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醫, 분만 인프라 회생 대정부 정책 제안
불가항력 국가 책임 10억 확대 추진하지만…"역부족"
"사법부 판결로 정부 정책 무력화 현실 인정해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에 분만 인프라를 지키기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청년의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에 분만 인프라를 지키기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청년의사).

필수의료 분야 법적 부담 문제가 갈수록 커지면서 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국가 보상 한도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이제 '무과실'이라는 기준도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대로면 10년 뒤 분만실을 운영할 숙련된 전문의가 사라진다"면서 정부에 분만 인프라를 지키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산부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54.4세다. 전문의 3명 중 1명이 60대 이상이다. 반면 30대 이하 전문의 비중은 10명 중 1명 수준이다. 지난 하반기(9월) 모집으로 상당수 수련병원이 전공의 수련을 재개했지만, 산부인과 전공의 복귀율은 48.2%에 그쳤다. 문을 닫는 분만 병원도 늘고 있다. 전국 분만 의료기관은 2024년 기준 425곳이다. 2013년과 비교해 약 40% 감소했다. 광역시 단위나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산부인과 위기의 핵심은 저수가에 비해 무거운 법적 부담 우려다. 최근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전공의가 자연분만 신생아의 뇌성마비 진단을 이유로 한꺼번에 기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10억원 이상 민사 손해 배상 판결도 이어지며 산부인과에 충격을 줬다. 현장은 이렇게 "정상 분만 수가가 100만원꼴인데 의료사고 배상금액은 10억원이 넘는" 현실에 "전문의는 분만을 포기하고 전공의는 수련을 접는다"고 호소한다.

정부 대책이 없지는 않다. 최근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제도 상한이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됐다. 분만을 포함해 중증·응급 분야는 이를 10억원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형사 처벌 부담을 줄이기 위한 특별법 논의도 계속 진행 중이다. 하지만 분만 인프라를 지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국가 보상 청구는 3건에 그쳤다.

산부인과는 '국가 책임' 기준을 '무과실'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김 회장은 "지금으로서는 과실과 무과실을 구분하지 말고,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보상을 국가가 책임져야 현실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과 대만처럼 재발 방지에 초점을 두고 분만 인프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의사 개인과 의료기관 과실을 다루는 법원 판단이 의학적 판단과 일치하지 않거나, 사후평가라는 한계가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노력이 사법부 판결로 무력화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의료 현장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국민 건강과 미래 세대 출산 기본권을 위해 정부는 즉각적이고 전폭적으로 분만 현장을 지원하고 24시간 필수의료 시스템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