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주당근무 60시간 적용 시 수련시간 부족"
‘상종구조전환지원사업’ 등 의료개혁 긍정 평가도

(왼쪽부터) 대한외과학회 총무이사 정순섭, 회장 송병주, 이사장 신응진, 학술이사 김진(©청년의사).
(왼쪽부터) 대한외과학회 총무이사 정순섭, 회장 송병주, 이사장 신응진, 학술이사 김진(©청년의사).

대한외과학회가 사실상 전공의 수련 4년제 복귀를 선언했다. 정부가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로 추진 중인 전공의 주당근무 60시간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3년으로 전공의를 교육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증원 외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등 정부 의료개혁 추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한외과학회는 지난 31일 국제학술대회 및 제76차 추계학술대회(ACKSS2024) 개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신응진 이사장은 추계학술대회 개최와 관련해 “의정사태가 해를 넘길 것 같이 진행되고 있다. 외과학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항의 의사 표시로 지난 춘계 학술대회를 최소하고 대토론회를 개최했지만 예정된 일정이 너무 많아 추계 학술대회는 취소하지 않고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학술대회를 즐길 수만은 없기 때문에 학술행사 외 저녁 만천, 부대행사 등은 모두 취소하고 차분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학회 입장에서 사태가 빨리 해결되길 기대한다. 이번 학술대회에 사직 전공의 190여명이 등록했다. 학회에서는 전공의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술대회 관련 간담회였지만 현 사태를 반영하듯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우선 ‘외과 전공의 수련 4년제 복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 이사장은 “외과 전공의 수련을 3년제로 전환한지 6~7년 정도 됐다. 그 사이에도 4년제 복귀에 대한 의견들이 나왔지만, 어떤 제도를 도입한 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10년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의정사태를 계기로 전공의 주당근무 60시간 제한이 추진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실제로 전공의 주당근무 60시간 제한이 실현되면 (이와 맞물려) 수련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된다. 때문에 4년제 복귀에 대해 논의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3년제 도입 당시 수련이사였던 김진 학술이사는 “3년제 도입 논의 초창기에는 아예 주당근무 제한이 없었고 그 이후 80시간 제한이 됐는데, 이제 60시간 제한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 정도면 종합대학이 전문대학으로 바뀌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과와 함께 3년제 수련을 하고 있는 내과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학회 간 협조가 된다면 같이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간담회에서 신 이사장은 ‘전공의 주당근무 60시간 제도화를 전제로 4년제 복귀를 적극 검토하는 단계며 아직 공식 결정은 아니’라고 했지만,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전공의 주당근무 60시간 제한 내용을 이미 포함했기 때문에 사실상 4년제 복귀 선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이사장은 “(전공의 수련과 별개로) 전공의 주당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문의를 배출하는 학회 입장에서 판단했을 때 정상적인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4년제 복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에 대해선 긍정 평가했다.

신 이사장은 “외과 저수가 시작은 장기려 박사의 ‘의료는 공적부조기 때문에 돈을 많이 받으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외과는 그때부터 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수가를 낮게 받았는데, 그에 반해 다른 과들은 본인들 의견이 반영된 수가를 제시했다. 그때는 이렇게 고착화될 줄 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과는 의대 정원 증원과 별개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그동안 누적됐던 저수가 등을 포함한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현재 상종 구조전환 지원사업도 진행 중인데, 중요한 것은 (개선책들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종이 중증환자를 진료하고 경증과 중등증환자는 개원가와 종합병원에서 담당하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외과도 준비해야 하며, 고난이도 행위에 대한 보상이 강화되면 결국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걷는 의사들도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이사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환산지수 차등적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 이사장은 “그동안 (수가협상 후) 수가 인상이 일괄적용됐는데, 그러다보니 필수의료에 더 지원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며 “(환산지수 차등적용을 통해) 필수의료 수가 인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방법으로는 수가 격차는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환산지수에) 차등을 둬서 인상하는 제도가 도입되면 힘들고 어려워 기피과, 회피과가 되는 과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 이사장은 “의정사태가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다. 내년 전공의와 학생들이 모두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며 “학회 입장에서는 언젠가 수습, 회복시기가 오면 단절없이 전공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년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대 졸업생 중 5%는 항상 외과에 지원해왔다. 이처럼 주변 상황에 상관없이 외과가 좋아서 지원하는 후배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보상받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학회가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CKSS2024에는 총 33개국에서 2,434명이 참석하며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외과의사 활동 현황과 국내 외과계 수가체계 개선방안 등에 대한 세션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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