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어 의료계서도 불통 불만 수면 위로
일각에서 박단 부회장 임원 불인준까지 거론
"여론 악화 사실"…"대오 흔드는 일" 엇갈려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동결되면서 대한의사협회가 여세를 몰아가려 하지만 녹록치 않다. 박단 부회장의 행보에 정치권이 불만을 토로한 데 이어 의료계 내부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박 부회장을 의정 갈등 관련 의사결정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 부회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설치를 담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 불거졌다. 법 개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의협 수뇌부가 국회 논의 사항을 모르고 있다"면서 박 부회장이 집행부에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앞서 확정된 개정안을 두고 의협은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한 반면 민주당은 "대부분 수용했다"고 반박하며 엇갈린 상황이라 파장이 적지 않았다.
이어 지난 10일 의협 김택우 회장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교육부 이주호 장관의 3자 회동이 박 부회장에게 사전 공유되지 않았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지난 13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부회장이 정부와 (김 회장의) 만남을 모르지 않았다. 그쪽(정부)에서 보안을 요청했다"면서 "누가 참석할지는 상대방(정부) 요청도 있을 것이고 이쪽(의협)에서도 누가 참석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려해서 진행한다. 전적으로 회장의 판단이라고 본다"고 했다.
의협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정부·국회 협상에서 박 부회장이 상황을 어렵게 한다는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18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정치권이나 정부 측에서 박 부회장을 대화 상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불만이 계속 흘러나온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정치권 일각에서 박 부회장이 협상 상대면 논의 테이블이 마련돼도 결과를 만들어 나가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 더해 A씨는 "대의원 사이에서 박 부회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일부 대의원이 오는 27일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박 부회장 임원 인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B씨 역시 "박 부회장의 '독불장군'식 행보에 일부 대의원 우려가 크다. 정총 전에 (박 부회장이) 매듭짓지 않으면 정총 당일에 결정을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몇몇 교수 대의원들이 지역 의사회에 뜻을 밝혔다고 한다"고 전했다.
반면 C 시도의사회장과 D 시도의사회장은 "박 부회장의 임원 불인준은 금시초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시도의사회 E 회장도 "박 부회장 인준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도 박 부회장이 임원 불인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집행부 팔다리를 끊는 일(B씨)"이고 "성급한 오판(D 회장)"이며 "찬반을 떠나 박 부회장 개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일(A씨)"로 여기는 여론이 더 크기 때문이다. 대신에 그만큼 "의료계가 박 부회장 행보를 심각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C 회장은 "이런 말이 돌 정도로 박 부회장에 대한 내부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E 회장도 "만에 하나 정말 논의가 이뤄진다면 다양한 의견이 나올 듯하다. 여러 계층에서 (박 부회장을 상대로) 담아둔 생각이나 인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 거취를 '기성세대'가 정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박 부회장이 의대생과 전공의 입장을 대표해 온 만큼 이 문제도 '젊은 세대' 뜻을 확인하는 게 순서라는 지적이다.
D 회장은 "박 부회장은 지난 1년 최전선에서 싸우던 사람이다. 의견을 맞추기 어렵고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군대 선봉장을 끌어내리자는 건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현시점에서 좋은 갈등 해결 방식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 해결은 의대생과 전공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들 의견을 선배가 앞질러 가거나 입맛대로 재단해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면서 박 부회장 거취도 "당사자들의 생각을 확인하는 게 먼저다. 그 전에 나서는 건 바깥에서 대오를 흔드는 일이 될 뿐"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의협 관계자 F씨는 "박 부회장의 대표성이나 생각의 경향성은 의협이나 교수 단체 등에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전공의 사회) 내부에서 풀어갈 일"이라면서 "이들 스스로 판단해 박 부회장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 의정 '3자 회동' 국면 전환 기대↑…"政-의대생·전공의 대화도"
- 의협 대화 제안에 정치권은 '싸늘'…"누가 대표인가"
- 박단에 흔들리는 의협…"이대로면 집행부 탄핵 갈 수도"
- 전공의 비판 서울의대 교수들에 의협 "시기·표현 부적절"
- 제자 비판 서울의대 교수들에 박단 "교수 자격 없다"
- 의대 정원 조정법 법안소위 통과에 박단 "이럴 거면 왜 만났나"
- 총장 선발권 뺀 새 대안 나왔지만…박단 "차이 없다…여전히 '어용기구'"
- [기자수첩] 전공의 없는 수련환경 개선은 ‘무용지물’
- 의협 찾은 홍준표 “의료계 충돌로 尹정부 무너져”
- "대책 없이 '돌아와라' 해서야…의대생·전공의에 힘 실어줘야"
- 김택우號 힘 실은 대의원…"하나된 의협으로 의료 정상화"
- [기자수첩] 더 이상 대한의사협회가 궁금하지 않다
- 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 “실망만 안겨” 사퇴 의사 밝혀
- "의료 정상화 논의" 대전협 새 비대위 출범에 의정 대화 기대↑
- 박단 등 전공의 임원 사표 수리 '아직'…"소통 문제 없다"
- "대전협 전·현직 회장 공존" 醫 집행부 탄생?…다시 주목받는 박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