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향 전 공공보건정책관 “공론화 없는 정책, 미사여구 불과”
김계현 연구부장 “지방 근무 꺼리는 원인에 집중해야”
정부가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등으로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의료계와 대화하고 공론화하지 않으면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향 전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13일 서울성모병원 플렌티컨벤션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등은 결코 독립된 문제가 아니다. 현직에 있으면서도 계속 주장해 왔던 것은 이 문제는 공론화를 하지 않고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정책관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공공보건정책관을 지낸 바 있다.
박 전 정책관은 “(공론화 없는) 정부 정책은 어떻게 보면 미사여구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며 “독일이나 일본, 대만도 똑같이 지역으로 의사들이 가지 않는다. 이들 나라가 의사들을 악마화해서 문제를 풀진 않았다. 왜 대한민국만 지역 현장에 의사가 가지 않는다고 소명 의식도 없다며 낙인을 찍게 했는가”라고 했다.
박 전 정책관은 “이런 것에 대한 불신 해소 없이는 어떤 정책도 만들어갈 수 없다. 중앙 정부에서 명확한 변화 없이는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정부가 망쳐놓은 것에 대해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또 새 정부는 (수도권으로 쏠리는) 국민 의료 이용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지역 의료인력 확보 방안으로 거론되는 지역의사제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방 근무를 꺼리는 원인에 집중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연구부장은 “대만이나 일본 등 지역의사제를 하고 있는 나라들은 있지만 학교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학비를 뱉어내더라도 (지역에 남지 않고) 돌아가겠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부장은 “일본과 대만에서 지역의사제를 경험한 의사들은 젊을수록 학습기회 부족과 커리어 문제, 전문 술기 유지 불가능을 우려했다”며 “지역의사 확보 정책에 이런 것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설계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 정책을 설계할 때 의사들이 왜 지방 근무를 꺼리는지 그 원인을 집중해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기존 지역·필수의료 해결 방안이 산으로 가고 있었는데 그 앞에 공공까지 붙었다. 이 논의가 더 산으로 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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