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복귀 조건으로 2026학년도 정원 동결 '사전 합의'설도
"협상 주체는 의대생…학교도 교수도 투쟁 본질 몰라" 반발

의대생들은 2026학년도 정원 동결이 의대생 복귀의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청년의사).
의대생들은 2026학년도 정원 동결이 의대생 복귀의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청년의사).

의대 교수와 학장들은 '2026학년도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돌려 의대생이 돌아올 길을 열자'고 한다. 의대생들은 이 문장의 앞뒤를 바꾸어 읽는다. 그 속뜻은 '의대생을 돌아오게 해 정원 동결을 얻어내자'라는 것이다.

지난 3일 전국 40개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내고 1학기 복귀를 요청했다. 현장 문제도 교육 질도 교육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원을 둘러싼 정부와 협상은 '대한의사협회와 관련 단체'에 맡겨달라고 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서신에 앞서 지난달 24~25일 이틀에 걸쳐 각 의대 학장단이 학생 대표를 차례로 만나 복귀를 요구했다. 24일은 KAMC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2026학년도 정원 복원 등을 요청한 날이다. 이 부총리도 이 자리에서 정원 복원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흘 뒤인 28일 KAMC가 속한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의교협) 8개 단체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여야에 정원 동결 등 3대 요구사항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이어 지난 3일 KAMC가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발표했다. 4일에는 의학계 원로들이 입장문을 내고 2026학년도 정원을 증원 전으로 돌려 의대생 복귀 길을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3월 개강을 전후로 쏟아진 의학계 요구에 정부는 원점에서 논의하겠다는 의사만 밝힌 상태다. 그러나 학장단을 중심으로 의학계 움직임을 지켜본 의대생들은 2026학년도 정원 3,058명 동결을 위한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의대생 복귀'가 조건으로 제시됐을 거란 추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대생 A씨는 이날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2월 마지막 주를 전후로 학교 태도가 달라졌다. 이전과 다르게 매우 강하게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의대도 비슷하다"며 "시기나 메시지를 보면 (학장들이) 정원 동결과 학생 복귀를 맞바꿨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정부와 '합의'했을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수도권 의대를 휴학한 의대생 B씨는 "의대생을 복귀시키는 대신 정원도 이전으로 돌리기로 하고 (정부와 대학이) 같이 밑그림을 그린 것 같다. 이미 나온대로 정원 결정권을 대학에 주면 학교가 '알아서' 3,058명을 뽑고 정부가 승인하는 식으로 가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부와 대학이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도 "이 그림의 일부"라고 했다. 이날 교육부는 올해 학사 유연화 방침은 없다고 강조했다. 신입생도 수업 거부시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했다. A씨는 "최근 교수들 발언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고 B씨는 "학교가 유급·제적 가능성을 더 노골적으로 언급한다"고 했다.

그러나 의대생들을 움직이진 못할 거라고 봤다.

A씨는 "의대 증원만으로 학생은 복귀하지 않는다. 핵심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다. 증원은 그 일부"라면서 "학교는 필수의료 패키지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지만 이를 해결하지 않고 의대생 복귀는 이뤄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B씨도 "증원만 멈춘다고 다 해결되지 않는다. 의대생 요구가 무엇인지 정부도 대학도 제대로 이해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수도권 의대를 휴학한 의대생 C씨는 "의대생이 학교를 나왔으므로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대로 돌아가면 우리는 얻은 것 없이 협상력만 잃는다"고 했다. 유급·제적 위험도 "전체 의대생 사회를 흔들 수는 없다"고 했다.

정부와 협상은 의협과 관련 단체에 맡기라는 요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사실상 학생들이 이번 '합의'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협상의 주체로 학장단이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씨는 "협상 주체는 의대생과 전공의고 대표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다. 같은 사안이라도 의대협이 대화를 시작하는 것과 학장단이 제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B씨도 "의대협과 대전협을 중심으로 의대생과 전공의가 지난 1년을 버텼기 때문에 2026학년도라도 동결하자는 반응에 이르지 않았느냐"고 했다.

정부 압박이나 대학의 호소는 "감정의 골만 키운다(C씨)"고 했다. 교수들은 의학 교육 붕괴를 우려하지만 의대생들은 "그 외 무언가가 있다(B씨)"고 느꼈다. C씨는 "교육 질이 아니라 결국 등록금 때문에 학교가 급하다는 반응도 나온다"면서 "지난 1년을 거치면서 학교도 교수도 학생을 보호하고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오늘 같은 호소도 오히려 역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B씨도 "이 문제에서 교수들은 당사자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그간 조력자가 되어주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솔직히 교수들은 우리 투쟁 본질도 입장도 여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저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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