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교수 "일차의료역량 강화" 위해 2년 제안
전문가들, 지역사회 공동수련 부실 등 지적
"수련병원 정체성은 수련 잘 하는 것" 의견도
政,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등 추진
일차진료의사 양성을 위해 인턴 기간을 2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어렵다”는 평가다. 현재 1년제인 인턴 교육 프로그램도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련 기간을 1년 늘려봤자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선우 교수는 해외의 수련제도들을 발표하며 이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턴 수련을 2년제로 늘리고 일차진료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련 기간을 2년으로 늘리면 필수의료와 지역사회 의료를 경험하면서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전공의 기간은 3년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개원면허와 비슷한 맥락이다. 정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인턴제 개선 ▲업무범위 개선 ▲면허관리 선진화가 포함됐다. 또한 의사 면허와 별도로 진료면허 취득제를 시행 중인 영국과 졸업 후 2년 동안 교육을 수료해야 개원면허를 얻을 수 있는 캐나다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 교수는 “일차진료의사 양성은 매우 중요한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졸업하는 인턴의 역량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국가의 기준점이 된다”며 인턴 수련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명칭도 ‘임상수련의’, ‘일차진료의’, ‘임상진료의’ 등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인턴 수련은 개별 수련병원 단위가 아닌 범국가적인 표준 수련프로그램을 수립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1·2·3차의 단계별 지역사회 의료와 공공 진료 경험이 필요하며 국가적 지원을 통한 수련 비용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련기간 내에 일차진료가 가능한 자격을 획득하고 충분히 진로를 탐색하려면 인턴제를 2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대신 전공의 수련 기간은 3년으로 축소하자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재원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전체 의료비의 1%, 아니 0.5%만이라도 전공의 교육에 투자할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전공의에 대한 교육 수준이 높아져 의사 능력이 높아지면 모든 이득은 환자에게 간다”고 했다.
인턴제 2년에 전문가들 "현재 환경부터 제대로 관리해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턴 수련 프로그램의 내실화 없이는 2년으로 늘려봤자 시간만 낭비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브란스 영상의학과 이승구 교수는 “지금도 인턴을 교육하는 주체가 불분명하다”며 “인턴들은 여러 과를 돌며 교육을 받고 있지만 간단한 드레싱을 하거나 의사가 주체가 아니면 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주로 하고 있다. 교육 주체와 수련 콘텐츠가 없는 상황에서 수련기간을 2년으로 늘리기 어렵다”고 했다.
전남의대 외과 주재균 교수는 지역사회 수련의 질에 대해 우려했다.
주 교수는 “현재 지역사회와 공동 수련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인턴들을 파견하면 응급실 근무만 시키거나 본인들이 필요한 부분에만 인턴을 투입하지 우리가 보낸 업무환경과 규칙을 지키지 않고 교육 프로그램도 시행하지 않는다”며 “이 부분의 관리가 잘 이뤄지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임상수련의 과정으로 일반의로 개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전문의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양은배 수석부원장은 “분과별 전공의 수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년 인턴 과정을 마친 후 일반의로 개원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전문의 공급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이선우 교수는 “일본은 지역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임상수련의를 도입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임상수련의 과정 수료 직후 개원한 비율은 10% 미만으로 대부분 전문의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에서도 전문의 선호 사상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련병원 정체성 살리자"…교육 시간 보장, 국가 재정 투입 등 제안
이날 행사에서는 좋은 수련제도가 제안돼도 이를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수련환경의 어려움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도 이어졌다.
양은배 수석부원장은 수련병원 지정과 개념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 부원장은 “수련병원이라면 수련을 잘하는 게 정체성이 돼야 한다. 그러나 수련병원 지정 기준에는 시설, 장비, 진료 실적이 있다”며 “수련병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필요하면 늘리거나 통폐합하고 네트워크 수련 모형도 추진하면서 새로운 수련병원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구 교수는 전공의와 지도전문의 모두 수련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전공의들은 수련시간의 70~80% 동안 수련이 아닌 근무에 투입되고 있으며 지도전문의도 연구·교육·진료라는 ‘삼중고’에 시달려 교육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전공의들이 수련 시간의 80%를 교육에, 20%는 근무에 할애하고 지도전문의도 별도 교육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수련을 마치고 나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종합병원 이상의 필수의료과에는 각 베드당 전문의 수를 배정하는 등 수련 이후 진로를 고민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남대병원 주재균 교수는 “병원에서는 새로 입사한 인턴들을 재교육해야 하는데 전남대병원의 경우 여러 학교에서 학생들이 오는만큼 배웠던 교육이 달라 재교육 비용이 더 들어간다. 보조금이 필요하다”며 “또한 전공의뿐 아니라 전문의에 대한 재교육도 중요하다. 국가에서 운영비를 보조해 임상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政, 전공의 연속시간근무 시범사업, 임상역량 강화 등 추진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감한다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구체화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전공의 임상 역량을 강화하고 수련에 집중하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감한다”며 “복지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해 의료개혁TF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다만 “수련병원의 책무성도 높아져야 한다. 이제까지 전공의에게 진료를 의존했다면 앞으로는 수련에 집중하고 내실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데 (병원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복지부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은 전문가 논의를 통해 모형 등 계획을 확정 후 공모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전공의 참여를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하반기에는 임상역량을 중심으로 수련과정을 개선하고 수련환경평가와 전공의 배정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권역 임상교육센터를 모든 국립대병원으로 확대해 모의실습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임상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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