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지역·전문과별 격차만 벌어져…현장 의견 수렴하길"
의학계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을 급하게 재조정해 지역과 전문과 간 격차만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전문과 학회와 협의해 정책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윤신원 수련이사(중앙의대)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인턴 수련 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배정 조정이 수련 격차를 벌리고 필수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를 키웠다면서 "전문과별 특성에 따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전공의 정원을 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전공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배정 비율을 6대 4에서 5대 5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의학계 반발에 5.5대 4.5로 한 차례 조율했으나 '5대 5' 목표는 여러 번 확인했다. 지난 3월에는 의대 증원에 맞춰 전공의 정원 비율도 재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윤 이사는 지난 '0.5 조정'이 오히려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기과'와 '기피과' 격차만 벌렸다"면서 역효과를 불러왔다고 했다(관련 기사: 전공의 정원 조정으로 수도권 ‘빈익빈 부익부’ 심화…빅5 ‘타격無’).
윤 이사는 "의료 인력 불균형은 해소되지 않고 비수도권 지원율은 오히려 더 감소했다. 필수의료를 살리지도 못했다. 전공의 수련에서 가장 중요한 '수련의 질' 문제가 부각됐다"면서 "과연 무엇을 위한 '5대 5' 정책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윤 이사는 "앞으로 전공의 배정은 전문학회와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에 따른 결과를 시뮬레이션해 신중하게 합의해야 한다"면서 "학회마다 특성에 맞춰 제시하는 배정 비율을 수용하고 미배정 정원에 대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 기사: 의개특위 토론회에서 나온 ‘전공의 정원 50대50 조정’ 불가론).
의학회에 따르면 전공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배정 비율을 '6.5대 3.5'로 조정하길 원하는 전문과는 ▲성형외과 ▲정형외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다. 기존의 '6대 4' 수준을 유지하길 원하는 과는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영상의학과 ▲가정의학과 ▲피부과 ▲마취통증의학과 ▲신경과다. '5.5대 4.5'를 희망하는 과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였다.
의학회 이진우 회장(연세의대)은 "비수도권(의료 인프라)을 육성하겠다는 정책 방향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짜여야 추구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며 "지금 정부가 제시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규모가 디테일(하게 정책적으로 고려)한 숫자가 아니다. 5대5라는 배정 비율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미 5.5대 4.5로 한 차례 줄이면서 각종 부작용이 드러난 만큼 "현장 전문가와 함께 논의해 정책을 결정하길 바란다"며 수도권 쏠림 해소와 비수도권 육성이라는 목표로 "각 전문과 특성을 들여다보며 정책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의학 교육)는 지금까지 학생과 전공의, 전임의, 교수로 이어지는 시스템 안에서 아주 효율적으로 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도 나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교수와 전공의 사이 세대 갈등 같은 문제도 선순환적으로 해소되길 바란다. 오늘 발표도 그런 차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을 통해 학생과 전공의가 돌아왔을 때는 이상적인 교육 수련 시스템이 갖춰졌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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