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학련, 24·25학번 더블링 수업 현황·분석 공개
“의학 교육 질·공정성 최대 확보 위한 노력 필요”
'특혜' 시비 속에서 학교로 돌아간 의대생들이 접한 교육현장은 “엉망”이다. 계절학기까지 이용해 수업하는 계획은 수립됐지만 가르칠 교수도, 실습 등 교육 시설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특히 더블링된 24·25학번 수업의 질적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의과대학학부모회연합(전의학련)은 13일 자체 조사한 ‘24·25학번 의대 더블링 수업 현황 및 분석’ 자료를 공개하며 교육 질 저하를 우려했다.
전의학련은 대학별 24·25학번 수업 유형에 따라 ▲6년 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완전 통합형’ ▲실습 등 일부 과목이나 특정 과정만 분리한 ‘부분 분리형’ ▲졸업시기만 분리한 ‘졸업시기 차등형’으로 분류했다.
완전 통합형에는 건국의대, 연세의대, 울산의대, 인제의대, 경상의대가 있다. 건국의대는 오는 18일 개강과 함께 24학번 40명, 25학번 100명을 분리 없이 수업한다. 연세의대도 학생 의견을 수렴하되 통합 운영 기조를 유지한다. 울산의대는 두 학번을 함께 교육해 동시 졸업시키고, 인제의대는 수업·성적 모두 통합한다. 경상의대는 학생회장까지 통합 선출한다.
부분 분리형은 전남의대, 순천향의대, 경북의대다. 전남의대는 온라인 강의는 통합하되 현장 강의는 학번별로 분반한다. 순천향의대는 과목별로 합반과 분반을 병행한다. 경북의대는 수업과 성적 모두를 분리해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졸업시기 차등형에는 부산의대가 있다. 부산의대는 애초 동시 졸업 방침이었으나 최근 분리 졸업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반면 경북의대는 24·25학번 수업과 성적으로 모두 분리해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의예과 시기 강의실 분리를 통해 학습 환경을 개선하고, 성적 평가도 학번별로 분리해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북의대는 오는 9월 1일부터 24·25학번 수업을 시작한다.
더블링 학번 “교육의 질 저하 불가피”
전의학련은 더블링 수업으로 인한 교육 질 저하와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더블링 된 24·25학번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기존 학습 경험이 있는 24학번이 유리해질 수 있고, 상대평가에서는 25학번이 불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부학·임상 실습 등에서 학생 1인당 교육 기회가 줄어들고, 두 학번이 함께 졸업하면 의사국가시험 응시자가 급증해 경쟁이 치열해진다.
전의학련은 “특혜가 아닌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위해 ‘휴학’으로 투쟁했지만 교육의 질은 보장받지 못한 채 더블링, 지방의대는 이미 트리플링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수들은 사직하고 공부할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한 수업 일정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의학련은 “대학별 학생 수, 강의실 상황, 교수 인력 등 여건에 따라 운영 방식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 차이도 존재한다. 경북의대처럼 적극적으로 분리 운영을 시도하는 의대가 있는 반면 건국의대같이 통합 운영을 고수하는 곳들도 있다”고 했다.
전의학련은 “더블링 수업은 의대 집단행동 이후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교육 질과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학생, 학부모, 교육 관계자 모두가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최소화하고 미래 의료 인력 양성의 질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단체, 교육부·대학들 대상 ‘특별 감사’ 촉구
전의학련은 감사원에 교육부와 대학에 대한 특별 감사를 요구했다. ▲졸업 기준·교육 질 확보 방안의 적법성 ▲학칙 개정 절차 준수 여부 ▲교육부 예산 집행 적정성 ▲24학번 학습권·평가권·진로권 침해 여부 등을 감사해 달라고 했다.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관련자 징계와 학칙 원상 복구, 학생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위법 사항 발견 시 관련자 징계와 행정적 채임을 추궁하고, 부당하게 변경된 학칙은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하는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의학교육 질 관리를 위한 독립 감독기구 설립, 학사 운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적 장치 마련, 학생 권리 보호를 위한 옴부즈만 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전의학련은 “계절학기 남용, 압축 강의, 형식적인 진급·졸업 기준은 의학교육 근간을 훼손하고 향후 의료 서비스 질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임상실습 시간 축소는 의사의 기본 역량 형성에 치명적인 결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대학에 대한 감사는 “단순한 행정적 점검을 넘어 의학교육의 근본적 가치와 학생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필수적 조치”라며 “조사결과에 따라 관련자 징계와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와 관련 대학에 대한 즉각적인 특별 감사를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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