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명령 ‘취소’ vs ‘철회’ 법리적 해석 두고 논란
반우 김주성 변호사 “의료계 취소 요구·주장 타당”
수련병원들 사직서 제출 시점 6월 변경 요구 혼란 가중
사직 전공의 복귀 시 행정 처분을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애매한 ‘철회’ 발표에 의료계는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행정 명령에 대한 취소와 철회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더해지며 행정 명령을 거둬들인 정부의 ‘진위’를 두고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과거 행동에 대해 소급 적용해 효력이 발생하는 취소가 아닌 철회의 경우 장래를 향해 효력이 발생하게 되므로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사직 기간 동안 발령된 행정 명령에 대해선 여전히 법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의 행정 명령 철회가 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 처분만 중단하겠다는 “차별절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정부, 행정 명령 ‘철회’ vs ‘취소’ 쟁점은?
이 같은 혼란은 전공의 사직에 대해 정부의 행정 명령이 ‘부당하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료계와 행정 명령을 ‘적법한 처분’으로 인정하는 정부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행정기본법에 따르면 행정 명령 취소는 ‘하자인 처분’에 대해 직권 취소한다는 의미로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에 대해 소급해 취소할 수 있는 반면 철회는 ‘적법한 처분’에 대한 효력을 없앤다는 의미로 행정 명령에 대한 해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반우 김주성 변호사는 “철회와 취소에 따라 법적 효력이 다르다. 최초 처분에 대해 하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취소라면 그 명령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니 전공의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전공의 위법 사항이 없어지나 철회는 장래에 대해 소극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므로 전공의 미복귀 시 행정 처분 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취소는 최초의 명령이 위법하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말하는 철회가 아닌 취소가 돼야 한다는 요구와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복지부가 6월로 변경된 사직서 받으라고 종용?
이 과정에서 일부 병원들이 전공의들에게 사직서 제출 시점을 2월이 아닌 정부의 행정 명령 철회 시점인 6월 4일 이후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의혹만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의혹은 임무영법률사무소 임무영 변호사가 블로그를 통해 전공의들에게 "2월 사직서를 철회하고 (병원에) 새로운 사직서를 제출하면 안된다"고 당부한 글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제기됐다.
임 변호사는 지난 5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불법적 명령임이 확인되기 때문에 병원이 2월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것은 정부로서는 매우 곤란한 일”이라며 “보건복지부가 비공식적으로 사직서를 그대로 수리하지 말고 새로 제출받으라는 지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병원으로서도 곤란한 일이 생긴다. 2월 제출한 사직서를 뒤늦게 수리하면 퇴직금 지급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절대로 2월 사직서를 철회하고 새로운 사직서를 제출하면 안 된다”고 했다.
또 “4개월 동안 받지 못한 임금 또는 일실수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며 “기존 사직서를 철회하면 병원 소속 전공의 신분이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므로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했다는 점도 자인하게 된다.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인한 면허정지 등 징계나 형사처벌에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사직 시점’ 6월 변경 ‘전공의 보호’ 위한 조치?
한편에서는 정부가 철회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사직 시점’이 전공의 보호를 위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A변호사는 “정부가 6월 4일부터 (행정 명령을) 철회한다면 행정명령을 내린 2월 효력이 존재하는 동안 사직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5일자부터 제출된 사직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상태에서의 사직이기 때문에 괜찮을 수 있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법률적으로 업무개시명령 효력이 있는 상태에서 사직을 한 것과 지금 정부가 행정 명령을 철회하고 거둬들여 효력이 없어진 상태에서 사직을 하느냐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위법한 사직이냐, 적법한 사직이냐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직서 재제출 요구 병원 명단’을 수집해 사직서 미수리에 대한 정신적 위해 위자료, 퇴직급여 대거 미지급 등으로 인한 불법행위에 대해 조치하겠다고 엄포 놓기도 했다.
임 회장은 “병원장이 보건복지부 핑계를 대면서 사직서 수리도 않더니 이제 와서 6월 기준으로 사직서를 내면 수리해 주겠다고 한다”며 “6월 기준 사직서를 내면 수리해 주겠다고 한 정신 나간 병원을 제보해 달라. 시범 케이스로 조치하겠다”고 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제출 시점을 6월로 변경해 다시 받으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적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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