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A 기반 Blended Pricing·환급률 차등 적용 도입 필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한국 정부에 ‘다중적응증 약가제도’ 시범사업을 제안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 보건엑세스혁신부 최인화 전무는 지난 7일 다중적응증을 보유한 항암제의 급여 등재율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국내 현실을 지적하며, 정부에 위험분담제(RSA) 틀 안에서 'Blended Pricing(적응증 가중 평균가)'와 '적응증별 환급률 차등 적용' 방식을 시범사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중적응증 약제는 하나의 약물이 여러 암종이나 질환에 대해 치료 효과를 갖는 것으로, 면역항암제나 혁신 항암제에서 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미국에서는 종양 치료제의 75%가 다중적응증 약물로 승인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다중적응증 약물에 대해 여전히 ‘단일 상한금액’을 적용하는 약가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적응증별로 상이한 치료 가치나 임상적 효과가 약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아스트제네카 후원으로 해외 다중적응증 약가결정 제도와 국내 적용 방안을 탐색한 이화여자대학교 융합보건학과 안정훈 교수는 "이로 인해 제약사들이 후속 적응증 출시를 포기하거나 지연하게 되고, 이는 곧 환자의 치료 선택권 제한과 접근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정훈 교수는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위험분담제(RSA) 안에서 실행 가능한 현실적인 접근 방안을 제안했다. 핵심은 ‘Blended Pricing’과 ‘적응증별 환급률 차등 적용’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Blended Pricing’은 적응증별 예상 사용량과 임상 가치를 고려해 가중평균가를 산정하고, 이를 단일 가격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호주, 일본 등은 이 방식을 통해 적응증 간 치료 가치의 차이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면서도 행정 부담을 줄이고 있다. 국내 현행 약가 제도 역시 단일 가격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큰 제도적 충돌 없이 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그림1).
여기에 실사용 데이터(RWD)를 기반으로 각 적응증의 사용량과 임상적 성과를 분석해 환급률을 조정하는 방식도 함께 적용하자는 게 제안의 핵심이다. 이는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식으로, 적응증별 실사용 데이터를 수집·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가능하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 데이터를 활용하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평가다(그림1).
안 교수는 초기 단계에서는 Blended Pricing을 우선 도입하고, 궁극적으로 적응증별 환급률 차등 적용 방식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Blended Pricing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환자 접근성 강화, 치료 선택권 확대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절충안이라고 했다(그림2).
다만 안 교수는 제도의 도입을 위해 몇 가지 선결 과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환급률 차등 적용을 위한 사후 정산 계약의 법적 근거 마련, 적응증별 코드를 통한 청구 자료 정교화, 건강보험공단-제약사 간 정산 시스템 구축 등이다.
특히 벨기에식 MYMI(Multi-Year Multi-Indication) 방식의 도입을 위해서는 사전 적응증 예측(Horizon Scanning) 기반의 계약 시스템과 제도적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날 최인화 전무는 안 교수의 주장에 대해 "기존 RSA 체계 내에서 비교적 수용 가능성이 높고, 단일 가격 체계와의 충돌도 적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의견을 더했다.
실제로 RSA는 기본적으로 5년 주기로 재협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 적응증별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가를 조정하는 구조는 충분히 제도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 전무는 “다중적응증 약물의 빠른 급여 진입은 국내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생존율에 직결된다"며 "현실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환자 중심의 약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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