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5% '6월 휴진' 응답했지만 18일 당일 참여는 '저조'
"'동네 장사' 개원가 현실에서 하루 휴진 어렵다" 호소
'역대급' 투표를 바탕으로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정책 저지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고 집단 휴진에 들어갔지만 막상 현장 참여는 저조했다.
의협이 지난 9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공개한 전 회원 투표 결과 '6월 중 휴진 등 단체행동'에 투표자 73.5%가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의협은 지금까지 진행한 투쟁 관련 투표 중 "가장 압도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의협이 공지한 집단 휴진 당일인 18일 청년의사는 서울 강남구·노원구·마포구·중구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대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았다. 방문한 의료기관 중 휴진하는 의원은 일부에 그쳤다. 오전만 문 여는 단축 진료를 택한 곳도 거의 없었다.
이날 찾은 노원구 일대 의원 30여 곳 중 문을 닫은 의원은 1곳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냉난방 기기 점검'으로 하루 쉰다고 안내했다. 오전 진료만 보는 곳은 3곳이었다.
강남구도 비슷했다. 방문한 의원 20여 곳 중 휴진한 의원은 2곳에 그쳤다. 한 곳은 기자가 방문한 시간까지도 휴진 결정을 내리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다.
개포동 소재인 이비인후과의원 원장 A씨는 "어제부터 휴진 여부를 묻는 환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오후 휴진 여부를)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다. 오후가 돼 봐야 알 것 같다"며 "원래 다니는 환자들이 많이 문의하다 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같은 구 압구정동 소재 성형외과의원 원장 B씨는 "오늘 (신규 환자) 진료는 안 한다. 다만 어제 수술한 환자 경과를 봐야 해서 우선 문을 열었다. 이 환자 경과만 보고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했다.
집단휴진 기사에 환자 문의 쏟아져…"먹고사는 일은 현실" 토로
취재에 응한 원장들은 '동네 장사'하는 개원가가 휴진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73.5%'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왔다.
중구 소재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C씨는 "작년 간호법 사태 때는 부분 파업하고 집회도 갔는데 이번에는 못 한다. 그때는 원래 오전 진료만 하는 날이라 할 수 있었다"며 "어제(17일)까지 계속 고민했는데 그대로 열었다. 우리처럼 고민하다 연 곳이 많을 거라 본다"고 했다.
마포구 소재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D씨는 "'동네 장사'하는 의원한테 휴진하고 나오라니 처음부터 불가능한 요구다. (18일 집단 휴진) 기사 나오고 보호자들이 난리가 났다"며 "(의협 총파업 여부를 물은) 투표도 난 참여 안 한다고 (투표)했다. 안 할 건데 한다고 투표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투표는 숫자에 불과하다. (참여율이 높아) 잠깐 기분 좋고 끝이다. 먹고사는 일은 현실"이라고 했다.
같은 구 이비인후과의원 원장 F씨 역시 "(의협 투표에서) 90%가 지지한다, 80%가 파업한다고 (보도가) 나가니까 우리도 쉬느냐고 문의가 쏟아졌다. 환자들이 대놓고 '원장님 (휴진) 하지 마세요' 하는데 거기서 누가 '아니요, 나는 할 겁니다'라고 당당히 말하겠느냐"고 했다.
고양시 덕양구 소재 재활의학과의원 관계자 E씨는 "오늘 휴진하는 의원이 많으냐"면서 "우리는 (휴진) 힘들다. 평일에 하루 휴진하라는 건 너무 무리한 요구다. 오후에도 진료 한다"고 했다. 인근 의원 14곳 가운데 휴진한 의원은 2곳이었다. 오후에 휴진한다고 안내한 의원은 1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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