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주 80시간 적절” 전문학회들도 의견 일치
“주당 근무시간 줄면 수련 기간 연장 논의해야”
연속 근무 24시간도 반대…최대 28시간 제안
정부가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을 추진하자 학회들은 수련 기간 연장을 고민하고 있다. 전문의 양성을 위한 수련 시간이 부족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과에 이어 내과도 3년제로 단축한 수련 기간을 다시 4년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단축하고 연속 근무도 최대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근무시간을 줄여 수련환경을 개선할 테니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수련병원으로 돌아오라고도 했다.
하지만 대한의학회는 수련체계 개편 없는 근무시간 단축에 반대했다. 현 수련체계에서 전문의를 제대로 양성하려면 주 80시간은 필요하다고 했다.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 단축에는 어느 정도 동의했다. 하지만 24시간이 아닌 28시간으로 8시간만 줄여야 한다는 게 의학회 입장이다. 지난 4월 전문과목학회 수련교육이사 회의에서 모인 의견이기도 하다.
의학회 박용범 수련교육이사(연세의대)는 지난 28일 양평 블룸비스타에서 열린 제23차 회원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나라별 전공의 수련 기간 등을 설명하며 26개 전문과목학회들은 ‘양질의 전문의 양성을 위해서는 충분한 수련 시간이 확보돼야 하기에 주 80시간 유지는 전제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박 이사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도 전공의 수련 시간은 주 80시간이다. 미국은 일부 전문과목의 경우 8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연속 근무는 24시간으로 제한되지만 연속 진료와 교육을 위해 최대 6시간 추가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지난 2023년에야 최대 교대 근무시간을 28시간으로 제한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근로시간 지침(European Working Time Directive, EWTD)’에 따라 의사도 주당 근무시간이 평균 48시간으로 제한된다. 전공의는 지난 2009년부터 EWDT를 적용해 주 평균 48시간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전공의 근무시간은 10년간 58시간→56시간→52시간 순으로 단계적으로 줄었다. 유럽연합 국가 대부분 연속 근무는 최대 24~26시간으로 제한된다. 주당 근무시간이 짧은 대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면 최대 8년간 전공의 수련을 받아야 하는 등 수련 기간이 길다는 게 박 이사의 설명이다.
박 이사는 “전공의는 근로자와 피교육자 두 가지 성격을 띠고 있기에 전공의 교육의 최소 시수는 보장돼야 한다”며 “수련 시간을 얼마나 해야 역량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계측이 불가능하기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외국 사례인 주 80시간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전문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의 진료 경험과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주 80시간에 맞춰 수련 교육이 진행되고 있어 주당 수련 시간이 줄면 수련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의학회 박중신 부회장(서울의대)은 “정부는 주 7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현재 교육을 위해서는 8시간을 더 할 수 있기에 주 72시간으로 줄이더라도 지금과 같은 80시간은 수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의학회는 지금 수련 시간을 더 줄이는 데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속 근무 36시간에 대해서는 “수면 없이 내내 근무하는 것은 힘들 수 있다. 이 시간을 줄이는 데는 의학회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 안대로 24시간으로 줄이면 “오전 8시부터 당직이면 다음 날 오전 8시가 되면 집에 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환자 인계 시간 등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학회는 “연속 근무시간을 줄이더라도 28시간 정도는 해야 한다”고 했다.
수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내과와 외과는 4년제 복귀를 검토하고 있다. 대한외과학회는 전공의 주당 수련 시간이 줄면 4년제 복귀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내과학회도 주당 수련 시간을 줄이면 4년제 복귀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연세의대)은 “3년제로 단축한 후 전공의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됐다. 10% 정도 미달이었는데 3년제를 한 후 정원을 다 채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주당 수련 시간을 줄이면 우리도 (4년제 복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지금까지 공식 입장은 ‘4년제 복귀는 없다’였지만 수련 시간이 준다고 하면 이사회에서 복귀를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외과학회 이우용 회장(울산의대)은 “예전에는 고난도 수술을 다 하는 외과 전문의 배출이 학회 목표였다. 하지만 3년제로 바꾼 후에는 맹장 수술 등 기본적인 수술을 할 수 있는 일반 외과를 매출한다는 목표로 바뀌었고 그에 맞춰 수련 교육 역량도 바꿨다”며 “하지만 주 80시간을 기본으로 해서 3년제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수련 시간이 줄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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