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의협 대선기획본부장)
"추계위, 의대 정원 조정 10% 상·하한 원칙 둬야"
"의협 중심 단결을…내부 재정비하고 투명 소통"
"불신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금은 신뢰를 택할 때다."
지난 17일 기자와 마주한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회장은 자주 '신뢰'를 입에 올렸다. 의료계 내부는 물론 정부·국민과 관계를 논할 때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수련과 교육 현장에 돌아오려면 정부가 제대로 일하고 교육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했다.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 동결을 넘어 2027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10% 상·하한'을 원칙으로 세우고 전공의 수련까지 고려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 대선기획본부장으로서 정치권과 대선 주자에게 "의정 갈등 해결과 의대생 보호 공약"을 요구했고 정부에는 "현 정권이 4월 안에 이 사태를 마무리 지으라"고 촉구했다.
동시에 의료계도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내부로는 의사 선후배 사이, 외부로는 국민과 관계에서 "서로를 믿어야 한다"고 했다. 후배들에게는 의협을 중심으로 단결해 함께 사태 해결책을 찾자고 했다. 그간 국민과 소통에 소홀했던 점을 되돌아보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의료 현안을 풀어가자고 했다.
지역 의사회 회무에서는 '소통 강화'와 '내부 단합을 통한 조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임원과 회원이 직접 만나는 간담회를 열고 의사회 SNS를 활성화했다. 상호 대화 중심 의사 전달 절차를 도입해 회원 만족도도 끌어올렸다. 의사회 내부 신뢰 회복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민 회장은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대구시의사회 총무·공보·학술정책이사를 지냈다. 수석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1월 제15대 대구시의사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당선했다. 의협 대외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번 대선에서 의협 대선기획본부 공동본부장에 임명됐다. 피부과 전문의다.
-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대구 지역은 큰 피해를 봤지만 동시에 대구시의사회를 중심으로 한 대응이 빛을 발하기도 했다. 앞으로 올 팬데믹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전례 없는 위기에서 민관의 긴밀한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대구시의사회는 당시 재난 대응 현장 중심축을 자임하며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감염병 매뉴얼을 짜고 의료 지원 체계를 구성했다.
앞으로 다가올 팬데믹은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정교한 대응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대구시의사회는 감염병 정보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보건당국과 정례 협의체를 꾸려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대구시와 감염병 대응 구축 회의를 시작했다. 지역 의료기관 간 연계 강화도 힘쓰고 있다. 단순히 과거 교훈을 반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면서 실천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시의사회는 다음 팬데믹에도 재난 대응 중심축이 되겠다.
- 대구시의사회는 국제 사회 교류가 활발하다. 팬데믹에도 전 세계 의료진과 소통했다.
한국 방역 상황과 대구시의사회 대응에 관심이 컸다. 특히 일본과 미국, 이탈리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의료진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온라인으로 회의하고 함께 연구했다. 이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가 수여하는 제6회 최재형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형 감염병 대응 모델'을 비롯해 대구 지역 의료 기술을 세계에 알린 공로다.
올해도 의료 봉사를 중심으로 각국 의사회와 함께할 계획이다. 의료·정책 정보를 나누며 국제적 안목을 넓힐 뿐만 아니라 포스트팬데믹 시대 새로운 협력 모델을 세우리라 기대한다.
- 이번 의대 정원 증원 정책과 의료 사태에 대한 각국 반응도 궁금하다.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컸다. 대구시의사회와 교류하는 수많은 국가 의료진이 정부 의대 정원 정책으로는 의대 교육이 불가능해진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의대 정원 조정은 점진적이어야 하며 교육 가능한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의료 수준은 한 번 떨어지면 돌이키기 어렵고 국민이 큰 피해를 본다. 그러니 '선진국인 대한민국이 왜 이런 정책을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가까운 일본은 의대 정원을 한 번에 10% 이상 증원한 적이 없다고 한다. 제대로 교육할 수 없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10% 상·하한' 조정 원칙 세워야
-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3,058명으로 동결되면서 2027학년도 정원에 이목이 쏠린다. 개정된 '보건의료지원법'에 따라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2027학년도 정원을 다루게 됐다.
