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 KPBMA FOCUS 30호 발간
안정훈 교수, 산업 성장 위한 약가 제도 개편 필요성 제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약가 사후관리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의 예측 가능성과 회수 기반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안정훈 교수는 협회가 발간한 <KPBMA FOCUS 제30호>를 통해 'R&D 투자 지속을 위한 예측 가능한 약가관리 제도'를 주제로 기고했다. 기고를 통해 안 교수는 "현재 국내 약가 제도는 실거래가 약가인하, 사용량-약가 연동제, 사용범위 확대에 따른 약가 사전인하 등 각종 규제가 단편적으로 운영되며 중복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투자 예측성을 떨어뜨려 신약개발을 위축시키는 구조"라고 밝혔다.

사후 약가제도, 반복 인하와 이중 규제로 ‘투자 저해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청구액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약가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최근 개정안에서는 연간 청구액이 30억원 미만인 제품군도 협상 대상에서 제외되고 인하율이 차등 적용되도록 변경됐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저가 제네릭, 퇴장방지의약품까지 포함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공급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의 경우, 실제 유통가격이 기준 상한금액보다 낮을 경우 약가를 인하하는 구조다. 그러나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이미 건강보험 상환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고시가까지 인하되는 구조는 ‘이중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병원 중심 사용 의약품, 주사제 등은 이 제도로 인해 중복 인하의 타깃이 되며 수급 불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외에도 적응증 확대에 따른 약가 사전인하, 저가의약품 기준금액 미조정 등으로 인해 신약개발 기업의 채산성이 저하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주요국과 대비되는 한국의 규제 환경

해외 주요국은 한국과 달리 예측 가능성과 유연성이 높은 약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일본은 일정 가격 차이(R-zone, 2%) 이내의 실거래가 하락에는 약가 인하를 면제하고, 신약에는 ‘가격 유지 프리미엄(PMP)’ 제도를 적용해 가격 하락을 제한한다. 대만 역시 실거래가와의 차이가 15% 이내일 경우 약가 인하를 유예하며, 일정 이상 매출 초과분에 대해서는 환급 방식(리베이트)을 도입해 기업 부담을 분산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약가 사후 인하 제도를 운영하지 않거나 예외적으로만 적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총액 예산제, 내부 참조가격제 등을 통해 시장 자율성과 공급 안정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 유도 위한 세제 및 인센티브 개편 필요

현행 R&D 세액공제율이 OECD 평균(15%) 대비 낮은 2% 수준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장기적이고 고위험 구조인 신약개발의 특성을 고려하면, 보다 과감한 세제지원과 투자회수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프랑스, 호주, 영국 등은 신약개발에 대한 세액공제, 우대 세율(특허박스), 공공 보조금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 민간 투자 유인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를 통해 약가 우대, 세액공제, 정부 R&D 가점 등을 부여하고 있으나 실효성 부족, 평가 기준 불합리 등으로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낸년부터 인증제도의 정량지표 개편 및 글로벌 협력 촉진을 위한 평가체계 개선을 예고했다.

출처: KPBM FOCUS 30호
출처: KPBM FOCUS 30호

정책적 시사점으로 ▲약가 사후관리 제도의 통합 및 R-zone 도입, ▲특정 제형 약제 감면율 상향 조정, ▲R&D 투자 수준에 따른 약가 인하율 차등화, ▲임상 3상 비용 및 실패 연구도 세액공제 대상 포함, ▲정부-민간 공동의 고위험 임상 지원 시스템 도입 등을 제시했다.

또한, 신약 출시 초기 약가를 보장하고 특허기간 내 가격 인하를 제한하는 프리미엄 제도 도입, R&D 투자와 연계한 위험분담제의 확산도 제안했다.

안 교수는 “약가 제도의 예측 가능성은 곧 기업의 R&D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라며 “합리적인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면 기업의 개발 리스크를 완화하고 R&D 재투자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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