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간호대생 2만여명 참석 결의대회 개최
신경림 간호법제정위원장 "시범사업 보이콧 등 대정부 투쟁"
탁영란 회장 "간호법은 시대정신…반대하면 역사적 심판"
간호사들이 제21대 국회 내에 간호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4일과 27일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을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대한간호협회는 23일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는 전국에서 간호사와 간호대생 2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간협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신경림 위원장은 국회와 정부가 간호법 제정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대정부 쟁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매년 수만명의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열악한 현실 속에 처우 개선은 공염불이고, 정치인들의 간호법 제정 약속은 또다시 거짓이 되고 있다”며 “여야는 간호법 통과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없다고 한다. 이제 '다음에 제정해 주겠다'는 감언이설에도 더는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지금 의료현장이 유지되도록 버티고 있는 간호사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이 계속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24일과 27일 보건복지위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 간호사들이 투쟁하면 의사 파업으로 인한 의료대란과 비교할 수 없는 큰 물결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간호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간호사 업무범위 관련 시범사업을 전면 보이콧하고 협조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또 법적 보호장치가 없는 모든 의료 관련 조치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즉시 만나 일정을 협의하라”며 “이행하지 않으면 이후 발생는 사태의 모든 책임은 양당 원내대표와 정부에 있음을 명확히 한다”고 말했다.
탁영란 회장은 간호법은 ‘시대정신’이라며 여야와 정부를 향해 제정을 촉구했다.
탁 회장은 “이미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은 간호법을 반대하거나 지연시키려는 어떤 힘이나 세력은 ‘불순’하고 ‘비인도주의적’”이라며 “그런 세력은 멀지 않은 장래에 반드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되리라 굳게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여야는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약속한 시간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22대 국회가 열리고 의료대란이 해소되면 간호사들은 또 다시 범법자로 내몰릴 것이다. 21대 국회 내 반드시 간호법을 통과시켜달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를 향해선 “신음하는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뛰쳐나간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양심불량”이라고 성토했다. 언론을 향해서도 간호법을 “시대정신이 아닌 정치갈등으로만 치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탁 회장은 “진정한 의료개혁으로 국민 모두에게 촘촘하고 세밀하게 의료와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간호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며 “온 국민의 행복을 담보하는 간호법 제정을 위해 단일대오로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손혜숙 제1부회장은 간호사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의료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손 부회장은 “간호법 제정을 위한 준법투쟁 과정에서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의료법 내 모호한 진료의 보조라는 조항으로 의료기관장으로부터 불명확한 업무를 지시받고 수행하며 결국 불법을 수행한 의료범법자로 내몰렸던 실상이 밝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사들은 ‘국민 건강권 보호’가 궁극적인 목표라며 서로의 주장이 옳다지만 의정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의료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더 이상 ‘희생과 헌신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 간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대구광역시간호사회 서부덕 회장도 “간호사는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 곁을 지키고 있지만, 환자를 위한 일이 불법으로 치부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라며 “간호사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법적 테두리를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간호사들은 결의대회를 마친 후 국민의힘과 민주당 당사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양 당사 앞에서 휴지를 한 장씩 뽑아서 버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앞서 간협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를 ‘휴지처럼 필요할 때 쓰이고 버려지는 노동자’라는 의미인 ‘티슈노동자’에 비유한 바 있다.
한편 간협은 오는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27일에는 국회 앞에서 모여 간호법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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