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 의대 신설 요구에 의료계 “준비돼 있나”
옥민수 교수, 특수 목적 '공통의대' 설립 후 지역 캠퍼스 제안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통합 의대와 종합병원급 부속병원이 전남 지역에 설립돼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통합 의대와 종합병원급 부속병원이 전남 지역에 설립돼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이재명 대통령 공약대로 전남 지역에 공공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은 의료 수요에 다른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라도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중진료권 역할과 거버넌스 토론회’에서 “인구 기준이나 의료 접근성, 응급·중증 질환 대응 측면을 모두 고려했을 때, 전남 동부권 의대 신설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는 권 의원과 민주당 김윤·김문수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김문수 의원의 지역구는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이다.

권 의원은 “지역 필수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시민들이 의료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순천 지역 의료기관은 광양, 여수, 고흥 등 인근 시민도 찾는다"며 "하지만 이런 높은 의료 수요를 공공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이 감당하고 있다. 민간병원은 지자체 지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공공의대와 그 부속병원을 이 지역에 설립해 “의료 중심지”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김문수 의원 역시 “순천대와 목포대 통합 의대와 (부속병원인) 종합병원이 전남 지역에 설립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으로 의대 설립 필요성을 알려 채택시켰다”면서 “순천 시민 입장에서 의료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도록 (의대 설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은 제한적으로만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와 의료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료 문제 해결이) 말처럼 (의대를) ‘뚝딱’ 세운다고 될 일이 아니”라면서도 “의료계가 이기적인 입장에서 내는 의견을 (따르다) 보면, 엉뚱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문수 의원은 “기존에 구축돼 있는 의료 체계와 더불어 새롭게 보완해야 할 것들이 있다”며 “무엇보다도 시민 입장에서 의료 문제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지자체, 정치권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옥민수 교수는 중앙에 공통의대를 설립한 후 지역마다 캠퍼스를 두자고 제안했다(ⓒ청년의사).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옥민수 교수는 중앙에 공통의대를 설립한 후 지역마다 캠퍼스를 두자고 제안했다(ⓒ청년의사).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옥민수 교수는 특수 목적 의대 설치에 동의했지만, “전남뿐만 아니라 강원과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의대 신설을 원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의대 설립을 원하는 특정 지역들을 들여다 보면 (의대를 설립하고 운영할) 준비가 안 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중앙에 특수 목적 ‘공통 의대’를 설립하고, 지역마다 캠퍼스를 두는 것”이 더 나은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의료 문제가 의대 정원 확대나 의대 신설 같은 양적 팽창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옥 교수는 “지역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특성과 의료 수요와 예산, 보상 정책을 연동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건국의대 예방의학교실 이건세 교수 역시 “지역에 필요하다면 의사도 양성해서 (지역에) 보내야 하고, 의대도 세워서 (졸업생이) 그 지역에서 근무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역 의료 현황에 따라 맞춤 예산도 지원하고, 보험 수가도 만들어 줘야 한다. 지역 단위로 (의료 인프라의 방향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또 그에 맞춰 지역 내 각 의료기관의 역할과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며 "이렇게 지역 단위로 나가야 그 지역 필수의료도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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