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게시판서 근무 전공의 비난 나오자 보호·신고센터 개설
전공의들 사직 개별의사 강조 "남아있는 사람도 존중받아야"
정부 조치에 "개별 사직을 단체행동으로 규정하려는 시도"

정부가 사직한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대책에 나섰지만 역효과만 보이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사직한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대책에 나섰지만 역효과만 보이고 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정부가 사직한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전공의 보호·신고센터 운영 등에 나섰지만 오히려 반감만 사고 있다. 이번 사직이 전공의 개인의 선택임에도 정부의 조치가 이를 단체행동으로 몰아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전공의에 이어 교수 사직까지 가시화되자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익명사이트에 병원에 남아 있는 전공의들의 실명, 소속 등 특이 사항이 적힌 일명 ‘참의사 리스트’가 올라오자 정부는 "동료 전공의의 눈치가 보여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이 없도록 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개설했다.

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지난 13일 개최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교수들마저 사직한다면 이미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가 돌아올 길이 없어질 뿐 아니라 '동료의 비난' 속에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행보와 발언이 사직한 전공의들에게는 역효과를 보이는 모습이다.

전공의들은 “사직은 개별의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복귀하는 것도 본인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조치가 오히려 전공의 개별 사직을 '단체행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국민에게 홍보하려는 ‘선전용’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경남권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다 사직한 전공의 A씨는 13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전공의 보호·신고센터가 전공의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대국민 홍보용으로 쓰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전공의들은 개별적으로 사직한 것인데 정부는 이를 단체행동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만 커진다”면서 “오히려 화가 난다. 전공의에게 큰 상처를 입힌 건 정부인데 제대로 된 치료 없이 반창고 하나 주면서 ‘우린 할 일 다 했다’는 듯한 태도다. 농락하는 건가 싶다”고 했다.

경기도권 수련병원에서 근무했던 전공의 B씨도 “사직은 개인의 뜻인 만큼 남아있는 사람도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며 “사직 전 병원 치프 회의 때도 다들 같은 뜻이었다. 또 사직을 철회한다고 해서 이를 비난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전공의 사직을 단체행동으로 규정하고 어떻게든 분열시키려는 것 같다”며 “결국 전공의들이 겁을 먹고 ‘파업’을 멈추는 것을 노리는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 개별 사직을) 파업이라 규정했고 이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가 현 사태에서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면서 국민에게 거짓 선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도 앞서 9일 “전공의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전공의 각자의 입장과 그에 따른 결정은 모두가 다르다. 사직은 각자가 선택한 사안이며 병원 근무를 지속하는 것 역시 본인의 결정으로, 그 모든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현재 근무 중인 전공의들에 대해 비난할 의사가 없다. 일부 온라인상에서 실제로 그런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면 중단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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