국회 합의로 '10% 상·하한'을 의대 정원 조정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1년 단위보다는 3년 단위로 조정 방향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1년 모집 인원이 동결됐지만 의대 교육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법 추가 개정이 어렵다면 수급추계위 내부 합의로라도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오기 위해서라도 이런 원칙이 제시돼야 한다. 2027학년도까지 이같은 원칙으로 움직이면서 논의 구조도 발전시키고 데이터도 쌓으면 2028학년도 정원 논의도 합리적이고 수월해진다.
- 24·25·26학번이 한 번에 수업받아야 하는 '트리플링' 문제도 있다.
교육 환경이 악화되면 유급하는 인원도 늘어난다. 지난 80년대에는 의대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졸업정원제로 한 학년의 30~40%가 유급하기도 했다. 이에 비춰 보면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500명씩 유급할 수도 있다. 그러면 정원을 조정하지 않고도 10% 이상 증원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벌어진다. 사태 초반부터 '3개 학년을 묶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당시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과 여러 차례 만나 접점을 찾고자 다각도로 애썼다. 앞으로는 이번 같은 혼란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의대 정원은 점진적으로 조정돼야 하며 의대 교육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
의대 교육 과정 이후 전공의 수련 문제도 기다리고 있다. 수련병원 전공의 정원 조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정부에 이 점을 강조했고 복지부도 전향적인 방향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 이번 사태가 4월 안에 해결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상황이 길어지면 해법을 찾기 어려워진다.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2026학년도 동결이 이주호 교육부 장관 협조로 확정됐다. 그러나 아직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문제가 남아 있다. 정책이 현실을 반영해 작동하려면 젊은 의사와 소통하며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올 명분이 생긴다.
차기 정부는 차기 정부만의 방식으로 의료 현안을 대해야 한다. 현 의료 사태는 이번 정권에서 마무리 짓는 게 옳다. 4월 안에 해결돼야 한다.
- 국민은 어떻게 설득할까. 의사와 국민 서로의 신뢰가 훼손됐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비록 모든 국민이 의료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의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답이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럼 의료계도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제 국민은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느낀다. 그럼 그 역시 정답이다.
의사 이미지가 부정적이라면 이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반성해야 한다. 국민이 의사를 그렇게 보도록 둔 것은 의료계 잘못이다. 더 다가가고 더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의사를 이상하게 여긴다'에서 멈춰버리면 안 된다. 의사를 아무리 늘려도 지방에서 일하려는 의사가, 필수의료를 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야 한다.
지금은 의심이 아닌 신뢰를 선택할 때
- 최근 의협 소통 부재와 내부 갈등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10일 김택우 회장과 교육부·복지부 장관 3자 회동을 두고 '젊은 의사 패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소통 부재와 세대 갈등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조직 전체를 다듬어야 한다. 내부 이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투명하고 일관된 소통 기조를 확립해야 한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때다. 누가 맞고 틀리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 의료계 전체가 한 목소리로 정제된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3자 회동은 사전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인 박단 의협 부회장에게 사전에 공유됐다. 보안 등 문제로 외부에 저간 사정을 다 알릴 수 없으니 불필요한 오해가 벌어진 셈이다. 핵심은 의협이 의대생과 전공의를 위해 교육부·복지부와 만났다는 점이다. 사실을 의심하기보다는 신뢰를 선택할 때다.
- 전공의들은 선배 의사들이 사태 해결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책임에서 우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지금 의료계는 단순히 투쟁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중대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분노와 저항만이 아닌 전략과 연대가 필요하다. 이 싸움 끝에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얻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 세대가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무관심하거나 문제를 회피하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가 겪는 어려움이 더 나은 의료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성장통이길 바란다. 전공의들이 돌아와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우리도 최선을 다하겠다.
- 회원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지난 1년 아낌없는 지지와 조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변화의 동력은 회원의 관심과 참여에서 나온다. 회원 권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신뢰받는 의사회가 되고자 노력하겠다. 의료계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도록, 대구가 전국 의료를 선도하는 지역이 되도록 대구시의사회와 끝까지 함께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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