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앞두고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방향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독대 요청도 거절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료개혁 없이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지역 균형 필수의료체계를 재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의사 증원과 함께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걱정하지 않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 발생한 이송 지연과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후속 진료를 담당할 필수의료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며 “절대적인 전문의 부족 문제와 함께 중증 필수의료 의사들에 대한 불공정한 보상, 과도한 사법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필수의료가 서서히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 정부가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협조, 의료진 헌신, 정부와 지자체의 선제 대응이 모아져 큰 어려움 없이 연휴를 보낼 수 있었다”며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는 예년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지역 병의원이 당직의료기관으로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을 비상 진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한다며 “이를 통해 재난 관리 기금을 비상 진료 의료기관과 의료인력 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하고 지역 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 물적 자원을 신속히 지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 부처와 지자체는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협력을 더욱 단단히 해서 응급의료를 비롯한 비상진료체계를 굳건하게 유지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중증 응급 환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응급실 대신 문을 연 동네 병·의원을 먼저 찾아주면서 응급실 경증 환자가 예년 추석에 비해 40% 가까이 감소했다”며 “일분일초를 다투는 중증 응급 환자는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신속 치료를 받고 비응급 경증 환자는 중소병원이나 동네의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고 의료진도 과도한 부담을 덜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성숙한 응급의료 이용 문화가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해 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진행한다. 만찬을 앞두고 한 대표가 요청한 독대는 거부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수석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만찬 일정 전 시간을 내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고 거기에서 의료개혁이나 다른 문제들에 대해 의미 있는 해결이든, 결단이든, 진일보한 메시지가 나오기를 기대했을텐데 결과적으로 무산됐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일정이 조율돼 두 분이 독대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