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에 개입 요청 서한 발송…업묵개시명령 ILO 조항 위배 주장
박단 비대위원장 "공권력으로 전공의 겁박하는 행위 중단하라"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ILO에 긴급 개입 요청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59조 제2·3항이 ILO의 제29호 강제 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의료법 제59조 제2항은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제3항에서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
ILO은 제29호 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 조항을 통해 비자발적으로 제공한 모든 형태의 강제·의무 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인구 전체 혹은 일부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극도로 중대한 상황은 예외로 인정한다. 우리나라 국회는 지난 2021년 2월 해당 협약을 비준했다.
대전협은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등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대다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 그러나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필수의료 유지 명령,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국민의 기본 권리를 제한하는 행정 명령을 남발하며 의사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구속 수사 등 형사고발을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등 공권력을 통해 전공의를 겁박하며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 기준을 위배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의료법 제59조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전공의가 피교육자임과 동시에 근로자 신분에 있지만 정작 근로기준법의 적용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열악한 근무 실태를 외면해 왔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간 근로 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한 40시간을 넘어선 안 된다. 그러나 지난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의 주 평균 근로 시간은 77.7시간이며 응답자의 25%는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전협은 “지난 2015년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전공의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주 80시간으로 근로 시간을 제한하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통과됐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는다”며 “이에 전공의 근로 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이번 개입 요청에 한해 법무법인 로고스 조원익·전별 변호사와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과 법무법인 명재 이재희 변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변호인단 ‘'Amicus Medicus’에 합류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 11일 오전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 1만2,001명 중 5,556명에게 의사 면허정지 처분 사전 통지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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