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애브비 강소영 대표, "적응증별 약가제도가 합리적"
창립 10주년 맞아 국내 약가 시스템의 명암 및 개선점 조명
"신약들의 적응증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무조건 단일 약가를 적용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 적응증의 약가가 내려가면, 그 영향이 (해당 신약의) 모든 적응증에 미치니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한국애브비 강소영 대표는 최근 다국적제약사 출입기자모임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약가제도에 대한 산업계 입장과 함께 적응증별 약가제도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날 인터뷰는 지난 2013년 애보트에서 분사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애브비의 지난 성과와 최근 엘러간과의 합병 절차를 마무리한 한국애브비의 향후 계획을 듣고자 마련됐다.
2005년부터 애보트에서 근무한 강소영 대표는 2013년 창립멤버로 애브비에 합류해 2019년 대표로까지 취임하며 역사를 함께 써왔다.
강 대표는 "애브비가 애보트에서 분사하던 때와 비교하면 현재 회사의 매출이나 조직의 규모는 4배 이상 성장했다"며 "초창기에는 휴미라가 곧 회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애브비는 휴미라 외에도 HIV 치료제나 백신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후 C형간염 치료제나 항암제, 무엇보다 면역학 쪽에서 휴미라의 뒤를 잇는 스카이리치, 린버크 등을 성공적으로 발매하며, 현재는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균형 있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엘러간과 통합하면서부터는 안과질환, 진단기기, 미용, 신경과 분야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애브비의 파이프라인이 면역학, 항암제, 신경과학까지 강화됐다는 점이 지난 10년 동안의 큰 성과라고 생각하며, 이 부분이 향후 애브비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한국애브비의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 '스카이리치'와 '린버크'를 꼽았다. 그동안은 전체 회사 매출에서 휴미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점차 이 두 제품이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휴미라는 과거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을 때 40~50%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는 훨씬 줄어든 상황"이라며 "이제는 휴미라의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후속으로 나온 건선 및 건선관절염 치료제 스카이리치와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척추염, 아토피피부염, 궤양성대장염, 크론병까지 적응증을 확대한 린버크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어, 이 두 가지 제품이 앞으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그 밖의 주력 제품으로는 항암제인 '벤클렉스타'를 꼽았다. 벤클렉스타는 국내에서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허가 받은 혈액암 치료제다.
강 대표는 "올 2월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에 벤클렉스타가 급여 적용되며 국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벤클렉스타는 추가 적응증이 많아 현재도 계속 신규 허가와 급여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 대표는 "한국은 보험급여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아 급여를 못 받고 있는 약들도 많지만, 애브비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빠르게 급여를 받는 편"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브비는 GM이 계속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엑세스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본사에서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약가 시스템이나 정책 변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신뢰를 가지고 들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강 대표는 산업계 입장에서 바라본 국내 약가 시스템의 명암과 개선점도 피력했다.
강 대표는 "한국 정부는 약제비 비중이 높다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약제비 비중을 살펴 보면 한국만큼 제네릭 약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물론 한국의 제약산업도 당연히 보호해야 하지만 보호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신약을 개발해야 좀 더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산업계에서는 선별급여나 적응증별 약가제도를 계속해서 정부에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자가면역질환이나 암 관련 약제들의 적응증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나라 약가제도는 무조건 단일 약가를 적용한다"며 "회사에서도 후속 적응증을 계속 늘려나가야 하지만, 기존 적응증에 대한 약가가 내려가면 모든 적응증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부담스러울 수 있다. 때문에 적응증별 약가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강 대표는 한국의 낮은 약가 수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코리아 패싱'의 우려가 있다는 것.
강 대표는 "한국의 약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최근에는 한국의 약가를 벤치마킹하는 나라도 많아지고 있어 코리아 패싱과 같은 얘기도 나오는데,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좋은 약을 빨리 공급하고자 하는 입장에선 너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강 대표는 "외국의 경우 표시 약가가 높다고 해도 실제 약가는 우리나라보다 그렇게 높지 않은 나라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너무 표시 약가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면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제약사들도 한국의 의료보험 재정과 환자의 접근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제안할 수 있고, 다 같이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