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윤 의원, 지역필수의료제정법 관련 토론회 개최
보사연 신현웅 위원, 거버넌스·전달체계·재정지원 방안 제시
전문가들, 의사 확보 방안 지적…일차의료 강화 필요성도
政 "생명과 직결된 지역필수의료 집중…일차의료 강화도 추진"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역필수의료 책임 네트워크 구축. 전달체계·거버넌스·재정'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를 열었다(ⓒ청년의사).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역필수의료 책임 네트워크 구축. 전달체계·거버넌스·재정'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를 열었다(ⓒ청년의사).

전공의 사직 등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을 계기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들이 조명되면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역필수의료 분야에서 활동할 의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료취약지 근무를 기피하는 의사들을 유인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역필수의료 책임 네트워크 구축. 전달체계·거버넌스·재정'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지역필수의료 책임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한 거버넌스, 전달체계, 재정지원'에 대해 발제했다.

신 위원은 현재 전공의 집단 사직과 교수들의 집단 휴진이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기회가 됐다고 했다. 신 위원은 "코로나19 사태나 의사 집단 행동으로 의료전달체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위기에서 그간 논의 단계에 머물렀던 의료전달체계의 근본적인 개편 기회도 함께 조성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필수의료 붕괴 위기의 원인으로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보편적 필수의료 공백 심화 ▲지역 간 의료격차 심화 ▲지역필수 의료인력 불균형 및 부족 ▲지역의료 컨트롤 타워 부재를 꼽았다.

신 위원은 ‘모든 국민이 ▲거주지역에서 ▲적시에 ▲필요도에 적합한 의료기관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지역필수의료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한 정책 과제로는 ▲지역주도 지역의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기능·수요 기반 지역협력적 의료제공을 위한 ‘전달체계’ ▲지역·필수의료의 효율적·안정적 재정 지원을 위한 ‘재정체계’ 구축을 꼽았다.

거버넌스 차원에서는 권역책임의료기관과 지역 의료기관 등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중앙과 지역에 필수의료위원회를 전담하는 관련 위원회를 신설하고 권역책임의료기관의 책임과 역할도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현재 개별 의료기관 단위로만 이뤄지는 성과 평가를 지역 단위로 확대하는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 위원은 "현재 보건의료 성과평가는 개별 의료기관 혹은 사업 단위로만 이뤄지고 있다. 지역 단위의 지역의료 성과 평가 기전이 부재해 지역필수의료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개별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가 지역의료 강화로 이어지도록 성과 평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의료전달체게 개편을 위한 기능·수요 기반 의료기관 개편안을 제시했다(자료출처: 김윤 의원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의료전달체게 개편을 위한 기능·수요 기반 의료기관 개편안을 제시했다(자료출처: 김윤 의원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선 기능과 수요에 기반해 지역 의료기관을 강화하고 지역 내 협력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각 의료기관 기능별로 진료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적합질환군'을 정비한 후 이를 보상과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중증환자를 적합질환군으로 설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환자를 진료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또한 각 의료기관에서 지역 내로 의뢰 회송할 경우 추가로 수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의 무분별한 의료 이용을 막기 위한 인센티브도 제안했다. 지역의료기관 혹은 기능별 적합기관을 이용할 경우 환자에게 재정 혹은 비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면 부적합기관을 이용하면 '디스인센티브'를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가칭) 권역 의사인력뱅크 ▲권역 임상교육훈련센터 설치 ▲인력공유 가이드라인 개발 ▲인력 직접 보상 중심 보상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또 계약형 지역의사제, 지역임상교수제를 도입해 지역의사 확보를 위한 기전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신 위원은 "이번에 의대 정원 증원을 하면서 지역 의대에 정원을 많이 배정했는데, 배출된 의사들이 지역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의대에 입학한 의대생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맺은 후 교육과 전공의 수련, 전문의 자격 취득까지 지원하고 해당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지역필수의료를 위한 건강보험 공정보상체계 전환을 제안했다(자료출처: 김윤 의원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지역필수의료를 위한 건강보험 공정보상체계 전환을 제안했다(자료출처: 김윤 의원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공정보상체계를 도입해 의료기관이 지역필수의료에 나설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 위원은 건강보험을 개편해 일률적으로 수가를 인상하는 것보다 필수·지역의료 등 필요한 곳에 집중·선별 인상하는 상대가치자격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의료체계 개혁과 연계한 의료기관 종별 가산을 적용해 의료기관이 지역필수의료 개선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신 위원은 "건강보험을 공정보상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환산지수 계약을 통해 모든 행위의 가격을 일괄 인상하는 제도에서 벗어나 총 가격 인상률을 결정하고 인상이 필요한 영역에 수가를 집중 인상하는 가격결정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료기관 종별 가산을 적용해 의료전단체계를 개선하고 지역별로 취약한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지원해야 한다. 또한 질 높은 필수의료를 제공한 의료기관에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동시에 병원 필수의료인력에 대한 '의료인 직접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외 지역필수의료 예산 조달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는 정부 예산에 ‘필수의료 특별회계’와 ‘지역의료 발전기금’을 개설하는 것을 제안했다.

