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학회, 의학 교육 제도 개선과 투자 강조
"교수 헌신에 의지하는 교육 질 내실화과 우선"

한국의학교육학회는 의과대학 교육 환경 개선과 투자가 정원 증원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한국의학교육학회는 의과대학 교육 환경 개선과 투자가 정원 증원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의학교육 전문가들이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앞서 의학교육 내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의사를 원하고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고민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한국의학교육학회는 1일 '국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의학교육 관련 제도 개선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정원 증원은 교육 질 저하를 불러오고 환자 안전까지 위협한다고 했다.

의학교육학회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정상화는 "의학교육 내실화가 전제조건"이라고 했다. 의대 정원 증원은 "의학교육 질 유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의대생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수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했다.

현재 의학교육 질은 "(학생) 교육에 대해 (교수가 받는) 부족한 보상에도 사명감에 의지한 일부 교수의 헌신"으로 "어렵게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 의사 양성이 중요하다고 동의한다면 교수가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도록 노력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교육학회는 "의학교육 내실화는 교육 지원 계획 수립, 의대생 선발과 진로 교육, 의대 교수개발과 교육에 대한 인정 제도 개선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의학교육 내실화를 위해 의학교육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의학교육학회가 국민에게 드리는 글

한국의학교육학회는 의과대학 정원증원과 관련한 갈등으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와 가족, 동료 의료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불안과 걱정에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미래 의료의 주역이 될 모든 의과대학생과 전공의가 학교와 환자 곁으로 무사히 돌아와 국민에게 꼭 필요한 좋은 의사가 되는 긴 여정에 다시 합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우리 사회는 어떤 의사를 원하는가?"
"의과대학은 어떤 의사를 양성할 것인가?"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의학교육의 특수성에 대해 먼저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의학교육은 의과대학 학생 교육부터 병원에서 인턴 1년과 전공의 3~4년의 수련 교육까지 이어집니다. 의과대학 교육은 크게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으로 구분됩니다. 의학교육은 강의와 함께 소그룹 학습, 동료 및 다른 직종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임상실습은 의과대학의 특수한 교육과정으로 외래, 병동,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등 여러 진료 현장에서 4~8명의 조가 학습공동체로 편성되어 환자 곁에서 배웁니다. 학생은 병원에서 인턴, 전공의, 교수의 진료를 보면서 환자의 문제 해결 방법과 술기를 배우고 의사로서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를 정립해 나갑니다.

"좋은 의사 양성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앞서 현재 교육, 시설, 환경에 대한 평가·분석과 학습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초의학과 임상실습교육의 방법과 전략이 증원 규모에 맞게 구체적으로 수립되어야 합니다. 특히 직·간접적으로 의료현장을 경험할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하고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역의료,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 인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의 학생 선발과 진로교육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학생 선발에서는 목적에 따른 전형 방법, 면접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효과적인 진로교육을 위해서 의사들이 지역에서 일하고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의료시스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수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명제가 있듯이, 의과대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수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인적, 물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의과대학은 기초의학 교수와 임상의학 교수(임상교수)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기초의학에는 생의과학, 인문사회의학 등의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기초의학 교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임상교수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그러나 임상교수는 연구와 교육보다 진료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진료, 연구, 교육, 봉사에 모두 집중하는 것은 대부분의 임상교수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임상실습 교육, 전공의 교육은 멘토링과 코칭에 가깝습니다. 교수 한 명이 학생 2~3명, 전공의 1~2명과 팀을 이루어 함께 진료하면서 해야 하는 교육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교수의 의학교육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별도의 교수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교육을 담당하는 임상교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진료 시간을 줄여주고, 학생과 전공의 교육 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현실은 교수 승진 제도로 인하여 임상교수를 교육보다는 진료와 연구에 더 집중하도록 유인하고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부족한 보상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에 의지하여 일부 교수의 헌신으로 의학교육의 질을 어렵게 유지하고 있으며 임상교수 중에 교육을 전담하는 교수는 매우 적습니다.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 의사 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교수들이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도록 노력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의학교육의 질 저하는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할 때,
의학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한국의학교육학회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의학교육의 내실화'는 정부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정상화의 전제조건입니다. 의학교육 내실화를 위해서는 당면한 의학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설계, 면밀한 분석을 통한 교육지원 계획 수립, 의과대학생 선발과 진로 교육, 의과대학 교수 개발과 교육에 대한 인정 제도 개선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정부는 의학교육 내실화를 위하여 의학교육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합니다. 향후 한국의학교육학회는 의학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연구와 의학교육 현안에 대한 정책을 개발하는 일에 힘쓰겠습니다.

2024년 4월 1일

한국의학교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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