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8일 집단 휴진 앞두고 의사 연루 사건 연이어 공개
"확실하지 않은데 자극적 내용 앞세워…의료계 압박용"
의료계 단체 행동을 앞두고 경찰이 제약사 리베이트나 보험 사기처럼 의사가 연루된 사건 수사 내용을 연달아 공개했다. 의료계는 집단 휴진과 총궐기대회 전날 경찰이 이를 공개한 '저의'가 있다고 봤다.
지난 17일 경찰은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제공 사건으로 의사 1,000여명이 수사선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이미 의사 14명이 입건됐다. 경찰은 수사 내용에 따라 이번에 "리베이트 수수 정황이 확인된" 의사 1,000여명이 "모두 입건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언론에 의사들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씩 받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들이 '빅5' 대형병원에서 작은 병의원까지 "다양하게 있다"고도 했다. 제약사 리베이트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구조적인 문제로 의심되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고 했다.
같은 날 대구남부경찰서는 '가짜 환자'를 이용해 11억원대 보험금을 가로챘다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의사와 간호조무사, 보험설계사 등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환자를 진료한 것처럼 꾸미거나 진료 횟수를 부풀려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고 일부 금액을 나눠 가졌다는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1년 11월 폐업까지 여기 가담한 환자만 95명이다.
경찰은 의사가 진단서에 가벼운 화상을 더 심한 수준으로 기록하고 수술이 필요 없는 여성 질환도 수술한 것처럼 꾸며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했다고 봤다.
의료계는 경찰이 '압박용'으로 수사 내용을 공개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관계자가 입건될지 안 될지 불확실할 정도로 수사 진척이 안 됐는데 '의사가 1,000명'이라며 자극적인 내용부터 앞세웠다"며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해 불법 리베이트 건을 물고늘어질 거란 예측은 나왔다. (의료계 단체 행동을) 하루 앞두고서 이런 내용이 나오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 역시 "공개 시점도 내용도 모두 저의가 있을 것"이라면서 "의료계가 성역이고 수사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법 리베이트나 보험사기 같은 범죄는 근절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경찰 태도에서는 (범죄 근절) 의지보다는 단체 행동을 앞둔 의료계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짙게 어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의협 최안나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이날 청년의사와 만난 자리에서 "과연 지금이 이런 일을 벌일 상황인지 묻고 싶다. 정부는 (의료 사태) 처음부터 오로지 이런 협박밖에 하지 않았다"며 "이는 정부의 무능력과 무대책만 드러내는 꼴이다. 이 사태를 정상화하기 위한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총궐기대회에서 "신고 범위를 벗어나거나 다른 불법 행위가 있으면 법에 따라 엄정 조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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