전문가들 "의사 인력 확보 방안 우선돼야"

(왼쪽부터) 충남대병원 이석구 공공부원장, 대한병원협회 김재화 총무부위원장,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은 지역필수의료 책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제안을 이야기했다(ⓒ청년의사).
(왼쪽부터) 충남대병원 이석구 공공부원장, 대한병원협회 김재화 총무부위원장,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은 지역필수의료 책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제안을 이야기했다(ⓒ청년의사).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지역 인프라 구축 등 의사 인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충남대병원 이석구 공공부원장은 “필수의료 의사가 지역을 기피하는 이유를 잘 파악해야 한다"며 "지역에서는 의료의 수요에 대한 미스매치가 종종 일어난다. 예를 들어 내과 의사의 경우 세부 분과만 해도 볼 환자가 많지만 소아청소년의학과의 경우 세부 분과로 가면 볼 환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원장은 "자신이 전공한 전문과를 찾는 환자가 적다 보니 다른 업무를 보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며 "이런 불일치로 인한 간극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고려해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도 “문제의 핵심은 인력”이라며 “‘빅5 병원’에서만 치료할수 있는 병이라는 것은 1%에 불과하다. 의료도 결국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간 이식 수술을 서울아산병원에서 잘 하는 이유는 그곳에 간 이식을 잘 하는 의사가 있기 때문인데 그런 의사들이 지방의료원에도 있다면 수술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어떤 인재를 뽑아서 어떻게 키우는지가 중요하다.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가 제안됐던 이유도 처음부터 능력 있는 사람을 뽑자는 의도였다”며 "좋은 인재들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좋은 인력만 있다면 의료전달체계 문제도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김진환 연구교수도 “결국 의사도 사람이기에 지역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등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의료취약지에 있는 환자들도 의사 부족을 체감한다”며 “지역의 비필수 진료과에는 의사들이 많지만 필수의료 혹은 ‘기피과’에는 의사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병원을 방문하면서 의사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지역의대 출신이더라. 발제에서 계약형 지역의사제 등이 제안됐는데 이런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필수의료를 위한 거버넌스를 공공의료기관뿐 아니라 다양한 의료기관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병원협회 김재화 총무부위원장은 “발제를 볼 때 논의의 기본 구조가 공공의료기관 중심으로 돼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의료의 상당 부분은 민간의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 민간의료기관에 어떻게 권한을 시행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 정형준 실행위원은 “지역사회 내 일차의료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의료취약지에는 급성기 치료가 끝난 후 연계돼 치료할 수 있는 재활 기관이 매우 적다. 때문에 노인들의 경우 자녀가 있는 수도권으로 올라와 재활치료 이후 지역사회돌봄까지 받으면서 지역공동화가 심화되는 실정”이라고 했다.

政 "생명과 직결된 지역필수의료 개선 추진…일차의료로 확대"

이에 정부는 현재 지역공공의료기관 역량 강화와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일차의료 강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유정민 의료체계혁신과장은 “현재 ‘응급실 뺑뺑이’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와 관련된 정책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지역 내 성공 사례를 지역 내에 확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기관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지역 내 다른 병원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유 과장은 “질병 예방, 회복기 치료 등 전반적인 건강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앞으로 의료개혁 논의에 일차의료 개선 방안도 포함할 게획”이라며 “동네 의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다. 이에 일차의료기관의 초기 진단, 진찰, 건강 관리 기능에 대한 보상체계도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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