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5일 항소심 변론 종결…10월 17일 선고
한의사 측 "리도카인 사용 위해·불법 판단은 잘못" 항변

서울남부지방법원 재판부는 한의사 리도카인 사용 불법 여부를 다뤘다(사진 출처: 법원 홈페이지).
서울남부지방법원 재판부는 한의사 리도카인 사용 불법 여부를 다뤘다(사진 출처: 법원 홈페이지).

'한의사 리도카인 사건' 항소심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재판부 선고만 남았다. 초음파·뇌파계 등 진단기기와 달리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불허한 판결이 끝까지 유지될지 주목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3-2형사부(나)는 5일 약침에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섞어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에 대한 항소심 마지막 변론을 진행했다.

한의사 A씨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2개월간 리도카인을 봉침액과 혼합해 통증 부위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환자 87명에게 면허 외 의료행위를 해 고발됐다. 지난 2023년 11월 10일 이 사건 원심(1심) 재판부는 리도카인 사용이 한의사 면허 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라 보고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리도카인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품목허가 받고 의사 지시·감독으로 사용해야 할 전문의약품"이므로 한의사는 "리도카인을 처방·조제할 수 없고 투약·사용할 수도 없다"고 했다. 한의사인 A씨가 리도카인을 쓰기 위해 "서양의학적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정받았는지 엄격하게 검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리도카인을 주사기로 직접 체내로 주입한 만큼 "전문의약품 사용에 따른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존재"하고 "침습적 방법으로 의료행위를 한 이상 한방의료행위를 위한 보조적 수단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초음파·뇌파계 같은 진단 장비와 의약품 사용을 동일 선상에 두고 한의사에게 허가할 수 없다고도 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보조 수단이면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은 합법이라면서 법원 판결에 반발해 A씨를 지원했다. 이날 열린 2심 마지막 변론에는 한의협 임원진이 배석했다.

'보건위생상 위해' 판단 정면 반박…"통증 완화 목적 최저한도 사용"

A씨 측은 법정에서 실제 약침 제조·시술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변론했다.

1심 재판부가 지적한 "주사기로 리도카인을 체내 주입해 벌어질 보건위생상 위해"를 두고 A씨는 리도카인을 "직접 체내에 주사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약침의 조제 과정에서 약물에 무통화제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등을 들어 "지난 40년간 한의사가 주사기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행정 처분받거나 유죄를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고 했다.

A씨는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침구과 전문의로 "(약침에 쓰는) 주사기와 관련해 가장 높은 수준의 숙련도를 갖춘 전문가"라고 했다. 한의사는 "리도카인의 위험성을 웃도는 약침 시술의 위험성을 다루도록 훈련받고 교육받는다"면서 "한의사가 주사기를 이용해 침습적인 방법으로 리도카인을 투여한 이상 위해가 발생했다는 1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주사 행위가 아닌 리도카인 자체 위험성을 들더라도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리도카인을 통증 완화 목적으로 "0.05cc라는 최저 한도만 사용"했다면서 "일반적으로 마취에 사용하는 용량의 200분의 1 내지 400분의 1 수준이고 알레르기 검사에서 쓰는 용량보다도 적다"며 "과연 그 위해성이 얼마나 높다고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의사는 한약 제제를 쓰라는 판단 잘못…관련 고시도 바뀌어"

한의사는 한의학적 입장에서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에 따라 허가된 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1심 판결도 반박했다. 1심은 한의사의 신바로·아피톡신주 사용을 금지한 지난 2022년 대법원 판례를 적용했지만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가 변경됐다는 것이다.

A씨 측은 "식약처의 한약(생약) 제제 고시에서 한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은 사라졌다. 보건소의 한의사 양약 사용 실태 조사에서 신바로·아피톡신주 등 천연물 신약은 제외됐다. 신바로나 아피톡신 사용으로 행정 처분되거나 유죄 받은 한의사는 단 한 명도 없다"며 "그런데도 1심은 이미 바뀐 과거의 고시를 기준으로 한의사의 (의약품) 사용 범위를 적시했다"고 했다.

