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집회 열고 현장 간호사 고충 토로
탁영란 회장 "간호사 보호도 허술…법 제정할 때"

대한간호협회는 22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21대 국회에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사진제공: 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협회는 22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21대 국회에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사진제공: 대한간호협회).

간호사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제21대 국회 회기 내 간호법을 제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간호협회는 22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21대 국회 회기는 오는 29일까지다.

이날 현장에 모인 간호사들은 ‘의료공백 간호사가 지켰더니 범법자가 웬말이냐’, ‘간호법안이 없다면 간호사도 없다’, ‘간호사의 헌신은 소모품이 아니다’, ‘약속을 지켜라 간호법을 제정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간협 탁영란 회장은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며 현장 간호사들이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탁 회장은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망설임이 컸다. 최근 몇 달 동안 환자는 물론 간호사. 의사 등 모든 병원 관계자가 최선을 다해 병원을 지켜온 것을 알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할 말은 해야겠다. 상황이 너무 긴박하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탁 회장은 “흔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모두 ‘이기적인 고래’가 아니라 신중한 지혜로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지금 전공의가 떠난 현장을 지켜왔던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더는 버티기 어렵다다”고 토로했다.

탁 회장은 “병원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간호사들은 퇴직과 무급휴가, 연차 사용을 강요당하고 있다. 신규 간호사들 언제 발령될 지 기약이 없으며 간호대생의 취업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전담간호사는 물론 일반간호사에게 간호사 업무 외 다른 일까지 맡기면서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간호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너무 허술하고 미흡하다. 아무런 보상체계도 없을뿐더러 불법으로 내몰린 상황에서도 간호사가 알아서 감수하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탁 회장은 “간호사는 절대 환자를 버리지 않았다”며 21대 국회 회기 내에 간호법을 제정해 간호사들을 보호하고 진정한 의료개혁을 이뤄달라고 촉구했다.

탁 회장은 “간호사가 불확실한 미래에 내몰리면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것은 간호법이 없기 때문”이라며 “현 사태로 드러난 의료체계의 민낯과 수십년 지체된 의료개혁 등 상황을 고려할 때 간호법을 제정할 때가 됐다. 정부와 여야는 의료정상화를 위해 21대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에 앞장서달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도간호사회 임원들도 한목소리로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서울특별시간호사회 조윤수 회장은 “의료공백이 석 달을 넘은 상황에서도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 간호사들은 업무를 법적으로 보호받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간호사 개인의 희생으로 의료체계를 유지할 순 없다. 혼란스러운 현장에서도 간호사들이 환자를 지킬 수 있도록 간호법을 제정해달라”고 했다.

경기도간호사회 김정미 회장도 “간호사들은 합법과 위법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며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간호사들의 노력이 불법으로 지적받지 않으려면 간호법이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간협은 오는 23일 국회 앞 의사당대로,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