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협, 비파견 공보의 실태조사 결과 발표
순회진료 증가, 업무 강제, 연·병가 사용 제한 등 경험
"지역의료 비효율…농어촌의료법 재점검, 배치 기준 강화"
정부가 전공의 사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중보건의사를 수련병원에 파견한 가운데 의료취약지에 남겨진 공보의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7일 전체 공보의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 5월 3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됐으며 전체 공보의 1,213명 중 563명이 참여해 46.4%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응답자 중 답변을 완전하게 작성하지 않은 이들은 '불완전 응답자'로 분류했다.
이중 수련병원으로 파견된 적이 있는 공보의는 37.7%(212명)이었으며 파견된 적이 없는 공보의(비파견자)는 351명으로 62.3%를 차지했다. 비파견자 중 인턴 수련을 마친 공보의는 47.9%(168명)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일반의 34.2%(120명), 전문의 17.9%(63명) 순이었다.
비파견자(351명)에게 같이 일하던 동료 중 파견된 공보의 수를 물었을 때 불완전 응답자 2명을 제외한 349명 중 27.5%(96명)는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던 공보의 중 2명이 파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1명 (21.2%, 74명) ▲4명 이상 (18.3%, 64명) ▲3명 (17.5%, 61명) 순이었다.
의료취약지에 남겨진 공보의들은 업무량이 증가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비파견자(351명)에게 파견자 발생 후 스트레스를 겪은 경험이 있는지 물었을 때 불완전 응답자 1명을 제외한 350명 중 67.1%(235명)는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겪은 공보의(235명) 중 78.0%(181명)은 ‘업무량의 증가’를 스트레스를 받은 원인으로 꼽았다. 그 외에 ▲‘신분적 한계에 따른 업무 강제로 인한 무기력감’ (71.1%, 165명) ▲‘추가 차출에 대한 두려움’ (58.6%, 136명)이 꼽혔다.
순회 진료 부담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파견자 351명에게 순회 진료가 예전보다 늘었는지 물었을 때에는 222명이 응답했는데, 그중 87.8%에 해당하는 195명은 공보의 파견이 시작된 이후 예전보다 순회 진료가 늘어났다고 답했다.
순회 진료가 늘었다고 답한 이들(195명)을 대상으로 몇 곳의 순회 진료가 늘었는지 물었을 때 불완전 응답자 두 명을 제외한 193명 중 절반에 달하는 47.7%(92명)의 경우 순회진료하는 보건지소가 1곳 늘었다. 그 외에 ▲2곳 (30.6%, 59명) ▲3곳 (12.4%, 24명) ▲4곳 (7.8%, 15명) ▲5곳 이상 (1.6%, 3명)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또한 비파견자(351명)에게 연·병가 사용이 제한되거나 거절된 경험이 있는지 물었을 때 불완전 응답자 2명을 제외한 349명 중 절반에 달하는 44.7%(156명)가 연·병가 사용이 제한되거나 거절된 경험이 있었다.
이에 대공협은 줄어가는 공보의 수에 비해 보건지소 관리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대공협 이성환 회장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헌신하며 지역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보의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문제는 공보의 수의 급격한 감소와 더불어 해결되지 않는 지역의료의 비효율성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대공협에 따르면 의료취약지인 경북 을진군과 섬으로 이뤄진 인천 옹진군의 경우 한 명의 공보의가 4~5개의 보건지소를 담당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섬에서 근무한 후 휴가를 반납하고 다른 섬으로 진료를 보러 가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건지소 중 일부는 근처에 의원이 있어 보건지소를 찾는 환자 수가 1~2명에 불과함에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대공협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1,360개 중 601곳(44.2%)는 반경 1km 내 한의원, 치과를 제외한 민간의료기관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농어촌의료법)’을 다시 점검하고 지역별 공보의 배치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무의촌을 없애기 위해 40년 전 제정된 농어촌의료법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또한 지소별로 공보의·치과의사·한의사가 보는 환자 수를 전수 조사해 지역별 배치 기준을 지자체 재량에 맡기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환자에 대한 수송 기능을 강화해 보건지소 등을 통한 1차 진료에 대한 접근성만을 높이는 시도보다 다양한 의료체계 내에서의 환자 접근성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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