A씨 측은 "1심은 생물학적 제제 고시를 거친 의약품은 의사가 사용하고 한약(생약) 제제는 한의사가 쓰라는 논지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약품 허가에서 생물학적 제제든 합성의약품이든 한약(생약) 제제든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이 동일하다"고 했다. "한약 제제는 한의학 원리에 따라 별도 심사하는 기준이 있다는 주장은 잘못됐고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도 못한다"면서 "의약품이 어느 고시 절차를 밟았느냐가 한의사의 면허 행위를 가리는 지표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검찰이 리도카인 주사제를 사용한 한의사를 불송치 결정한 사례도 이미 나왔다고 했다. 당시 검찰이 리도카인 사용을 두고 "한의사가 한방 치료 과정에서 통증 경감을 위해 리도카인을 함께 사용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한의원에서 리도카인을 쓰게 된 것이다. 이를 한의사가 양방 의료 행위를 예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도카인은 의학적 목적으로 단독으로 쓰지 않는다. 그 시술이 무엇이냐에 좌우된다. 리도카인을 써서 한방 의료행위를 한다면 그 리도카인의 사용 역시 한방 의료행위를 위한 종속적·수단적 목적을 가진다"며 "종합적으로 행위 전체의 양태를 봤을 때 명백하게 한방 의료행위와 관련 없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했다.

"한의학도 리도카인 충분히 교육…한의원 환자만 아픔 견뎌야 하나"

한의사인 A씨가 리도카인 사용에 필요한 "서양의학적 전문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검증받았는지 엄격하게 보아야 한다"는 1심 판단도 잘못됐다고 했다. 한의사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는지' 다루지 않고 '제대로 교육받았는지'를 기준 삼았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한의학에서 이미 리도카인 사용에 대해 충분히 교육한다고 했다.

A씨 측은 "한방 전문의 총서와 약침학 교과서에 리도카인 사용을 교육한다. 아예 봉독 약침 시술 시 페인 쇼크를 방지하기 위해 리도카인을 사용하라고 기술했다"며 "한의사는 (의사처럼) KCD 질병 코드에 따라 진단해야 한다. 현대의학의 질병에 따른 진단 방법과 처치 방법을 다 배운다. 서양의학에 관한 교육이 한의대 전체 교육의 75%를 차지한다. 어떻게 한의사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에 리도카인을 쓰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A씨 측은 "대법원은 의약품의 변화 발전 양상을 반영해 새로운 한방 의요 영역이 생겨날 수 있다고 설시했다. 시술 시 통증의 제어가 여기 반영돼야 한다"면서 "왜 한의원에 오는 환자는 아픔을 견디면서 치료받아야 하나. 당연히 (리도카인 사용으로) 페인 쇼크를 예방하고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중의사와 미국 침구사는 리도카인을 쓴다. 미국·캐나다·영국·호주는 비의료인인 치위생사도 리도카인 사용이 가능하다. 한국도 보건진료 전담 공무원인 간호사와 조산사는 사용이 가능하다. 한국인만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을 통한) 혜택을 받지 못해서는 안 된다"며 "보편적 수단은 보편적으로 쓰여야 한다. 특정 직역이 독점하는 게 아니라 의료 소비자의 선택 가능성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열어두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해석해 달라"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검찰 측은 피고 측 항소를 기각해달라는 요청 외에 별도 변론은 진행하지 않았다.

한의사 A씨 "의료인으로서 더 좋은 시술법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변호사 변론 뒤 마지막 진술에서 한의사 A씨는 의료인으로서 환자에게 더 좋은 시술법을 제공하고자 리도카인을 썼다며 한방 진료 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A씨는 "약침 시술은 큰 효과에도 불구하고 시술 시 통증이 심하고 환자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저조차 스스로 침을 놓았을 때 통증 때문에 시술이 부담스러웠다. 이 때문에 환자가 느낄 통증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리도카인 사용은 통증 감소와 함께 환자들의 시술 부담을 덜었다면서 "우리 한의사들도 개별적으로 환자의 진료 순응점을 고려하며 시술 통증을 경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여러 질환에 도움이 되는 좋은 치료법이 있는데도 앞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진다면 환자를 접하는 입장에서 매우 아쉬울 것"이라면서 "이러한 진료 현장의 어려움을 깊이 헤아려 달라"고 했다.

변론이 종결되면서 이번 사건 2심 선고는 오는 10월 17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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