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공동 수련 제도' 두고 고민 깊어지는 교육 현장
정원 배정부터 수련까지 학회 주도 지역별 운영 체제 돼야
수련병원 격차를 극복하고 정부가 아닌 전문과가 주도하는 전공의 수련 방식으로 '공동 수련'이 주목받고 있다. 공동 수련을 위해서는 전공의 배정부터 교육 과정까지 수련 현장이 함께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8일 대한응급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진행한 전공의 수련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전공의 수련 개선 방향으로 지역 단위 공동 수련 제도를 다뤘다.
응급의학회 수련이사를 지낸 보라매병원 송경준 교수는 수련병원 지도 역량이 다르고 모든 수련병원에 매년 전공의 정원을 배정하기 어려워진다면서 공동 수련 제도를 본격적으로 논해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모든 수련병원이 세부 분야를 다 지도할 수는 없다. 지도 가능한 교수가 있느냐 등 역량 차이는 있다. 따라서 전공의가 다양한 병원을 돌며 (세부 분야까지 익힐 수 있도록) 공동 수련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앞으로는 모든 수련병원에 전공의 정원을 계속 배정할 수는 없다. 이제는 전공의 정원 순환 배정도 고민해야 한다. 수련병원이 전공의 정원을 2~3년에 한 번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그래서 공동 수련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복지나 보수 같은 전공의 처우와 행정 문제는 "시범 운영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다. 공공기관과 연계하거나 지역을 기반 삼아 공동 수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전공의 정원을 수련병원 단위가 아니라 지역 단위로 배정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각 수련병원 의국 중심 수련 체제에서 지역별 수련 체제로 이행하려면 정원 배정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졸업후교육위원장으로 이날 발제를 맡아 전공의 수련 개선 방향을 다룬 충남대병원 이선우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공동 수련을 위해) 권역별 수련 체제로 간다면 현재 의국 중심 시스템 자체에 변화를 줘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수련 체제 변경에 따른)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충남대병원이 있는 대전을 예로 들면 충남의대와 건양의대, 을지의대 3개 병원 응급의학과가 함께 정원을 받는 거다. 정원이 8~10명 정도 된다. 그리고 대학병원에서도 수련하고 1·2차 의료기관에서도 수련한다. 의료원 같은 곳에서도 수련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전공의 배정이나 수련 프로그램 구성은 학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이 체계에 절대 들어와서는 안 된다. 미국은 전공의 교육을 위해 1년에 20조~30조원을 투자하지만 연방 정부가 (전공의 수련에서) 발언권은 있어도 결정권은 없다. 영국은 전공의 정원을 모두 학회가 관리한다"고 했다.
응급의학회 수련이사인 고대안암병원 김수진 교수 역시 "학회나 수련병원이 의지가 있어도 정원이나 수련 관리를 정부가 주도하면서 자율성을 침해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밟아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동 수련을 단순히 수련병원 역량 문제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지역 네트워크를 거론하면 아직 수련병원 역량 부족 문제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말 수련병원 역량 부족을 극복하고 함께 교육 질을 끌어올리고자 공동 수련이 필요한지 아니면 전문의를 키우는 과정에서 공공의료를 비롯한 진료 체계 이해를 함양하고자 지역 네트워크가 필요한지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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