비를 넘겼습니다. 저는 지금 떳떳하게 자립했습니다.
그 후로도 의정 갈등은 심해지기만 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한국 의료가 우려됐고 제 앞날이 걱정됐습니다. 그때 다시 들려온 게 경기도의사회 소식이었습니다. 매일 같이 시위한다는 이야기였어요.
그곳에서 이동욱 후보를 처음 만났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길 위에 양복 정장 차림이었습니다. 목소리는 반쯤 쉬었고 지쳐 보였지만 눈빛만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전공의로서 우리 편에 서주니 고마웠습니다. 동시에 대체 왜 우리 전공의와 의대생 편에 서는지 궁금했습니다.
답은 시위 후 식사 자리에서 들었습니다. 선배로서 당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후보는 전공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후 지금까지 저와 이 후보는 인간적인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 때문일까요. 저는 선거 후보자를 볼 때 '과거력'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과거 병력으로 현재 질병의 진단 실마리를 얻고 미래 질병 예방법을 찾듯, 후보자의 과거를 통해 현재의 이 사람을 보며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지 가늠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 기준에서 '과거력' 헤아렸을 때 이 후보는 정말 '건강한' 후보입니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말씀드릴게요.
첫째, 한 말은 지키는 성실한 후보라는 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에서 벌이는 시위가 130일을 넘었습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이 후보는 날마다 이태원에 와 시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안 믿었어요. 정부가 대화에 나설 때까지 매일 시위하고 주말마다 집회하겠다는 말에 '설마……'했죠. 하지만 처음 만난 여름이 지나 겨울에 접어드는데 이 후보는 시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말로, 글로 하는 시위는 쉽지요. 행동으로 옮기고 또 꾸준히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이제 저는 이 후보의 말과 비전을 믿습니다.
둘째, 협상을 잘하는 후보라는 점입니다. 시위 현장은 공무원이나 경찰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기 마련입니다. 그때마다 이 후보는 법과 논리로 공무원과 협상합니다. 참석자로서 든든해요. 이 후보는 경기도의사회의 자랑인 민원고충처리센터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직접 보건소를, 국민건강보험공단 경기도지사 사무실을 찾아 의사 입장에서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저는 앞으로 정부와 전공의가 협상할 때 이 후보의 이런 협상력이 큰 강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셋째, 항상 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라는 점입니다. 면허취소법 이슈 때 의협도, 전국의 시도의사회들도 손을 놓았지만 이 후보는 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며 시위를 이어 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의료 개악에 맞서 의사의 입장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의사 앞에 어떤 장애물이 나타날지 모릅니다. 의협 회장이 가장 먼저 나서 우리 편에서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얼마나 든든한 일일지 상상해 보세요.
넷째, 결단력을 갖춘 후보라는 점입니다. 전공의들이 사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부는 의사 면허를 이용해 전공의를 생활고에 빠트리려 했습니다. 바로 그때 경기도의사회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내놨습니다. 전국 대부분 의사 단체가 우리를 돕길 망설일 때였습니다. 이 프로그램 도움을 받은 전공의가 정말 많을 것입니다.
마지막 이유입니다. 사직전공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공의 7대 요구안'의 실현입니다. 이 후보는 요구안을 가감 없이 받아들일 후보입니다. 물론 이 후보가 의협 회장 당선자가 된 후 이야기지요. 아직 불확실한 '미래'입니다. 그러나 130일 넘는 시간, 자신의 말을 지킨 후보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단단한 신뢰가 있습니다. 이 후보가 지금까지 해온 그대로 의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과감하게 결단하며 정부를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한다면, 그런다면 정부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거라고 저는 감히 기대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제 소중한 한 표를 이동욱 후보에게 행사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